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발견한 라듐에 노동자 사망…복잡한 심경에 초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1911년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퀴리부인’(마리 퀴리)은 그 영광은 뒤로한 채 숱한 고뇌 속에 살았다. 라듐 등으로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를 고민한 한편 그에 따른 유해성 문제가 얽히고설켜 아픈 삶을 보냈다.

자신의 선한 의도와 다르게 비극적 사건들을 접한 좌절감, 그에 맞서는 용기, 그 안에서 마리 퀴리가 입는 복잡한 내면들이 무대 위에 연출된다. 뮤지컬 ‘마리퀴리’다.

뮤지컬 마리퀴리 한 장면.
뮤지컬 마리 퀴리는 지난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신작’에 선정돼 처음 이름을 알렸다. 초연 당시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몰입감 있는 무대로 호평 받은 바 있다. 2019년 예술위가 선정한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부분에도 선정돼 이례적으로 2년 연속으로 공연예술 창작의 산실인 작품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의 대표적 연구 업적인 라듐의 발견,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좌절에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용기와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여성에 따르는 편견 때문에 ‘미스 폴란드’라는 놀림을 당하면서도 학문에 집중했던 마리 퀴리의 용기와 강단이 공연 1부를 주로 이끈다.

2부에서는 라듐의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라듐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줄줄이 사망한 가운데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벗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고통에 빠진 마리 퀴리의 모습이 연출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마리 퀴리의 노벨상 수상에 관한 비하인드는 무엇이 있을까.

2020년 뮤지컬 ‘마리 퀴리’는 실력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극 중 마리 퀴리 역은 인생을 바쳐 이뤄낸 연구가 초래한 비극적인 진실을 목도한 인간의 내면을 여과 없이 표현해내야 하는 만큼 연기력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역할이다. 이 역할에는 김소향, 리사, 정인지가 출연한다.

실제 1920년대 커다란 사회적 이슈였던 ‘라듐 걸스’를 대표하는 인물인 ‘안느’도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역시 거대한 권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입증하는 어려운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상당히 드라마틱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역할이다. 이 캐릭터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김히어라와 이봄소리가 선보인다.

이어 라듐을 이용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언다크’의 대표 ‘루벤’ 역에는 김찬호와 양승리가 무대에 오른다. 마리 퀴리의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으로 그녀의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피에르 퀴리’ 역에는 김지휘와 임별이 이름을 올렸다. 직공 ‘조쉬’ 역에는 김아영과 이예지, ‘폴’ 역에 장민수, ‘아멜리에’ 역에는 주다온이 열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역사적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주로 다루지만, 일부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이다. 김태형 연출과 천세은 작가, 최종윤 작곡가의 손길을 통해 마리 퀴리라는 한 인간과 그녀가 발견한 라듐을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라듐’의 산업화로 그 유해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서사를 심도 있게 그려냈단 평가가 나온다.

작품 제작사인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초연 당시 마리 퀴리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새롭고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 작품을 다시 올리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초연을 재정비하고 다듬어 더욱 발전된 극을 선보일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태형 연출은 “뮤지컬 마리 퀴리는 초연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작품”이라며 “이번 재연에 새롭게 연출을 맡게 돼 감회가 무척 새롭고, 한층 깊어진 마리와 안느의 서사를 통해 초연 때의 마리 퀴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1903년 마리 퀴리는 남편 피에르 퀴리와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며 수상 연설을 이 같이 밝혔다. "라듐은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 비밀을 알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요?“

생전 이상향을 위해 이성을 놓지 않고, 인류의 평화와 진보를 위해 묵묵히 연구에 몰입한 마리 퀴리. 공연으로 펼쳐질 그녀의 삶은 오는 3월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선보여진다.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서울 중구문화재단 및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