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진정한 성공과 행복이란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식들에 갖는 일반적인 바람이다.

물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개개인의 역량 차이도 있지만 교육의 제도적 한계와 사회 구조적 모순도 크게 작용하는 탓이다.

부모의 뜻에 따라 모범적인 길을 가는 자식들이 반드시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단언할 수 없다. 자식들이 진짜 행복한지, 그들 삶의 주체가 돼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자식을 위한 것과 동떨어지거나 오히려 자식의 삶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가장 큰 삶의 목표를 자식의 성공에 두는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최근 출간된 ‘백점 아들, 육식동물 아빠’ (최준영 지음, 조윤커뮤니케이션 펴냄)는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교육 현실을 분석하고 부모들이 자식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더욱이 책의 저자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이며 각종 시험과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둬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어느 순간 폐인이 되다시피한 적도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 최준영 씨의 아들 정혁 군은 생후 21개월 만에 책을 읽고, 수학 천재 기질을 보이는 등 일찍 영재성을 드러냈다. 저자는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미국 초등학교 시절 수학 영재선정, 중학 2년 때 토플 만점, 외대부고 수석 입학, 한국 최초 ACT 만점. 수학올림피아드 입상 등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정혁 군과 부모의 교육 방식은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혁 군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도 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미국 수학 영재 대학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의 하비 머드 칼리지(Harvey Mudd college)를 선택, 수학 전공자로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부모의 기대를 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한 정혁 군은 미국 대학 4학년 말 유명대학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군 복무를 마쳐야겠다며 급히 귀국했다. 그런데 정혁 군은 부모의 기대와 전혀 다르게 변해있었다. 틱 장애로 부친과 눈도 못 맞추고, 무기력증에 대인 기피증을 보이며 자신의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리고 군 입대가 불가능한 우울증 환자가 됐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영재 아들이 그렇게 된 게 바로 자신 때문이었다. 저자의 스파르타식 관리 교육이 아들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에서 밝혔듯 저자는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원격으로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이메일로 아들에게 과제를 주고, 일과를 감시했다. 아버지의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미국 유학 생활 중 아들은 자신의 삶이 아닌 것 같은 생활, 여전히 치열한 공부에 회의를 느끼고 우울증에 빠져 들었다.

저자는 자신과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아들을 보고 자기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아들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은 저자는 충격에서 벗어나 뒤늦게 아들과 소통하고, 아들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아들 말을 무조건 지지하기 시작했고, 인디밴드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도 격려를 보냈다. 아들의 우울증이, 틱 증상이 사라졌고, 아들은 “살아오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들은 졸업 후 2년이란 치료의 시간 동안 음악을 통해서 그리고 귀중한 사랑을 통해서 정상의 모습을 회복하고 군복무도 무사히 마쳤다. 홍대 앞에서 인디밴드 활동을 하며 만난 7년 연상의 여자 친구와 얼마 전 결혼도 했다. 그리고 가장 신나고 행복하게 수학천재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담은 ‘백점 아들, 육식동물 아빠’는 일종의 저자의 참회록인 셈이다. 책 제목에서 ‘육식동물 아빠’는 밀림이나 정글과 같은 치열한 경쟁구도의 사회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육식동물의 성향을 가진 저자를 함의한다.

육식동물 아빠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아들이 완벽하게 성장해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해 아들을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억누르는 관리를 했다. 하지만 아들은 정글과 같은 경쟁사회에 들어서기도 전에 낙오자가 됐다.

우리사회에는 저자와 닮은 육식동물 아빠가 무수히 많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에 시달리다 일탈하는 청소년도 부지기수다. 저자의 책은 개인의 반성문인 동시에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의 삶에 자기 인생을 걸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과잉보호, 자식들과의 소통 부족, 자식에 대한 몰이해 등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부모의 과욕이 자식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있고, 이는 부모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책은 자식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이며, 자식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게 하는 창(窓)이라고 말한다. 자식을 믿게 되면 과도한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자식들 또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간다는 것이다.

책은 개인적 경험에 바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부모들이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안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한국과 미국 교육의 차이점 △한국 중·고등 학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향후 계획 등을 전한다.

책은 ‘교육’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깊이 읽다 보면 개인의 인격의 중요성, 충돌하는 욕망의 조화,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영역에 신선한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최병창 기자 bccho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