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표암 등 조선 대표작 150점 출품…24일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 23일까지 프리뷰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묵란도(墨蘭圖)', 비단에 수묵. 29.5x33.5cm. 추정가 2500만-4000만원

조선중기 왕가의 회화세계의 품격을 드러낸 작품을 비롯해 조선 예술의 대표적 서화(書畵)를 만날 수 있는 경매가 열린다. 고미술 전문 경매사 마이아트옥션가 오는 24일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되는 32회 경매에는 선조대왕 손자의 화첩, 추사 김정희, 표암 강세황, 석파 이하응 작품 등 조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명작들이 우리 고미술의 품격과 멋을 알린다. 경매 출품작은 총 150점이며, 출품가 총액은 시작가 기준 약 7억6200만원이다. 출품작은 경매 전일인 23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선조대왕의 손자인 해원군(海原君) 규창 이건(葵窓 李健)의 ‘화조영모화첩(花鳥翎毛?帖)’ 30폭이다.

규창 이건(葵窓 李健, 1614-1662), '화조영모화첩(花鳥翎毛?帖)', 비단에 수묵. 추정가 2억5000만-4억원

조선 중기 수묵 화조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절파풍으로 힘찬 윤곽선과 농묵과 담묵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잘 표현하였다. 또한 그의 영모화는 17세기 중ㆍ후반 도자기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연꽃 등에 난엽이 등장하고 부드러운 화면구성은 양식상 이징(李澄)이나 윤신지(尹新之)의 화조화와 같은 듯하지만 또 다른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다.

화첩의 표제에는 ‘규창화법(葵窓?法)’이라고 쓰여있고, 총 28폭의 화조영모화로 이뤄져있다. 4폭은 비단에 수묵으로 한 쌍의 새가 숲 속에서 노니고 있는 풍경을 각 폭에 그렸고, 22폭은 종이에 수묵담채로 백공작, 꿩, 원앙, 백로, 독수리, 말, 소, 다람쥐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각 폭에 한 마리를 중심으로 두어 쌍을 이루는 구도이다. 각 폭의 화조, 영모는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어 화첩 안에 기운생동함이 담겨 있다.

표제와 마지막 2폭에 백문방인 규창(葵窓)이 찍혀있어 그의 화첩임을 증명할 수 있다. 또한 화첩의 맨 끝 부분에는 ‘開城財閥 李根泰氏 所藏品 晴江 金永基氏 紹介로 入手. 一九七二. 九’라고 쓰여 있어 1972년 9월 청강 김영기의 소개로 개성 재벌 이근태의 소장품을 입수하게 된 경위가 적혀있다.

이 화첩을 소장했던 이근태는 소전 손재형이 소장하고 있던‘세한도(歲寒圖)’를 입수했다가 손세기에 건넸다. 규창 이건의 화격(?格)을 보여주는 이 화첩은 소장가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어 사료적 가치가 더해진다.

표암 강세황(豹庵 姜世晃, 1713-1791), '서화첩(書畵帖)', 종이에 수묵, 27x15cm. 추정가 1200만-3000만원
주요 출품작으로 표암 강세황의 글과 산수도가 담긴 서화첩은 중국문학을 토론할 때면 육방옹(陸放翁)으로도 불리는 중국 남송(南宋)의 위대한 애국시인 육유(陸游, 1125∼1210)의 시를 썼는데 표암이 61세 관로(官路)에 진출해 79세에 생을 마감하는 황금기의 유려한 서체로서 그의 ‘수역은파첩(壽域恩波帖)’에서 서체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서첩 뒷부분의 산수도는 공간감있는 구도와 원산과 근경의 숲, 비 온 뒤 안개 낀 자연의 모습을 중국 미불의 미점법(米點法)과 유사하게 표현한 표암의 전형적인 산수도와 그 친연성(親然性)을 비정(比定)해 볼 수 있다.
매산 이하진(梅山 李夏鎭, 1628-1682), '소동파 시', 종이에 먹, 101.5x41cm. 추정가 1000-2000만원

또한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인 소당 김석준(小棠 金奭準, 1783∼1837)의 소장인이 찍힌 김정희의 묵란도와 석파 이하응의 비단에 먹으로 그린 품격있는 괴석 묵란도 대련, 능란한 파발묵(破潑墨)을 구사한 정조 때의 문인화가 수월헌 임희지의 묵죽도, 단원의 아들인 긍원 김양기의 멋스러운 구도와 주제의 생동감을 강조한 가응도가 출품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 아우인 김상희에게 보낸 간찰, 성호 이익의 아버지이자 조선 중기 명필로 알려진 매산 이하진의 소동파 시 등 주요 고미술품들도 선보인다.

박종진 대기자



박종진 대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