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먹거리 장악에 곳곳에서 충돌… 롯데 '따라와봐' 신세계 '게 섰거라'

롯데는 광범위한 유통 채널을 통해‘유통왕국’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주간한국 자료사진
백화점ㆍ대형마트·아울렛·면세점 등 경쟁 갈수록 치열
신동빈-정용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기싸움
'너한테 질 수 없다' 잇단 영토 빼앗기에 감정 대립까지
과잉투자 논란 불구 '밀리면 끝이다' 치킨게임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두 국내 유통 공룡의 전선(戰線)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넘어 교외형 복합쇼핑몰(아울렛), 면세점, 편의점 등 유통업종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新)성장동력을 찾아 새로운 유통 분야로 진출하면서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모양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승부 추는 롯데는 백화점, 신세계는 대형마트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면세점은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롯데가 한참을 앞서가고 있고, 아울렛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장 피 튀기는 영토 확장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과 홈쇼핑은 신세계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승산을 논하기엔 무리다.

신세계는 그동안 '백화점-면세점-아울렛-할인마트-편의점-홈쇼핑'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유통채널에 비해 열세를 보였다. 면세점과 편의점, 홈쇼핑이라는 유통채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정 부회장은 아울렛, 면세점, 편의점 사업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미래 먹을거리 사업 계획 발표와 함께 10년간 3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롯데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백화점 : '부동 1위' 롯데에 신세계 추격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국내 백화점 업계의 사정이 예전만 못하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직접구매의 증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백화점 업계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1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1년 13.4%, 2012년 7.4%, 2013년 2.5%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롯데백화점은 2012년 44.4%, 2013년 45.8%, 올해 2분기 47.2%의 시장점유율로 여전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신세계백화점은 2012년 20.7%, 2013년 20.2%, 올해 상반기 19.9%의 점유율로 현대백화점의 추격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9,734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3,221억원으로 9.53%가량 감소했다. 세월호 영향 등 소비경기 침체로 매출이 둔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나마 하반기에는 중국 관광객(遊客·요우커)의 통 큰 구매와 내수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6% 늘어난 금액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7,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역시 13.57%나 떨어졌다. 소비침체에 올해부터 시작한 센텀시티점과 본점 리뉴얼로 매출이 부진했다. 신세계몰 수익성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신세계몰 매출액은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적자폭은 2013년 59억에서 2014년 129억으로 확대됐다.

그렇지만 하반기에는 롯데와 마찬가지로 선방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하반기 7,8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8,000억원으로 2.6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은 2.87% 늘어나 매출 성장세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센텀시티점과 본점 리뉴얼로 인해 감소했던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등 타사보다 차별화된 이익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대대적인 투자로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개점 84주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두 백화점은 상반기 세월호, 총선 등으로 소비시장이 경색되고 월드컵까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실적부진을 보였다"라며 "그나마 하반기에는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아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 이마트-롯데마트, 우울한 연말

대형마트의 추락에는 끝이 없다. 추석 연휴와 중국 관광객 특수 등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으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4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많아 사실상 "올해 장사는 끝났다"는 전망마저 흘려 나온다.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신세계 이마트는 2011년 33.1%, 2012년 31.5%, 2013년 29.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1년 16.5%, 2012년 16%, 2013년 16.2%를 점유율 차지하고 있어 대형마트 사업에서는 신세계가 앞서 있다.

이마트는 지난 9월 영업이익이 623억1,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5%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도 6.8% 감소한 9,802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개별 기준 총매출액은 0.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1%나 떨어졌다. 온라인쇼핑몰 이용자 급증과 소량 구매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좀처럼 매출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지난해 매출 6조1,259억원을 기록한 롯데마트 역시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월에는 추석 연휴 덕분에 매출이 3.5%가량 늘었다가 9월에 다시 8% 이상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월에는 개천절과 한글날 등 연휴가 겹쳤던 데다, 잠실 제2롯데월드 개장이 늦춰지면서 매출 부진 추세를 바꾸지 못했다.

