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강요배‥‘象을 찾아서’개인전1부, 5월25~6월17일, 학고재

'풍목(風木)', 181.5×227㎝,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하늘과 땅이 감응하여 만물이 변화하여 성인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세상이 화평해지니, 그 감응하는 것을 관찰하면 천지 만물의 실정을 볼 수 있다. 天地感而萬物化生, 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 觀其所感, 而天地萬物之情可見矣.”<주역(周易), 정이천 주해, 심의용 옮김, 글항아리 刊>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지며 스치면서 자신의 모습을 빚는다. 바람 역시 스스로의 자취를 나무에 남긴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서로에 연결되는 존재로서 세월을 다져왔다. 그 광음의 흔적을 묵묵히 껴안은 오래된 팽나무. 풍목(風木)은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지는 대상으로서 결합된 형태다.

‘한조Ⅱ(寒鳥Ⅱ)’, 90.5×72.5㎝, 2018
강요배 화백의 북제주군 작업실 귀덕화사(歸德畵舍) 앞 하천여울목. 왜가리 한 마리가 혹한의 칼바람에 미동도 없이 다리 하나를 꼬부린 채 웅크리고 있다. 숲속 어둠은 거센 풍랑처럼 어둑어둑 밀려든다. 오오 고결한 존엄에 흐르는 깊은 적막의 노래처럼 새파란 응시, 일념의 한조(寒鳥) 눈빛이 한기를 부스러뜨린다.

“상(象)이라는 것은 하늘이 이뤄놓은 천성(天成)처럼 여러 가지를 상징한다. 단지 표피적인 것이 아니고 좀 더 본질적이며 압축적이고 핵심적 이미지다. 물론 여기엔 시간성도 농축되는데 차별성이라고 할까, 그림다운 것을 찾으려면 상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만의 시선 안, 調-律

화백은 붓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1994년 학고재서 가진 ‘제주의 자연’전(展)을 준비하면서 “투박하고 성근 제주의 땅과 돌, 풀, 나무에 어울리는 도구를 나름 개발”하였다. 빗자루, 말린 칡뿌리, 서너 겹 접은 종이 붓 등이 그것인데 이를 25여 년 동안 화폭에 운용해 오고 있다. 화실 주위를 오가는 고양이, 왜가리, 한조 등과 뜰에 피고 지는 꽃과 나무 등을 기록한 작품들로 소소하고 일상에서 얻은 감응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상(象)을 찾아서’개인전은 5월 25일 오픈해 6월17일까지 학고재 갤러리 전관에서 이러한 회화 30여점을 선보이며 전시 중이다. 이와 함께 강요배 화백의 역사화(歷史畫)를 한자리에 모으는 2부 전시 ‘메멘토, 동백’주제는 6월 22~7월 15일까지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어둠과 어스름으로부터 흐리고 맑고 눈부심까지 동시에 온도를 느끼고 소리를 듣고 질감을 느낀다. 고요하거나 굳건한 것, 빠르거나 느리게, 끊어지거나 이어지면서, 급박하거나 유유하게 움직이는 것들이다. 이들을 조(調)와 율(律)이라 말할 수 있겠다. 당장의 뚜렷한 체험은 서서히 심적 여과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사물로부터 왔으되 나만의 시선 안에 있다. 나는 그것을 단순화하여 명료하게 강렬한 요체로 간직하려 한다.”

작품 ‘치솟음’앞에서 포즈를 취한 강요배(姜?培)화백 <사진=학고재>
제주 출생으로 제주도에서 작업하고 있는 강요배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제주 대호다방에서 ‘각(角)’개인전을 시작으로 1998년 ‘4ㆍ3 50주년기념-동백꽃 지다’(학고재 등), 2008년 ‘제주4ㆍ3 평화기념관 개관기념 특별전:강요배의 4ㆍ3역사화-동백꽃 지다’ 등의 개인전을 가졌다. 1998년 민족예술상, 2015년 제27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한편 인터뷰 말미에 화업60년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자신이 형성되어 가는 것을 가장 잘 들여다보는 것이 그림이 아닌가 한다. 살면서 서서히 만들어져가는 ‘나’의 확인이 곧 화가의 길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본인의 스타일을 형성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여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