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야경
캐나다 알버타주 재스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로키의 최북단 국립공원이다. 고요한 마을 재스퍼에서는 야생 속에서 밤 하늘의 별을 보고, 골목길에서 엘크와 마주치는 이채로운 체험들이 현실이 된다.

재스퍼는 북미 최대의 드라이브 코스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종착점이다. 로키를 따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93번 도로를 가로지르면 한적한 마을 재스퍼가 봉우리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계절이 여름을 넘어서도 로키의 봉우리들은 만년설의 자취를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협곡, 호수 따라 비대면 하이킹

재스퍼의 롯지

재스퍼의 건물들은 대부분 몸이 낮다. 3층이면 고층이고 이 일대에서 최고급으로 여겨지는 숙소 역시 롯지(오두막) 형태로 운영된다. 몸을 낮게 드리운 건물들 너머로는 강성한 로키의 풍광이 더욱 도드라진다. 침대에 누워 슬며시 눈을 뜨면 창문은 캔버스가 되고 자연이 만들어낸 풍광들은 누워서 갤러리를 감상하듯 예상 밖 그림들로 채워진다.

재스퍼의 골목에 나서면 엘크 무리들이 천연덕스럽게 서성거리고, 오두막 정문 앞에서 가녀린 몸매의 사슴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투박한 뿔의 엘크들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선한 눈망울을 지니고 있다.

말린 협곡

재스퍼에서는 인근 휘슬러 산을 트램웨이로 오르거나 강과 호수가 만들어낸 하이킹에 나설 수도 있다. 50m 깊이의 골짜기가 이어진 은 폭포와 설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탐스럽다. 재스퍼 파크 로지에서 보베르 호수를 바라보며 '에프터눈 티' 한잔을 즐기는 것 역시 오후를 한층 품위 있게 만든다. 피라미드, 페트리샤, 보베르, 아네트 등 재스퍼 인근에는 호수들이 참 많다. '옥'이라는 뜻을 지닌 재스퍼에서 호수들은 보석같은 존재다.

밤하늘의 별 보는 ‘다크 스카이’ 체험

재스퍼의 다크스카이

웅장하고 화려한 로키의 국립공원들에 비하면 재스퍼 도심의 분위기는 아련하고 몽환적이다. 재스퍼에서는 캠핑을 하며 별을 보는 체험이 독특하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다크 스카이’ 프로그램은 고요하고 외딴 재스퍼의 로키를 음미하는 흥미로운 방법이다. 성운이 그려내는 흔적과 별 아래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은 먹먹해진다.

늦은 밤, 오두막 바에서 흘러나오는 담소나 불빛들은 봉우리의 윤곽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소담스럽다. 빙하수로 만들었다는 맥주 한잔에도 로키의 진한 흙 향기는 실려 있다. 재스퍼는 늦여름에도 해가지면 기온이 제법 쌀쌀한 편이다.

로키의 호수

로키의 비경은 이렇듯 어느 곳에서든 쉼표가 없다. 북적거리는 관광지에서 시야를 돌리고, 외딴 장소를 찾아도 감동은 산봉우리의 행렬처럼 아득하게 이어진다. 신기한 것은 어느 호수, 협곡, 오두막에 들어서든 코요테, 사슴, 엘크 등 로키의 야생동물들과 조용히 만난다는 것이다. 재스퍼 로키의 묘미는 바로 이런 느닷없는 조우에 있다.

여행메모

교통: 재스퍼까지는 아이스필드파크웨이로 이동하는 것 외에도 밴쿠버에서 비아레일 열차를 이용해 닿을 수 있다. 도시간은 투어버스로 이동한뒤 현지에서 렌트카를 빌리는 것도 편리하다.

음식: 로키 일대에서는 스테이크가 주 메뉴다. 'AAA' 등급의 질좋은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재스퍼 도심의 '브루잉 컴퍼니'에서는 빙하수로 만든 다양한 맥주의 시음이 가능하다.

기타: 페어먼트 재스퍼 파크 로지는 로키의 3대 숙소중 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별자리 보기 등 재스퍼에서의 다양한 체험은 재스퍼 국립공원 홈페이지(www.pc.gc.ca/jasper)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