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아우트로 휴면기업으로… 13억 이익에 17억 배당금 챙겨중국법인, 당국 감시 사각지대… 초기투자 실패 등 수험료 치러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이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를 직수입하던 계열사 아우트로에서 29억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아, 계열사 자금 빼가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지역의 마모트 매장.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는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블랙야크의 2013년 매출액은 5,805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1,270억원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013억원에 비해 92억원이 늘어난 1,10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약 42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매출액 대비 14.2%로 업계 평균을 웃도는 높은 이익률이다. 이를 바탕으로 블랙야크는 지난해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코리아에 이어 아웃도어 업계에서 매출 4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내심 1위까지 노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중위권에서 머물던 블랙야크가 정상까지 넘볼 정도로 성공한 데는 강태선 회장의 공이 컸다. 강태선 회장은 1973년 서울 종로5가에 '동진사'라는 등산용품 가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아웃도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국내 시장에서 '블랙야크'를 상위권 브랜드로 끌어올린 입지적인 CEO(최고경영자)다. 초기엔 동진레저의 블랙야크로 기억할 정도로 미미했지만, 스타 마케팅, 대리점 확대, 서브 브랜드 개발 등을 통해 매출액 1조원을 기대하는 아웃도어 전문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매출이 늘어나고 업계 영향력이 커지면서 강태선 회장을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과 말다툼 과정에서 '신문지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강 회장이 이번에는 계열사에서 자금을 빼간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강 회장 일가가 해당 계열사로부터 17억원이 넘는 고액 배당을 받은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 또 다시 도덕성 논란에 올랐다.

일감 몰아준 다음 배당금 챙겨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의류 판매업을 하는 계열사 아우트로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29억원을 빌렸다가 최근 회사를 정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우트로는 미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마모트'를 직수입해 판매했던 곳으로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07년 별도 회사로 독립했다. 강 회장이 지분 20%, 그의 아들 강준석씨가 지분 30%, 두 딸인 강영순 및 강주연씨가 각각 지분 20%, 블랙야크가 지분 10%를 출자하는 등 설립부터 오너 개인 소유로 출발했다.

아우트로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31억2,115만원이다. 31억여원의 자산 중 몇 천만원을 빼곤 모두 유동자산이다. 결국 회사가 가진 유동자산의 90%를 단기대여금으로 강 회장에게 빌려준 셈이다. 회사의 부채까지 감안한 자본총계는 강 회장에게 빌려준 돈보다 적은 19억원에 불과하다. 아우트로의 유동자산에서 강 회장의 단기대여금을 제외하면 현금성 자산이 9,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우트로는 월 평균 4,433만원의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남은 자산이 약 두 달 치 판관비에 해당한다. 즉 최소한의 운영자금조차 없는 빈털터리 상태에서 강 회장에서 2년 동안 대여금 명목으로 엄청난 금액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것이다.

강 회장의 자금 사용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빌린 자금의 이자율은 연 6.9%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오너가 법인 자금을 대여하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총자산 대부분을 빌려가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계열사를 이용한 전형적인 '오너의 자금 빼가기'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블랙야크 관계자는 "아우트로는 작년 초 이미 휴면기업이 되어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아우트로에서 해오던 마모트의 직수업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마모트와 블랙아크가 10년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판매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블랙야크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우트로의 자금을 강 회장이 대여한 것에 대해서는 "사업 재투자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강 회장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재투자한 사업결과에 따라 상환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이 아우트로를 통해 챙긴 자금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 회장 일가는 대여금 뿐 아니라 배당금으로만 올해 17억6,080만원을 챙겼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13억여원에 불과한 회사의 배당성향이 무려 132%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우트로 이익잉여금은 18억원 수준으로 대부분이 강 회장 일가 배당으로 책정됐다.

아우트로의 이 같은 이익은 대부분 블랙야크와의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준 블랙야크와의 거래로만 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상한 것은 아우트로의 작년 매출액이 57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체 매출보다 블랙야크와의 거래매출이 더 큰 경우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강 회장 일가가 아우트로 설립시 납입한 금액은 1억원 남짓. 이 중에서 강 회장은 2,000만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로 성장시켜 6년여만에 14억8,472만원(지분 90% 기준)을 회수했다. 대기업 오너가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만든 다음에 계열사를 동원해 전폭적으로 밀어준 다음, 배당금을 챙기거나 상장 후 시세차익을 남기는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정황이 읽어진다.

이처럼 블랙야크와의 거래로 발생된 이익 대부분이 강 회장 일가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에 대해 블랙야크 관계자는 "회장님은 블랙야크를 통해 배당을 받지 않았다. 아우트로에서만 배당을 받았는데 회사 경영 판단에 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법인, 회장님 비자금 창구?

강태선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구설수는 중국 현지법인이다. 블랙야크 베이징법인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9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17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715만원으로 손익도 흑자 전환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순매출액 기준이고 총매출액은 훨씬 더 많다"고 전했다.

현재 블랙야크는 중국 현지에 2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 연말까지 350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2015년 중국 내 매출 5,000억원, 대리점 800개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랙야크 베이징법인의 소유구조를 보면 블랙야크와 동진레저가 각각 20%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60%가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개인 소유로 추정된다. 정확한 지분율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강 회장 지분이 들어있는 건 사실이지만 많은 지분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야크의 중국 법인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법인은 금융감독원에 공시할 필요가 없어 당국의 감시 눈길이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강 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라며 "항간에서는 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랙야크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리스크가 많아 오너가 많은 투자를 했다.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지금은 중국시장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국내의 블랙야크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구조"라며 비자금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태선 회장은 지난 1973년 24살의 나이에 서울시 종로구에 '동진사'라는 작은 점포를 열었다. 이후 '동진사'는 1975년 '동진산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순수 기술로 자체 개발한 등산용품을 취급했다. 1995년에는 주력 브랜드가 되는 블랙야크를 출시하고 계열사로 동진레저를 뒀다. 계열사는 2010년 독립법인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블랙야크는 블랙야크와 마모트, 동진레저는 마운티아와 카리모어를 운영하고 있다. 강 회장은 동진레저의 지분 85%, 블랙야크의 지분 84.96%를 갖고 있다.



장원수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