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가세, 2조5000억원 윤활기유 4파전정유사, 경기침체로 미래 먹거리 찾아… 국내시장 포화, 해외시장 눈돌려

에쓰오일 온산 윤활기유 공장. 사진=에쓰오일 제공
국내 윤활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유가격과 정제 마진 하락으로 기존 정유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자 틈새 대안으로 떠오른 윤활유 부문을 앞 다퉈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자그마한 파이를 놓고 대진하는 선수만 많은, 한마디로 빈 깡통만 요란한 격전(激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윤활기유 및 윤활유 시장은 연간 2조5,000억원 규모. 이를 GS칼텍스(17%), SK루브리컨츠(16%), 에쓰오일(12%) 등 정유 3사가 45%, 한국쉘, 한국하우톤, 모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3%는 유화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뛰어들었다.

윤활유시장은 1990년대 중반 만해도 연평균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짭짤한 화수분이었다. 그렇지만 시장이 성숙된 2010년 이후로는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돈이 된다고 생각한 정유사들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정유업체들은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국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ㆍ네트워크 등 해외시장 경쟁력 중요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셸베이스오일은 지난달 25일 충남 서산시 대산에 셸과 공동으로 연간 65만톤 규모의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윤활기유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셸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세계적인 석유생산업체 셸이 6대4의 비율로 합작한 회사.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오랜 숙원이었던 윤활기유와 윤활유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지난달 25일 준공식을 가진 현대오일뱅크 윤활기유 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공장 준공으로 하루 2만배럴의 원유 부산물을 처리해 내수 판매와 수출을 통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며 “생산된 윤활기유의 80% 이상을 합작사 셸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팔고 나머지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완제품 생산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개 정유사들은 현대오일뱅크의 윤활기유 진출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제 마진 감소와 원유값 하락,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영향으로 적자에 시달렸던 정유사에게는 윤활기유와 윤활유만이 유일하게 실적을 뒷받침해줬다. 이들 회사들은 현대오일뱅크가 가세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좋지만 자칫 경쟁심화로 제 살 갉아먹기가 될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윤활유 시장 1위는 GS칼텍스다. 1969년 인천에 공장을 세운 GS칼텍스는 ‘킥스’라는 브랜드로 자동차용 엔진오일을 연간 130만톤, 하루에 2만6,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업이 부진하자 올 상반기에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본부를 통합했다. 내수 21%, 수출 79%로 해외수출 비중이 크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라고 말했다. 또 “해외시장 공략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도와 중국에 있는 해외법인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동남아와 유럽 등 신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하게 윤활기유 제조 독자기술을 갖고 있는 SK루브리컨츠는 ‘지크’ 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고급윤활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울산 1,2,3공장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제3공장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스페인 까르따헤나 공장에서 고급윤활기유 제품을 생산한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공장을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기유 진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기존 고객에 대한 종속성 작업을 강화하고 ‘지크’ 이벤트 행사를 통해 로열티 높은 정비업체 고객을 고정화시킬 계획이다. 내년 초에 시장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위인 에쓰오일 역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합작해 울산에서 하루 4만2,7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에쓰오일 7’이라는 새 브랜드로 국내시장에서 엔진오일 6종을 내놨다.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의 비율은 23% 대 77%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시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국내시장보다는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 해외거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로 가세로 4파전인 된 윤활기유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외국 글로버 회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를 제외하고는 국내 정유사들이 쉘, 토탈, 셰브런 등과 합작을 하고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오일메이저사와 합작을 해서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기유에 첨가제를 배합하는 기술이 아직까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윤활유시장보다는 외국시장을 뚫어야 하는데 해외 네트워크를 글로벌 오일메이저사들이 쥐고 있다”라며 “결국 국내 정유사들은 공장건립과 인력을, 기술과 네트워크는 외국계 기업이 나눠 합작을 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활유에도 급(級) 있다


장원수 기자

자동차를 운전하면 통상 1만㎞ 주행에 한 번꼴로 엔진오일을 교체한다. 일종의 소모품으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제조사 브랜드를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엔진오일은 광유냐 합성엔진오일(합성유)냐 따라서 가격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원유는 정제를 하면 LPG->에틸렌->가솔린->경유->등유->중유->일반 광유계 기유->아스팔트 순으로 추출하게 된다. 광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일반 광유계 기유에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광유는 정제를 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에 값이 저렴하다. 원가가 리터당 비싸야 400원 정도다. 하지만 윤활성분과 함께 불순물도 따라오기 때문에 엔진 성능의 제약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위적인 화학반응을 통해 별도의 제조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걸어내어 만든 윤활유가 바로 합성유다. 광유는 점도지수에 따라 그룹Ⅰ∼Ⅲ까지 나눠지고 뒤로 갈수록 가격이 높다.

합성유는 값이 비싸다. 리터당 1,000~2,000원 정도의 원료 값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통상 시중 가격 차이는 4~5배 정도 난다. 그래서 일반 정비소에서 광유와 합성유의 가격도 그 만큼 차이가 난다. 광유에 비해 윤활능력이 뛰어나고 엔진에 무리가 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SK 엔진오일 제품 중에서 '지크 XQ'는 합성유이지만 '지크 A', '지크 M'은 광유이다. GS 중에서는 '킥스 PA'은 합성유이지만 '킥스 G'은 광유다.

윤활유를 자세히 보면 0W40, 5W30 등 숫자가 있다. 앞쪽에 0W, 5W, 10W라고 표기한 것은 저온에서 점도가 깨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한계기준치를 수치로 나누어놓은 것으로 0W에 가까울수록 저온에서의 유동점이 낮아 시동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W는 Winter의 약자로 뒤의 30, 40, 50의 숫자는 고온에서의 점도 유지력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앞의 W의 수치와 뒤의 점도지수가 넓으면 넓을수록 폭넓은 온도범위를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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