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줘 오너가 잇속 챙기나?웨딩사업 진출 선언… 기존 상조업ㆍ영상장비업 외에 사업영역 확대직계가족 소송 후 모종거래 의혹… 대명 "경쟁력 확보위한 것"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의 대명그룹 본사.
국내 레저산업의 선두주자라는 대명그룹의 최근 사업 확장이 주목받고 있다. 대명그룹은 지난달 29일 자회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전문 결혼정보기업인 '더원결혼정보'(구 '행복출발 더원')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방법은 구주인수, 3자배정 유상증자 및 CB(전환사채) 발행이며, 인수 후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총 지분율은 98%이다.

대명그룹 측은 또한 8월 중 더원결혼정보를 통해 웨딩 컨설팅 업계의 리딩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연내에 합병을 추진하고 웨딩과 관련된 전 분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단순히 웨딩산업 진출에 그치지 않고 사업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사업 플랫폼 혁신이라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사업플랜에 따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기존 여가, 레저, 관광 사업을 아우른 고객을 위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뤄지는 사업 플랫폼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새로 인수한 더원결혼정보를 4년 내 상장할 수 있도록 그룹의 핵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명그룹은 레저산업으로 출발했지만, 영상보안장비 제조업, 공연사업, 상조업, 물류업, 부동산업에 이어 최근 웨딩사업까지 진출할 정도로 외형적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미 중견기업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리조트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떡볶이 사업까지 진출했지만 참담한 실패만 맛봤다"며 이번 인수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어머니와 오빠를 상대로 소송 제기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박춘희 회장 37.7%, 아들 서준혁 사장 36.4%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으며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며 16개사는 비상장사이다.

대명레저산업은 유-솔비넷(79.62%), 대명네트웍스(100%), DMS(100%), 벽송삼림업(100%), 벽송엔지니어링(99.00%), 오션글로벌코리아(46.08%) 등 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결국 박춘희 회장과 서준혁 사장이 대명홀딩스를 통해 대명레저산업, 대명건설, 대명엔터프라이즈를 지배하고, 대명레저산업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자회사로 대명컬처테인먼트와 대명코퍼레이션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하면서 3개 회사를 자회사를 두게 됐다.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은 대명홀딩스가 최대주주이지만 특수관계자로 서준혁 사장 3.86%, 서경선씨 2.38%, 서지영씨 3.43%, 박춘희 회장 2.76%, 박흥석 사장(1.34%)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박흥석 사장은 박 회장의 남동생으로 대명그룹 총괄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명그룹의 창업주는 2001년 타계한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아내인 박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정상적인 법 절차를 따랐다면 서 회장 재산은 부인인 박 회장이 9분의 3,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를 분할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두 딸을 대리해 상속권포기 절차를 밟았다. 이렇게 두 딸이 포기한 주식은 박 회장과 서 사장이 나눠 가졌다.

몇 년 후 세 자녀 중 장남인 서준혁 사장이 가장 먼저 기업 경영에 참여했고, 이어 차녀인 서지영씨도 2007년 대명홀딩스에 입사했다. 장녀인 서경선씨는 현재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이사이자 ㈜대명레저산업의 부사장으로 되어 있지만 경영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지영씨는 4년 전 어머니와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서씨는 그룹에 입사한 뒤 회사 사정을 알게 됐고, 어머니와 오빠만 지분이 있고 자신과 언니의 지분이 없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결국 서씨는 2010년 5월 어머니와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씨는 소장에서 상속을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상속분이 증가하는 박 회장이 대리인을 자처해 상속을 포기한 것은 민법규정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미 실시된 상속재산 분할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기롭게 제기된 소송은 5일 만에 서씨가 직접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대명그룹 가족 분쟁에 대해 당시 언론에서는 나이가 어린 서씨가 소송을 제기한 후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커지자 취하했거나 혹은 처음부터 소송을 진행시킬 요량이라기보다는 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압박용으로 활용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흘렸다.

당시 많은 언론은 소장 접수 직후 서씨와 박 회장측 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런 의혹은 이후 서씨가 설립한 개인 기업에 대명그룹 측이 상당한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갖기도 했다.

서씨는 2011년 인테리언 업체 '컴퍼스'를 설립하는데 이 회사는 대명레저산업이 발주한 37억원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하는 등 매출의 대부분을 대명그룹과의 관계에서 발생시켰다. 이후 서씨는 보유하고 있던 컴퍼스를 청산하고 광고·홍보 및 리모델링, 인쇄물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서안을 설립했다. 서안 역시 매출의 대부분을 대명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시켰는데 2013년 대명홀딩스로부터 약 2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컴퍼스와 비교하면 무려 7배에 가깝게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합병 통해 자녀들 시세차익 챙겨

대명그룹의 오너가(家)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와 시세차익 챙기기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2년 11월 상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가 비상장 계열사인 기안코퍼레이션을 인수할 때였다. 당시 대명엔터프라이즈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198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매입가는 33만원. 이는 최초 주식 발행가 5,000원에 비해 무려 6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2008년 3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대명엔터프라이즈에 인수되기 전까지 오너 자녀가 100%(6만주)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장남인 서준혁 사장이 지분 70%(4만2,000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 지분을 보유했다. 이 거래로 서 사장은 138억6,000만원, 두 딸은 각각 29억7,000만원을 챙겼다.

3억원으로 출발한 회사는 대명그룹 내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 사업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기안코퍼레이션이 계열사 간 얻은 거래 규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각각 311억원(계열사 의존도 100%), 522억원(63%), 613억원(61.5%), 1,011억원(68.9%)이다.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명그룹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대명엔터프라이즈의 기안코퍼레이션 인수는 회사 일반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입히고 오너가의 잇속만 챙긴 불공정거래"라고 비난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