호모데우스/유발 하라리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2만2000원

아프리카에 살던 별 볼일 없던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나?

그리고 21세기 신기술과 만나 어디로 갈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다룬 <사피엔스>로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던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신작 <호모 데우스>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피엔스’에서 저자는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온 인간이 신, 인권, 국가와 같은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때문에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호모 데우스’에서는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이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다뤘다면 ‘호모 데우스’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

저자는 과거 인간의 최대 적은 기아와 역병, 전쟁이었지만 경제성장 등으로 이들 문제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데우스(Deus)는 라틴어로 ‘신’(God)의 의미로,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이제 호모데우스는 불멸과 행복, 신성을 꿈꾸고 21세기 신기술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불멸’은 인류의 오랜 꿈으로 유전공학, 재생의학, 나노기술 같은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낙관적인 예언이 등장한다. 우리 몸에서 죽음과 고통을 생명공학, 사이보그(인조인간) 공학, 비(非)유기체 합성을 통해 기술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현 사피엔스와는 전혀 다른 ‘초인류’가 탄생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초인류, ‘신이 된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이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에 대해선 답을 유보한다.

인류가 전례 없는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세상에 다가가고 있지만, 이런 기술은 천국 혹은 지옥을 건설할 수 있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한국 독자에 보내는 서문에 이어 1장에서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한 뒤 1ㆍ2ㆍ3부에서 내용을 심화시키는 구조다. 1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들의 관계를 살핀다. 미래에 전개될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좋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모든 의미와 권위가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인본주의를 신봉하게 됐는지를 살핀다.

3부는 본격적인 미래 예측으로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은 인본주의를 위협하고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데이터교)가 신흥 기술종교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저자는 ‘미래의 역사’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그저 보여줄 뿐이다. 21세기 신기술을 활용해 호모데우스는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다. 결국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책은 저자의 해박한 역사학을 근간으로 철학, 생물학, 종교ㆍ문화, 21세기 신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7만연 역사를 거쳐 지구를 정복하는 과정은 물론 신기술과 맞물린 미래에 대한 전망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보는 듯하다. 그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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