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춘옥… ‘자연-관계성’초대전, 6월19~7월1일, 세종갤러리

자연-관계성, 142×205㎝ 한지, 색지, 먹, 2015.
“어쨌든 모든 측면에서 나를 회전 시켜라. 이때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며, 더 가깝게 다가와, 나 자신을 열어젖히고, 나 자신을 쪼개라. 그래서 항상 새롭게 둘러보고 모든 측면으로(시선을) 전환하라. 그러면 너는 나의 모든 본질에 관해, 즉 나의 모든 표면적 속성, 나의 내면적 감각의 속성 등에 관해 나를(직접) 알게 될 것이다.”<수동적 종합,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지음, 이종훈 옮김, 한길사 刊>

물결 위 하늘거리는 그림자 사이 튕겨오르는 물방울, 나뭇잎과 햇살, 황량한 들판에 싹이 나고 꽃피는 은미(隱微)한 생명성의 숨이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Arpeggione Sonata) 선율의 자상한 가르침, 무리지어 피워낸 꽃들의 끈끈한 연대감이 화폭에 흐른다.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관계성(Nature-Relationship)’이다. 재료적으로 동ㆍ서양의 차이를 찾기 어려운 때, 현시점의 시대감에 어울리게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해 풀어냈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고향이, 성씨의 본관이 어디인지를 물으며 ‘나’를 이해하려 하듯, 동시대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맞닿아 있는 관계성 미학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가 서양화와 한국화의 차이를 바라보는 핵심이기도 한데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유현(幽玄)의 미감’이다. 이른바 함축미로 불리는 사물의 연관성에서 드러나고 향유되는 궁극의 미적 관점인 것이다.

1자연-관계성, 42×205㎝, 한지, 색지, 먹,2016
“내 작품에서 ‘한국 사람의 그림’이라는 것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이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본질은 ‘한국성’이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할 말은 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고 나대지 않지만 힘이 있는 그런 것들이 잠재되어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면서 생각하게 하는 회화, 나는 그것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촉각성이 발현해낸 자취

작가는 화선지, 색지, 먹을 현대적으로 운용하는데 종이를 7~8겹 정도 배접한다. 자연성으로 투과되는 수묵과 채색 그 농담(濃淡)의 흡수와 번짐이 맨 아래에 이르면 덧댄 종이를 걷어내고, 뜯어낸다. 이러한 데꼴라주(Decollage)과정을 거치면서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절제미는 이른바 ‘우리 어머니 손맛’이라는, 김 화백만의 촉각성이 발현해 낸 웅숭깊은 독창성과 다름이 없다.

김춘옥(金春玉) 화백
김춘옥 작가(KIM CHUN OK)는 대구출생으로 경북여고,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세종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동아미술제 대상을 거머쥐었고 이듬해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없는 차석상을 수상했다. 당시 발표한 그림자시리즈 ‘영(影, Reflection)’작품은 해맑은 물그림자를 통해 정중동(靜中動)의 자연계를 승화시켰다. 90년대 중반 ‘자연에서(In Nature)’, 2000년대 초 ‘유현(幽玄, Profoundity)’시리즈에서 오늘까지 진화한 ‘자연-관계성’연작에 천착해 오고 있다.

2013년 일본도쿄 전시 이후 5년 만에 갖는 이번 초대전은 지난 6월 19일 오픈해 7월 1일까지 그동안 작업한 30여점을 선별하여 서울시 중구 충무로 세종호텔 내 세종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한편 화업55년 김춘옥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 외에 본시 그림이라는 게 정답이 없다. 새 화판을 앞에 하면 지금도 늘 막막하다. ‘어떻게 이걸 해야지, 표현하지?’한다. 끝없이 고민하지만 늘 오늘 처음인 듯 하려하는데 그런 가운데서 종종 고뇌를 즐기기도 한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