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종숙…‘빛의 산수’초대전 7월26~8월18일, 갤러리 조은

“인간의 기호와 체계는 기록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신호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과정과는 구별되는, 아직 현실화되지는 못한 관념들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게 표현되는 한 그것들은 기록된다. 따라서 그러한 기록들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생성되는 성질이 있으며, 바로 이런 측면에서 인본주의자에 의해 연구된다.”<시각예술의 의미,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지음, 임산 옮김, 한길사>

산촌의 고즈넉함이 빛의 발산과 중첩되어 생의 절정과 유구한 세월이 고혹의 스파클에 부서진다. 겸재 정선(鄭敾)의 여러 금강전도(金剛全圖)를 임의적 변형과 각색으로 그려 낸 동양적 웅혼한 깊이감이 화면 중심을 잡고 그 위 추상느낌의 스와로브스키(Swarovski)가 현대미감을 북돋아 시선을 끌어당긴다.

메탈칼라로 밑바탕 한 위 에어브러시로 부분칼라변화를 모색한 후 크릴스탈의 투명한 효과를 강조한다. 푸른색 도는 하얀 빛은 후덥지근한 가슴을 식히는 청청한 물줄기를 선사하며 우리 산하를 풀어냈다.

“고전산수를 차용하지만 오늘의 감각을 담아 현대의 풍경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작업본바탕이다. 스와로브스키는 오리엔탈리즘이 가지고 있는 무한우주의 신비로움을 영혼의 판타지로 승화시키는 빛의 미학에서 주요한 질료이다.”

정신과 형식의 융합과 확장성

작가는 2000년대 초 ‘나’를 솔직하고 과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작업에 목말라 있었고 그때 나전장롱 공방장인으로 일생을 걸어오신 아버지 작업실에서 보아왔던, 빛을 받아 부서지는 환상적 세계의 유년기억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재현해보자는 강렬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것이 오늘까지 오게 된 시초다. 그래서 고도화된 물질문명의 상징으로 적합한 현대성을 담을 수 있는 재료를 모색한 끝에 크리스털을 찾게 된 것이다.”

이후 2003~2004년 즈음 이 소재에 대한 실험 작품 및 2005년 홍익대 현대미술관에서 가진 단체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듬해 미국 샌디에이고 CJ갤러리 개인전에서 ‘신비롭고 이색적인 호기심을 드러냈다’는 현지호평을 받았다. 2007년 인사아트센터에서 100~1000호에 이르는 대작30여점을 발표했는데 ‘조형적으로 과감하고 아낌없이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었다’라는 평과 함께 그의 입지를 한층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11, 2013년 관훈미술관 1~3층 전관전시에선 특히 해외 콜렉터들에게 주목받았다.

김종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번 스무 번째 개인전 ‘빛의 산수(山水)’초대전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joeun畫廊)에서 7월 26일 오픈해 8월 18일까지 열린다.

“애초 이 재료를 택했을 때 현대인의 물질만능과 욕망, 소통과 융합에 적합할 것이라는 조형코드로 판단했다. 나의 작품은 장중한 아우라로 심미세계를 압도하는 것에 모아져 있다. 부연하자면 동양의 정신과 서구형식의 융화를 통한 회화의 확장인데 유년시절 보았던 나전의 찬란한 초월적 빛과 현재의 크리스털이 어우러진 광활한 스펙트럼의 장엄한 빛의 형상성이 그러하다.”

한편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스와로브스키와 만남 과정에서 내 작업의 당위성들이 매번 생겨났다. 그것이 원동력이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운명적 사명감으로 여긴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 및 인물캡션

-ARTIFICIAL LANDSCAPE-Grey Calm, 70.0×160.0㎝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3

-Luminous Blue Mountain,180.0×180.0㎝, 2017

-김종숙(JongSook Kim,金宗淑) 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