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호성… ‘일상-그녀 리네아’초대전, 6월30일까지, 셀로아트갤러리

“정원을 가꿔본 사람들은 알 거예요. 꽃은 사람을 배반 할 줄 몰라요. 공을 들이면 반드시 답례를 해 오지요. 식물이 말을 한다면 나를 비웃을지 모르지만, 이른 아침 촉촉한 흙냄새를 맡다보면 꽃과 나뭇잎들이 말을 거는 거 같아요. 반대로 잠시만 소홀해도 시샘을 하느라 시들시들해져요. 그럴 때는 관심의 손길이 약이 되지요.”<타샤의 정원(Tasha Tudor’s Garden),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리처드 브라운 찍음, 윌북 刊>

키 큰 귀룽나무가 하얀 꽃을 만개한 하늘에 흰 구름 고요히 흐르는 오후. 스카이블루 스니커즈의 가벼운 걸음, 재잘거리며 흐르는 개울을 건너면 유난히 폭신한 보드라운 흙 감촉의 매혹에 저절로 맨발걸음이 되는 느림의 시간이다.

화면은 현실이라는 틀 안에서 쫓기 듯 살아가는 여성의 꿈과 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가 그러한 영감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미국 삽화가 타샤 튜더(1915~2008년)로 손수 가꾼 정원과 동물 등 자연 속에서 동화되며 평온한 삶의 실천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일상에 감명 받았다. 그래서 그러한 삶을 동경하는 국내의 ‘튜더’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충주 인근 전원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전시명제 속 ‘그녀 리네아’다.

“작업은 스케치해서는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 가서 여인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재구성해 재현했다. 이번 작품은 거의 리네아의 정원에서 촬영했다. 내가 추구하는 그림은 원천적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인데 그 요소에 더 행복해 질수 있는 주제를 사용한 것이 이번 전시작품의 특징이다.”

인물 상징성과 판타지 요소

화면은 얼굴이나 다리가 부분적으로 보이거나 바닥그림자를 그리지 않거나 심지어 뒷모습은 희미하기까지 하다. 여인의 손짓, 행동, 표정은 안보이지만 그렇게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 들게 하는 상징성에 집중해 현실에 없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부연하자면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내’가 작품에 대입되는 여지를 남겨두고 그럼으로써 화폭에 관람자의 심상이 들어가는 순간 그러한 삶의 대리만족이라는 충만한 자연공간이 드넓게 펼쳐지는 것이다.

“조그만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리넨으로 만든 옷을 입고 보닛 모자를 쓴 그녀의 성실한 노동과 만족하는 일상의 엿봄을 표현하려 했다. 현대여성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제작 동기였다.”

한편 작가는 2006년 첫 개인전에서 풍경화와 정물화가 주제가 된 ‘시가 흐르는 그림이야기’전, 2007년 평면구성처럼 단순화시킨 정물화, 외모지향적인 사회문제를 담은 극사실화 ‘투영시리즈’를 발표한다. 2010년 창문을 통해 유토피아적인 공간을 바라보는 ‘사색의 정원’, 사과를 감싸고 있는 손으로 메시지를 담은 ‘사과’와 인간이 범하는 죄의 시작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람’연작으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 원죄에 관한 내용을 다룬 ‘두 번째 선악과’와 2012년 페미니즘적인 ‘공주의 눈물’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4년 딸기를 주제로 한 ‘Exterior’와 ‘일상-그녀 리네아’연작을 현재까지 병행작업하면서 화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호성 작가는 전국무등미술대전, 전국도솔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다. 이번 열다섯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 셀로아트(seloarts & C)갤러리에서 6월1일 오픈하여 30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그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요즘도 서너 시간 밖에 잠을 못 잔다. 그만큼 작업에 매달린다. 화가의 길은 자신의 달란트를 가지고 선택해 나가는 것이지만 극단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실패 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권동철 @hankooki.com

-일상-그녀 리네아, 90.9×65.1㎝ Oil on Canvas, 2014

- 일상-그녀 리네아, 53.0×33.4㎝, Oil on Canvas, 2017(each)

-김호성(Artist KIM HO SEONG)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