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방 삼킨 중국 다음 타깃은?중국 기업 2년여 전부터 국내서 유명 패션기업 및 브랜드 인수국내 중소형 게임회사에도 입맛… 게임업계 3위 CJ게임즈에 투자아이디어와 핵심기술 유출 우려

유아복업체 아가방앤컴퍼니가 중국 회사에 팔렸다. 계속된 저출산 현상에 따른 경영난에 한국의 우량 기업을 매수하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업계 1위 토종기업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계의 표정엔 씁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거대 자본이 국내 기업 쇼핑에 나선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회사들은 우량 기업을 인수해 국내 사업은 물론 현지로 가져가 더욱 몸집을 불리려는 전략 아래 국내 기업들을 차례로 사들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찬반양론이 활발하다.

중국 기업, 패션기업 본격적 인수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 3일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김욱 회장이 지분 15.3%(427만2000주)를 주당 7500원씩 320억원을 받고 중국 의류업체인 랑시그룹의 한국 자회사 라임패션코리아에 매각하는 계약을 2일 맺었다”고 밝혔다.

아가방은 1979년 국내 최초 유아의류 전문회사인 보라유통산업으로 섭립됐다. 1980년 아가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아가방은 설립 이후 35년간 국내 아동복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아가방이 회사를 매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경영난’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아가방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산율이 심각할 정도로 하락한 결과다. 2011년 95억 원이던 아가방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9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90억 원을 기록해 연간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랑시그룹의 아가방앤컴퍼니 인수는 국내 시장 진출보다는 본사의 중국 내수확대를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이 33년간 유지해온 ‘1가구 1자녀 정책’을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며 관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이 국내 회사를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2년 전부터 한국의 패션업체를 본격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자본력에 비해 수준이 낮은 디자인과 상품 기획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2012년 11월에는 더신화의 인터크루 캐주얼 브랜드가 중국 안나실업에, 12월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여성복업체 아비스타가 중국 디샹그룹에 매각됐다.

또 지난해 초에는 ‘블루독’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연매출 1,500억원대 알짜 유아복업체 서양네트웍스가 홍콩기업 리앤드펑그룹에 넘어갔다. 이런 중국 기업의 패션기업 ‘쇼핑’ 흐름은 결국 아가방앤컴퍼니 인수로까지 이어졌다.

IT기업 관심…게임업체 집중 인수

중국 기업들은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IT기업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업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에 ‘큰손’으로 떠오른 건 텐센트다. 시가총액만 165조원에 육박하는 아시아 1위 게임회사다.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13%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김범수 의장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다. 텐센트는 또 국내 게임업체인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로만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전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CJ E&M의 자회사인 CJ게임즈에도 5,3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업체가 국내 3위 게임업체인 CJ게임즈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의 한국기업 사들이기가 본격화됐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왔다.

텐센트는 지난해에도 화이트아웃과 NSE엔터테인먼트에 40억원씩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스타트업 리로디드스튜디오에 54억9,500만원, 레드덕 15억원, 탑픽 20억2,000만원 등을 각각 투입하기도 했다.

또다른 중국 게임회사인 샨다는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1,000억원에 인수했다. 처음에는 558억원에 40%를 인수한 뒤 차츰 지분을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샨다는 2010년 아이덴티티게임즈도 1,1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모바일 게임 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지난 4월 공식적으로 국내 게임 지사 ‘알리바바게임코리아’를 세웠다. 이후 국내 다양한 게임 업체와 만나 지분 투자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앞서 ‘아이러브커피’ 등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의 1등 공신 국내 게임기업 파티게임즈와 서비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알리바바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게임 ‘블레이드’를 개발한 네시삼십분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거대자본 국내 기업 인수 ‘양론’

중국 거대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를 두고 찬반이 갈린다. 먼저 국내 기업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리란 의견이 있다. 제한적인 내수시장을 넘어 광활한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내 회사의 기획력이나 아이디어, 핵심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유출돼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차례로 국내 업체들을 사들일 경우 중국에 대한 국내 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가 지속될 경우 국내 산업계가 중국에 종속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아무런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쇼핑’을 마냥 지켜보고 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