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계곡
인제 내린천이 래프팅 명소의 타이틀만 지닌 것은 아니다. 내린천의 진면목을 만나고 싶다면 상류로 발길을 향한다. 내린천 깊숙이 흐르는 은 개인산에서 이어지는 호젓한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은 개인산 자락을 따라 10㎞에 걸쳐 흐른다. 계곡 이름이 ‘미산(美山)’으로 ‘아름다운’ 절경을 아는 사람들만 남몰래 찾았다. 은 10여년 전만 해도 오지 중의 한 곳이었다.

여울과 새소리 간직한 물줄기

계곡은 풍부하고 물은 넘친다. 물길 따라 이어진 도로는 양양 구룡령으로 연결되는데 동해로 향하는 새 길들이 뚫리면서 오가는 차량이 드물다. 양지교 지나 을 따라 난 도로는 한가로운 드라이브 코스로 변했다. 길에서 만난 미산리 주민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차도 없어 자전거를 타고 계곡옆 도로를 달리기에도 좋다”고 전한다. 옹기종기 들어선 민박집과 펜션들이 계곡의 운치를 더한다.

미산계곡의 펜션

계곡 인근 마을은 예전 수달이 살아 수달마을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주위에는 가문비나무 등 숲이 우거지고 큰 여울이 많다. 어름치, 꺽지 등 1급 어종들이 맑은 물에 서식한다. 홍천군 율전에서 흘러온 물줄기와 이 만나는 양지말 합수지점은 모래톱과 자갈밭이 넓다. 양지말은 깊은 산중인데도 해가 오래도록 남아 있다.

에서 맞는 밤은 낮만큼이나 황홀하다. 온통 “쏴아∼”뿐이던 낮의 계곡은 밤이 되면 “후꾹 후꾹” 새소리를 낸다. 지친 도시인을 위로하듯 촘촘히 박힌 별도 쏟아져 내린다.

개인산 숲 트레킹과

중간에서 빠져나오면 개인산(1341m)으로 향하는 길이다. 배나무골, 산장까지는 길이 넉넉하게 뚫렸다. 잘 다져진 길은 80년대 초까지 벌목을 했던 산판지역이었다.

20년 전 산판 인부들이 찾던 함바집 주변은 벌목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등산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산장을 기준으로 터로 향하는 길과 어둔리계곡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이곳 길들은 원시림을 헤쳐나가는 기분이 든다. 1100m 고지에 위치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개인산 약수터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온통 바위투성이다. 인적 드문 개인산은 목쉰 뻐꾸기와 약초꾼들이 주인이다.

개인약수

한 시간 가까이 오르면 꼭꼭 숨겨 있는 옹달샘인 가 모습을 드러낸다. 탄산약수는 돌 틈으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며 입 안 가득 짙은 철 냄새가 밴다. 약수터 주변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돌탑들만 무성하게 세워져 있다. 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약수터는 개인산 건너 방태산 뒷자락에 자리잡았다. 산장에서 만난 약초꾼은 “개인산에는 여름이면 곰취, 참나물, 곤드레 등 나물과 약초가 넘친다”는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내린천 상류에는 다양한 모습의 계곡들이 담겨 있다. 개인산에서 나와 31번∼현리∼418번 도로를 거치면 진동계곡으로 이어진다. 은 방태산 휴양림과 방동약수를 품고 있다. 진동계곡은 1급수의 청정함을 자랑하고 희귀 식물들의 군락지가 숨어 있다. 오지로 알려진 15㎞의 아침가리골(조경동계곡)도 내린천 상류의 한 지류다.

방동계곡

여행메모

교통: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IC에서 빠져나온다. 상남면 지나 446번 지방도 따라 오르면 이다. 을 지나면 구룡령으로 이어진다.

음식: 일대는 두부요리가 맛있다. 인근에서 재배한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내는 식당들도 있다. 콩물 가득한 따끈한 생두부는 칼칼한 김치를 얹어 먹고, 들기름에 지글지글 구운 것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기타: 에서 진동계곡으로 접어들면 야생화가 피는 인제 곰배령으로 연결된다. 곰배령은 하루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어 가족단위 비대면 트레킹에 좋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