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소유에 '뒷말' 무성… 철퇴 맞나안 사장 농사 목적 아닌 농지 매입에 여러 의혹 나와일부 "총알용 재테크"… 감사 시작되자 서둘러 매각

경기도 이천 대월면에 위치한 시몬스침대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감사원이 안정호 시몬스침대 사장의 불법 농지 매입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 사장이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꾸며 농지를 취득했는지 여부가 골자다. 감사가 시작된 직후 안 사장은 서둘러 문제의 농지를 매각했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안 사장의 불법 취득 농지 규모는 3만7,890㎡ 수준이다. 그러나 감사 결과에 따라 추가 농지 매입이 드러날 수도 있다. 자칫 농지법 위반에 따른 처벌과 기업 이미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농지 3만7,890㎡ 매입

안정호 시몬스침대 사장이 농지를 취득한 것은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몬스침대는 경영난에 빠진 서림리조트가 매물로 내놓은 경기도 이천 모가면 일대의 부동산을 인수했다. 서림리조트는 당시 대표이던 임홍빈 문학사상사 회장이 온천을 발굴한 이후 2006년부터 온천 테르메덴을 운영해온 회사다.

안 사장이 이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시점도 바로 이때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안 사장은 3만7,890㎡(1만1,461평) 부지를 18억1,574만원에 일괄 매매형태로 사들였다. 판매자는 임 회장의 아내이자, 서림리조트의 최대주주이던 최정희씨였다.

안정호 시몬스침대 사장이 이천 지역 농지를 사고 판 사실이 담긴 등기부등본.
문제는 안 사장이 매입한 부동산이 '농지'라는 데 있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 자체가 불가능하다. 농지가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소재지 관할 자치단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벌가 오너가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자리에 농지를 소유한 것을 감안하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통해 농지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안 사장이 매입한 이후 촬영된 항공사진을 보면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지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해당 농지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동산업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봐도 해당 농지에선 안 사장의 자경(自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에 서둘러 매각

안 사장의 농지 매입을 두고 이천 지역 부동산업계에선 숱한 뒷말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농지를 매입해 사업 관련 인허가를 마친 뒤 회사가 해당 지역 개발에 나서면 웃돈을 얹어 되파는 식의 '재테크' 아니냐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는 재벌가에서 이른바 '총알' 마련을 위해 자주 애용하던 방법이기도 하다. 태광ㆍ대명ㆍ일진그룹 오너가 등이 그런 예다. 특히 시몬스침대가 안 사장 농지 인근 부동산을 서림리조트로부터 매입하면서 공장 부지로 활용할 계획임을 밝힌 점도 이런 견해에 무게를 실었다.

이천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몬스침대가 공장 조성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부지를 확보하는 가운데 안 사장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농지자격증명을 얻어 농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경료했다"며 "정황상 자경이나 자영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안 사장은 농지 매입 3년5개월 만인 지난달 12일 자신이 보유한 농지의 40% 규모인 1만5,249㎡를 40억원에 AK레저에 넘겼다. 상당한 시세 차익을 누린 셈이다. AK레저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개발이 서림리조트를 인수해 탄생한 회사다.

그렇다면 안 사장이 돌연 농지를 팔게 된 까닭은 뭘까. 그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감사원 감사와 연관짓는 시선이 있다. 현재 감사원은 안 사장의 불법 농지 취득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8월말 공익신고가 접수된 데 따른 결과다.

감사원은 9월 초부터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장이 부동산을 판매한 시점은 그로부터 10여일 뒤다.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감사가 시작되자 서둘러 농지를 처분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매입 농지 추가 등장 가능성

이번에 부동산등기를 통해 매입을 확인한 3만7,890㎡는 안 사장이 보유한 농지의 최소 규모다. 향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안 사장이 매입한 농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안 사장이 농지를 AK레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부 매입 확인이 되지 않은 부동산이 등장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확인 결과 해당 부지는 임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곳으로 안 사장은 이를 다른 농지와 같은 날 매입하고 매각했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 제한이나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해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감사 결과 불법 농지 매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사장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경우 안 사장의 도덕성은 물론 그간 쌓아 올린 시몬스침대의 기업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관한 사측의 입장을 물었지만 한 관계자는 "오너의 농지 매입과 매각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서도 "오너가의 일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사측은 본지의 취재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편 시몬스침대는 국내 침대생산 2위 업체다. 선두업체인 에이스침대는 안유수 회장의 장남 안성호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안유수 회장은 3위 업체인 썰타침대를 이끌고 있다. 사실상 국내 침대시장을 에이스일가가 독점하는 구조인 셈이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