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칼 '돈독한' 사돈 갈라 놓나매점ㆍ자판기사업 일감 몰아주기 의혹국감장에서 지적…공정위 조사 나서

STS반도체통신에 '지원사격' 가속화
휘닉스소재·BKE&T도 삼성에 납품
중소기업 사업 기회 박탈당해


사돈 관계인 삼성그룹과 보광그룹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국정감사 무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조사에 나섰다. 사돈기업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논란의 핵심. 보광그룹은 사돈 덕을 봤지만 중소기업들로선 사업기회를 봉쇄당했다는 지적이다.

삼성-보광 거래 공정위 조사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보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그룹과 보광그룹의 자판기ㆍ매점 운영 수의계약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앞서 경제개혁연대가 공정위에 관련 의혹을 신고하면서 촉발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가 사돈그룹인 보광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보광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친정기업’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회사는 보광그룹의 매점사업체인 피와이언홀딩스와 자판기사업체 휘닉스벤딩서비스다. 이들 회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사돈기업이라는 특수성이 거래의 배경이 됐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먼저 2005년 설립된 피와이언홀딩스는 삼성전자 수원공장과 기흥공장 등에 다수의 매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홍라희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19.9%)과 남편 노철수씨(50.1%), 두 자녀(30%)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또 2000년 설립된 휘닉스벤딩서비스는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계열사 내 자판기 운영을 맡고 있다. 이 회사 역시 홍라영 부관장(55%)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15.0%),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15.0%) 등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홍씨 일가의 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ㆍ대여금ㆍ인력ㆍ부동산ㆍ유가증권ㆍ상품ㆍ용역ㆍ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지원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과 보광 사이의 거래는 친족그룹에 대한 부당지원에 해당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매점 및 자판기 사업자 선정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했다는 점은 두 그룹 간 특수성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친인척이 지배하는 회사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로 인한 폐해는 정말 심각한 실정”이라며 “이는 독립기업, 특히 독립중소기업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공정위 조사를 요청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져온 사돈 챙기기 논란

삼성그룹과 보광그룹 사이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광그룹 핵심 계열사인 STS반도체통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특히 최근 일감 몰아주기에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실제 STS반도체통신은 2010년부터 삼성전자의 PC용 D램 패키징 사업을 수주해 거래관계를 맺어 왔다. 이어 근래 고부가 제품인 DDR4 D램의 패키징 사업까지도 맡았다. 초기 월 1,000만개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4,500만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삼성은 STS반도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전체 생산라인의 70%가량을 삼성전자에서 임차한 설비로 채우는 등 특혜를 부여했다. 통상 삼성전자는 물량 공급권 부여 조건으로 협력사가 자체 부담으로 설비를 포함한 생산능력 증대를 주문한다는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다른 계열사인 BKLCD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의 중소형 LCD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을 대량 납품해 왔다. 최근 터치스크린패널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BKE&T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에도 터치스크린패널 등 생산품 전량을 삼성에 납품하고 있다.

디스플레이ㆍ반도체소재 계열사인 휘닉스소재 역시 삼성SDI에 납품을 하면서 전체 매출의 26% 가량을 의존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삼성SDI가 수요감소를 이유로 PDP사업부문에서 철수하면서 지난달 1일부로 거래가 종료된 상황이다.

보광엔 특혜, 중소기업엔 악재

삼성그룹의 지원사격은 보광그룹의 경영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레저ㆍ서비스산업에 주력하던 보광그룹이 현재 6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엔 삼성전자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원으로 보광그룹은 ‘사돈 잘 둔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업기회를 박탈당한 셈이 된다”며 “국감에서까지 거론된 이들 그룹의 사돈 챙기기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