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초대전 ‘복풍(伏風)’展…장은선갤러리, 7월 12…22일

대학교수로, 미술비평가로 명망의 평이 따르는 김상철 선생이 이번엔 ‘그림’을 들고 뜨거운 여름을 가로지르고 있다.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무더운 삼복더위를 잊게 할 특별한 전시 ‘복풍(伏風)’전을 열고 있는 것. 부채에 그린 작품을 포함해 작가가 느끼는 여름정취를 화폭에 옮긴 작업으로 도시에서 보기 힘든 소소한 농촌 자연모습을 비롯해 여름에 자주 등장하는 동식물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화면에 재미있게 담아냈다.

뜨거운 태양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하얀 눈꽃이 만개한 하얀감자밭과 여름 밤하늘을 닮은 자주 꽃이 피는 자주감자밭 풍경. 들풀사이를 자유롭게 나풀거리며 여름을 즐기는 호랑나비들. 6~7월이면 흔하게 볼 수 개망초 꽃밭에서 노니는 꿩 한쌍 등 여름농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담한 모습emf은 도심에 사는 이들에게 순수하고 싱그러운 자연향기를 느끼게 한다.

정방형 한지에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자연의 정서를 담아냈다면, 부채라는 제한적이고 형식적인 틀 안에 조금 더 집약적 느낌으로 완성된 부채 연작은 부채 안에 그려진 한국화와 함께 제목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림소재와 언어의 유희로 완성된 부채 작업은 우리 선조의 풍류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이는 작가의 삶, 화의(畵意)와도 유관하다. 작가는 ‘붓을 드는 그대에게’라는 지면을 통해 비평가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땅의 젊은 예술가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예리한 비판과 함께 애정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의 글은 붓을 드는 자로서의 삶이 허영과 권위로 물들 때 살며시 일깨워주고, 너무 앞서고 멀리 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마는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의 글이 지향하는 바는 자신의 그림에도 내재돼 있다. 그래서 동양화가인 이만수 성신여대 교수는 “그의 그림에는 욕심이 없어 막힘 없이 술술 그려지고 매우 자족적인 면을 띠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화의(畵意)는 현실적인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 숨어있어 비수처럼 정곡을 찌르고 있으며 곁들여지는 글 속에 그 의미가 드러난다”고 평했다.

이번 ‘복풍(伏風)’전은 하얀 한지에 청량한 색감으로 풀어낸 작가의 부채그림과 신작들이 불볕더위를 이겨낼 시각적인 시원함을 전한다.

김상철 선생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후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 문화대학에서 동양예술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여러 전시를 기획하였고 지금까지 꾸준한 평론 활동을 하며 많은 작가들의 작업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에서 후학양성과 더불어 2017 국제수묵화 교류전 총감독을 맡는 등 미술계 전반에서 활약 중이다. 7월 22일까지 전시.

02-730-3533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만복’, 32x32cm, 부채, 2017

‘오복’, 32x32cm, 부채, 2017

‘가족’, 73x72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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