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진-정치권 커넥션 정조준'낙하산 인사' 배후 소문 무성정치권 인맥 수사 땐 파문 확산 예고

한전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의 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국자유총연맹의 김명환 전 회장이 역대 회장 중 최초로 퇴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총연맹 소유한 한전산업개발(한산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산개발 노조는 최근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전ㆍ현직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지난 7월경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이 막대한 배당금 착취와 낙하산 인사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전ㆍ현직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다음 주 중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산개발은 지난달 초에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에 따르면 한산개발은 발전소 정비와 전기검침, 전기요금청구서 송달업무 등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지난 1990년 한국전력이 100% 출자했다가 2003년 자유총연맹에 지분의 51%를 매도해 민영화됐다.

노조는 자유총연맹이 한산을 인수하면서 마련한 자금이 6억6,000만원에 불과하면서 2010년까지 주식판매 대금 358억원 등 총 1,00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자유총연맹이 한산개발을 인수한 뒤 비전문 경영인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 보내고 주가 및 업계투자순위를 조작하는 등의 부실경영으로 회사에 총 642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산개발의 전ㆍ현직 임원들 상당수가 정치권에 줄을 대 자리에 앉은 만큼 전횡을 일삼은 사례가 적지 않아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면 경우에 따라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이번엔 못 참아"

현재 이삼선 한산개발 사장은 전 국무총리 비서관 출신이다. 이 사장은 이한동 전 총리의 비서관이었고 이 전 총리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총연맹은 안행부가 관리감독하고 있는데, 이 사장은 유정복 인천 시장이 안행부장관이던 때에 자리에 앉은 인물이다. 또 이 사장은 여권 핵심부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경민학원재단의 경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인데, 경민대학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경민학원재단 소유다. 이 사장은 홍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경기희망포럼 대표를 할 때 사무총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이 전 총리와 유 시장 그리고 홍 의원이 한산개발 사장 인선에 개입한 정권실세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실장과 국무총리 비서실 비서관을 역임했으며, 경민대학교 부교수, 그린캠프 환경교육연합 이사직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인선과 관련해 노조는 "총재가 바뀔 때마다 거듭되는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장이 낙하산으로 비전문 경영인이 내려오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 실세들이 자총을 통해 한산개발 인사에 개입해 회사를 경영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노조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대주주인 자유총연맹 측이 낙하산으로 임원인사를 계속해온 탓에 회사는 끊임없이 횡령, 배임, 주가조작 의혹에 시달렸다.

정권 핵심-연맹-한산 커넥션

한산개발의 한 인사는 "회사경영이 최근 몇 년 사이 어려웠던 만큼 전기와 경영 분야의 전문가가 사장으로 선임돼 이끌어야 하는 데 계속된 낙하산 임명으로 회사를 망치고 있다"며 "이렇게 임명된 이들은 전횡을 휘두르거나 방만한 경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장 역시 전력ㆍ경영 부문에서의 경험이 없어 능력이 의심스러운데 무슨 기준으로 그를 선임한 것인지 김명환 전 회장은 인사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 측과 유정복 시장 측은 자유총연맹을 통해 한산개발 인선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산개발 사장 선임과 관련해 개입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산개발은 지난 3월 김영한 전 사장과 대주주인 자유총연맹 간 불화로 한바탕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도 낙하산 인사로 인한 의견차였다.

김명환 전 회장은 이 사장이 임명될 당시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충분히 검토한 끝에 이삼선씨를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지 정치권의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장 인선은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 역량과 정치적 이해관계 등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맹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자유총연맹 총재 경선 직후 상대편 후보로부터 선거법위반 소송을 당했다. 이때 김 전 회장은 윤기영 부총재에게 "나를 도와주면 한산개발 사장으로 보내주겠다"며 변호사 비용을 지원받고 사장자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사장 선임을 앞둔 상황에 김 전 회장은 갑자기 윤 부총재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 사장을 한산개발 사장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김 전 회장은 정권 실세로부터 '이씨를 사장으로 선임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전 회장과 윤 부총재는 "사실과 다르다. 오해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재판에 변호사를 한 명이라도 더 쓰는 게 좋다고 해 사인만 했을 뿐이다"고 주장했고, 윤 부총재는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데 대해 비용을 지불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사장 선임에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사장이 정치권 인맥이 넓어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여러 능력을 고려해 선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산개발 관계자들은 "한산개발은 제대로 경영하면 정말 알짜회사인데, 정권 실세가 연맹 총재를 결정하고 다시 연맹이 경영과 인사에 개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회사가 지금은 존폐위기에 처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