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 올해도 높은 예매율 인기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초연 당시 창작 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 ‘웃는 남자’가 올해도 흥행질주하고 있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해당 무대는 총 5년의 제작 기간, 약 175억원의 초대형 제작비가 투입됐다.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상,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한 이 작품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이 크다. 지난달 9일 막을 올린 이래 연일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뮤지컬 웃는남자 한 장면.
세기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기 런던에서는 어린이 연쇄 실종 사건이 다수 발생했었다. 빈민촌을 중심으로 약 50년 동안 수만 명의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이는 ‘콤프라치코스’라는 극악한 범죄 집단이 저지른 짓으로 훗날 밝혀졌다.

작품 스토리 전개는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윈플렌은 어릴 적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겨져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매서운 눈 폭풍 속에 홀로 버려진 그윈플렌. 살을 에는 추위 속을 헤매던 그는 얼어 죽은 한 여자의 품에 안긴 아기를 발견한다. 다행히 아기는 살아 숨 쉰 채 엄마의 젖을 물고 있다. 그윈플렌은 그 아기의 이름을 ‘데아’로 짓는다.

데아를 업고 정처 없이 떠돌던 그윈플렌은 우연히 만난 약장수 우르수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평소 인간을 혐오하던 우르수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두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한다.

세월이 흘러 그윈플렌과 데아도 어느 정도 성장했다. 우르수스는 그들과 유랑극단을 꾸린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게 된 유랑극단 단원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는데, 해당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이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만다.

생애 처음으로 여성에게, 그것도 아름다운 조시아나에게 구애를 받은 그윈플렌은 고혹적인 부인의 유혹에 순수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우르수스와 데아는 그런 그윈플렌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러던 중 그윈플렌은 또 다른 시련을 맞게 된다.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 높은 고문소로 끌려가게 된 것. 늘 함께 했던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 세 사람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 뮤지컬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빅토르 위고의 통렬한 비판 한 문장으로 작품의 주제를 요약한다. ‘부유한 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제작사는 “로버트 요한슨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 부유한 자들은 늘 가지지 못한 사람을 착취해 왔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뮤지컬 웃는 남자는 그런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올해 캐스팅 라인업을 보강했다.

‘그윈플렌’ 역에는 폭발적 가창력을 겸비한 최정상 보컬리스트 이석훈,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요계와 예능 등 다분야에서 활약 중인 규현이 열연한다. 이와 함께 최근 ‘마리 앙투아네트’, ‘엑스칼리버’ 등에서 활약한 대세배우 박강현과 엑소(EXO) 수호가 초연에 이어 또 다시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극 중 어린 그윈플렌과 데아를 거둬들이는 떠돌이 약장수이자 서사의 중추를 이끌어나가는 '우르수스' 역에는 폭넓은 연기스펙트럼을 지닌 배우 민영기, 초연 당시 극의 뼈대를 잡았다는 극찬을 받은 양준모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부유하고 매혹적인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여공작’ 역에는 뮤지컬 디바 신영숙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압도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김소향이 열연한다. 아이와도 같은 순백의 마음을 가진 천사 같은 존재로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 역으로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강혜인과 이수빈이 무대에 오른다.

무대의 배경과 스토리 전개도 변화를 줬다. 초연 당시 모형 배를 사용해 보여줬던 ‘프롤로그’의 난파 장면은 실제 배를 새로 제작해 더욱 실감나는 무대로 꾸며졌다. 2막은 장면의 순서를 바꿔 그윈플렌의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다루고, 극 중 인물들의 상황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깊은 몰입감과 극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일부 추가 혹은 수정된 대사들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높이는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도록 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EMK뮤지컬컴퍼니 혹은 예술의전당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