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송지호…‘일상&행복’초대전, 7월 5일~8월 31일,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

유혹, 122.2×122.2㎝ acrylic on canvas, 2017
“나는 20대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 군만두를 먹을 때마다 행복의 기준이 충족되고 있다는 느낌이 꽉 차오르곤 했다.…사우나와 군만두는 무척 소박하다.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행복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두 가지가 나를 만족시켜 주는 행복감의 토대라고 스스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만합니다, 사이토 다카시(斎藤 孝)지음, 김윤경 옮김, 와이즈베리 刊>

초콜릿, 꽃, 수박, 풍선, 풍차, 오렌지 등 새콤달콤한 형형색색 사탕이 쪽배 가득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두운 뱃길을 부지런히 노를 저으며 딸이 기뻐하는 모습을 그리며 아빠는 귀가 중이다. 엄마는 늘 함께 있지만 그렇지 못했던 미안함과 아쉬움을 오늘 제대로 사탕선물을 하며 아이의 환심을 사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물결이 잔잔하게 찰랑이는 오후의 바닷가를 아빠가 아이를 태우고 이륜오토바이로 드라이브하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오는 들꽃향기처럼 영롱한 보석이 반짝이는 듯 수면엔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Rubinstein)연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이 은빛 찬란한 동경의 세계로 인도하듯 정감을 자아낸다.

바람이 불어 좋다, 35.1×24.1㎝, 2018
“어떤 매개체를 대상으로 그린 것이라기보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 때문에 특별하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일상에서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사랑의 느낌을, 물질의 풍요만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토끼, 아이와 공감대 캐릭터

작가는 2000년도 전북익산 ‘원 갤러리’에서 전통 실경산수(實景山水)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2012년 인사아트센터 전시에서는 산수를 점묘로 그려 주목받았다. “당시 먹과 한국화 물감으로 세필(細筆)작업을 했는데 작가로서 원초적인 점(點)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전시 이후 아빠가 되고 연말에 전북예술회관 전시에서 ‘토끼’가 처음으로 작품에 등장한다. 이러하듯 동화(童話)처럼 풀어내는 소재 ‘토끼’는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나온 캐릭터다.

“딸이 나와 같은 토끼띠이다.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토끼의 코, 털 등은 정밀한 작업을 요구한다. 이전에 한국화작업에서 세필을 운용했었기 때문에 그것이 본바탕이 되어 표현하는데 거부감은 없다. 정성을 쏟아 그리다 보면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는데 재료적으로 아크릴이지만 정신적인 느낌은 한국화가 녹아들어 있다.”

송지호(宋志鎬) 작가
송지호 작가(SONG JI HO)는 원광대학교 한국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스무 번째 ‘일상&행복’초대전에서 “나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한번 지을 수 있기를 소망 한다”라고 했다.

‘토끼’가 등장 한 때부터 현재까지의 대표작들을 선별해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문화예술촌 모모미술관에서 회화 30여 점과 입체작품으로 7월 5일 오픈해 8월 31일까지 전시 중이다.

한편 인터뷰 말미에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철학적 작업을 중시했다. 실경산수를 하면서도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현실과 맞부딪히게 되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힐링이 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편안한 게 좋아졌다. 그렇게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오게 된 것 같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