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동윤…‘애정이 깃든 사물들’개인전, 11월1~14일, 갤러리 그림손

“여기에 일종의 인력(Attraction)이 있는데, 우리는 이 인력이 자연계에서와 마찬가지 정신계에서도 의외의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인력의 원인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음으로 그 원인들은 인간본성의 근원적 성질들로 환원되어야 하지만, 나는 그 성질들을 함부로 설명하지 않는다.”<오성에 관하여, 데이비드 흄(David Hume)지음, 이준호 옮김, 서광사 刊>

화면은 종이가 겹쳐졌을 때 바탕과 겉 색이 어우러져 또 다른 색채의 뉘앙스를 보여주며 산들거린다. 고요 속 안온한 위안의 손길처럼 어디선가 처음 만개하는 꽃향기의 싱그러움이 풋풋하게 전해져 오는 듯 트인 감각을 드러낸다.

정면에서 보면 선이지만 이동을 하면 관람시각에 따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지의 ‘날’을 세운 것이다. 날의 속내는 직선화되어 있지만 캔버스에서 최소한 6㎝이상 올라올 때는 흔들림이 감지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한지 스스로 친밀히 융화되어 다각적이고 다채로운 겹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천연스러움을 내보인다. 이는 오방색을 포용한 숙성된 색채와 함께 작품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서양미술의 그것과 차이를 구별시키는 깊고도 그윽한 독창성과 다름 아니다.

“나는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국성이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보고 연구를 해본바 아직도 모호하지만, 정해지지 않고 꾸며지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것이 한국의 미라고 귀결된다.”

한지 콜라주화 그 차별성

작가는 1995년 백자항아리, 연, 화살 등 한국적 소재를 담은 정밀한 사물들을 묘사한 판화로 ‘애정이 깃든 사물들’연작을 발표한 이후 2002년 회화를, 2007년 화면에 솟아오른 ‘날’ 작업을 선보이며 한국성을 추상회화로 담아내고 있다. 오늘까지 판화에서 회화로 옮겨 왔을 뿐 20년 이상 시종일관 동일한 명제로 연마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한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초기 동판화작업을 했을 때 화학재료의 환경이었는데 몸에 해가 없는 재료를 생각한 결과다. 종이를 조절하며 쓰는 방식은 많지만 나의 작업은 구조나 색채 측면을 콜라주화하는데 그러한 것이 여느 것과의 예술적 차별성을 띠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동윤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갤러리 상, 아트사이드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작 품소장처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이다.

작가는 “1988~2015년 봄까지 작품집을 완결해 놓은 이후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한 과정에서 3년 만에 갖는 전시다. 박동윤 회화의 독자성이 드러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스물네 번째 ‘애정이 깃든 사물들’전(展)은 신작30점을 선보이며 11월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갖는다.

한편 화업40년 화백을 서울 송파구 방이역 인근 작업실에서 만나 장시간 인터뷰하면서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순수미술작가라는 것 자체가 환경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힘든 여정인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큰 기대를 한다기보다 좋은, 잊혀 지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은 소망이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 및 인물캡션>

-(좌로부터)Affectionate Things(애정이 깃든 사물들), 180×80㎝, 130×89㎝, 150×100㎝, 91×72.5㎝ Hanji on Canvas, 2015~2017

- Affectionate Things ,184×184㎝ Hanji on Canvas, 2015

-박동윤(朴東潤, ARTIST PARK DONG YOON)화백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