아울렛 : 양보할 수 없는 영토싸움의 격전

신세계와 롯데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이어 아울렛 시장에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신세계가 파주에 아울렛을 개장하자 롯데 역시 같은 해 12월 이곳에서 불과 5.8㎞ 거리에 아울렛을 오픈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어 2007년 신세계가 선보인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으로부터 22㎞ 떨어진 위치에 지난해 12월 롯데는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하며 경쟁을 이어나갔다. 신세계와 롯데는 부산에서도 아울렛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산 신세계 아울렛이 문을 연데 이어 올해 2월 롯데는 부산시 기장군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포함한 복합쇼핑몰 착공에 들어갔다.

여기에 경기 북부지역 아울렛 사업을 놓고도 맞붙을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 7월 경기도 양주에 초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짓는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3월 경기도 의정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양사가 발표한 아울렛의 거리는 10㎞에 불과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심지역은 이미 백화점과 마트 등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출점할 곳이 없다. 아울렛은 한 곳에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모두 들어서기 때문에 쇼핑은 물론 여가활동까지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호응이 높다"라며 "하지만 두 회사가 '너한테만은 질 수 없어'라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뛰어드니 지역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걱정할 지경에 이르는 등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 여주프리미엄의 경우 기존 아웃렛 상인들이 신세계사이먼 여주프리미엄아울렛 2관 증축공사를 반대하며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신세계가 아울렛2관에 해외명품브랜드를 유치한다고 해놓고서 기존 아울렛과 같은 국산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면세점 : 기세 등등 롯데-걸음마를 뗀 신세계

7조원 규모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는 롯데가 저 멀리 앞서나가 있는 상황이다. 198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면세점사업을 시작한 롯데는 현재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세계는 2012년 12월 부산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을 인수한 뒤 면세점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롯데가 운영하던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을 따내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롯데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면세점을 입점시켰다. 롯데월드타워점은 연면적 총 1만900㎡로 국내 최대 규모인 것은 물론 중국 하이난(海南)과 미국 하와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롯데는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올 들어 미국 괌 국제공항과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잇따라 면세점을 오픈했다. 롯데는 또 크루즈 관광객을 노려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 있는 제주점을 항구와 가까운 롯데시티호텔로 규모를 2배 늘려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2012년 말부터 새롭게 면세점 사업에 역점을 두면서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롯데의 연간 임대료(500억원)보다 140억 정도 많은 금액을 써냈지만 올해 상반기 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최근 신세계가 눈독을 들이는 곳은 시내면세점. 때마침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신규사업자 공모에 나서자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관세청이 합치면 시장점유율 80%를 훌쩍 넘는 롯데와 신라에게는 신규입찰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밝혀 호재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내심 내년 2월 계약이 끝나는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천공항은 매년 매출이 2조원에 이르는 '노른자위 면세점'으로 입찰에 성공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편의점 : 기본 벽에 막혀 고전 '동병상련'

대형마트·백화점 등 다른 유통 업태의 매출이 하락하는 것과 정반대로 편의점의 매출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편의점의 연평균 매출은 17%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소매시장 5%, 대형마트 3%, 슈퍼마켓 6% 성장에 불과했다. 불황으로 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편의점만은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븐일레븐(롯데)과 위드미(신세계)는 기존 편의점 업체인 CU와 GS25에 밀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전국에 7,216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매장이 14개나 줄었다. 다른 편의점들이 적게나마 매장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적도 신통치 않다. 상반기 매출이 1조2,6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2,306억원보다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265억원에서 반토막났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순매출의 0.6%를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82억원을 지급했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위드미 사업을 시작했으나 22일 현재 전국 점포수는 251개에 불과하다. 개인 사업자의 가맹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직영 출점 계획도 연기되면서 당초 연내 1,000개를 목표로 했던 점포수를 500~600개 선으로 낮췄다. 최근 신세계는 내부적으로 점포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수익성 높은 점포를 내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 '휘청거리는' 롯데가 부러운 신세계

신세계는 최근 T커머스(T-Commerce) 업체의 지분을 인수해 숙원사업이었던 홈쇼핑 시장에 우회 진출했다. T커머스란 '텔레비전(Television)'과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TV와 리모컨만으로 상품정보부터 검색·구매·결제 등이 가능하다. TV홈쇼핑에 옥션이나 G마켓 같은 온라인몰 서비스가 합쳐진 형태라고 보면 된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전·현직 임원들이 연루된 납품 비리 및 횡령 등이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홈쇼핑사업자 재승인'을 앞두고 퇴출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동안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