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개인전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 아트선재센터 6월 2일∼8월 6일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예술과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면서 세대 간 소통과 공감에 매진해온 노순택 작가가 우리 시대의 굴절된 단면들을 기록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8월 6일까지 열리는 ‘비상국가 Ⅱ-제 4의 벽’전이다.

지난 9년의 기록에는 분단이 내면화된 현장과 더불어 용산참사,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강정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당대의 굵직한 사건들이 관객과 마주한다.

‘비상국가 Ⅱ-제 4의 벽’전은 200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열린 개인전 ‘비상국가Ⅰ’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로 ‘비상국가’라는 문제의식을 끌고가되, 지난 10년사이 새롭게 벌어진 사태의 그늘을 비추는 신작 위주로 구성됐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비상국가’는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의 개념이다. 이는 민족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태라기보다 국가가 처한 법적 헌법적 상황이 ‘비상’인 상황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국가적 위기가 비상사태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처한 법적 헌법적 상황이 비상사태를 부르는 것이라는 얘기다.

작가는 그러한 ‘비상국가’ 개념이 식민지 해방 이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항구적 비상사태에 놓인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왔다. 분단체제라는 억압적 구조가 남북한의 시민에게 끝없는 비상사태 하의 삶을 강요하고, 한국사회를 왜곡하고 있는지 그 모순된 풍경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천안함 침몰,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을 거쳐오면서 국민의 권리를 수호해야 마땅할 국가와 권력의 어두운 뒷모습을 꿰뚫어봤다. 작가는 분단이라는 구조적 모순과 국가 권력과 같은 거대한 힘이 개인의 일상에 일으키는 균열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근대국가가 자신의 권력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동원해 온 경찰력의 풍경을 담은 ‘비상국가’ 시리즈의 새 작업과 ‘남일당디자인올림픽’, ‘검거’, ‘현기증’, ‘가뭄’ 등의 새 시리즈에 깊이 나타나 있다.

가령 ‘가뭄’ 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에게 물대포를 발사하는 장면으로, 작가는 “물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피눈물을 흘리는 유족, 물대포를 쏘는 국가…사방이 물이지만 지독한 ‘가뭄’으로 보였다”고 했다.

‘제4의 벽’은 연극 무대를 하나의 방으로 상정했을 때 배우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한다. 어쩌면 남북한의 경계선이나 분명한 현실이지만 믿기 어려울 만큼 연극적이어서 초ㆍ비현실적인 한국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번 전시는 수많은 벽에 가로막혀 있는 오늘의 우리에 관한 ‘의심’을 촉구한다. 02)733-8949.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가뭄 Drought #CFL1401, 잉크젯 안료프린트, 가변크기, 2015

-비상국가 State of Emergency #CGG0801, 잉크젯 안료프린트, 가변크기, 2016

-비상국가 State of Emergency #CDM2802, 잉크젯 안료프린트, 가변크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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