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재무구조 악화 '이중고'본사 사옥 매각 등 자구책 마련해외시장 성과, 아직 미미한 수준

성장가도를 달리던 카페베네는 최근 잇따른 구설수에 실적부진까지 겹쳐 창사 이래 가장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의 카페베네 매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성공기업의 사례로 회자됐던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초창기 엄청난 속도로 매장수를 늘려가며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 커피전문점'으로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던 카페베네는 어느 순간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매출 부진과 높은 부채비율로 허덕거리고 있으며 돌파구로 여기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시장도 기대보다는 성장세가 더딘 상태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악재가 잇달아 발생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야심차게 시작한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사업은 정부 규제와 경기 불황에 막혀 제대로 꽃을 피우지고 못하고 접었다. 올 2월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하남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커피 테마파크로 조성하려는 재개발 사업은 수십억원의 빚만 남긴 채 어그러졌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 점주들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까지 벌어져 도덕성마저 상처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카페베네는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일대 363억원 규모의 사옥을 개인에게 양도했다. 카페베네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경영효율성 달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맞은 카페베네가 자구책 마련의 일환으로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다행히 책임임차계약을 체결해 사옥 매각 후에도 3년간 해당 부지를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 실적부진 부메랑

2008년 11월 서울 천호동에 1호점을 개점하며 커피시장에 발을 들인 카페베네는 설립 초기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마케팅'을 펼쳐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예슬·최다니엘·장근석·송승헌 등과 같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드라마를 통한 PPL(간접광고)을 시도해 인지도를 넓혔다. 이러한 카페베네의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고, 그 효과는 매장수로 드러났다. 2010년 1월 100여개에 불과하던 매장은 그해 말에 383개로 늘어났고, 2011년에는 686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리고 2013년 8월엔 약 1,000개로 늘어났다. 3년 7개월만에 매장 수만 놓고 보면 대략 10배까지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사업 확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012년 이후 매출액이 갈수록 떨어져 2,208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3년 1,874억원으로 약 15.1%가량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도 768억원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올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적 악화는 재무상황 건전성을 어렵게 해 카페베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1년 265%에 불과했으나 2012년 657.7%로 약 2.5배가량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664.9%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해 852.4%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5,000만원이다. 2012년 66억3,400만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흑자를 유지하던 순이익도 지난해에는 19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22억원의 손해를 냈다. 이렇게 되면서 2012년부터 준비해왔던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카페베네는 커피시장 포화에 따른 신규 점포 오픈이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렸다. 스테이크 하우스 '블랙스미스'를 런칭하고 베이커리전문점 '마인츠돔'을 인수했다. 또 드러그스토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들 신규 사업들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야심차게 시작한 드러그스토어 '디셈버투애니포'는 시작하자마자 철수를 결정했다. 2012년 8월 강남역 1호점을 내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그 해 10월에 사당역 2호점을 열면서 사세를 넓혔다. 당시 카페베네 측은 2호점 개점 기자회견에서 연말에는 홍대·영등포·압구정 등에 매장을 열고 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점 예정이라던 홍대는 부지만 확보하고 자금난으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채 수개월째 방치되다 흐지부지 무산됐다. 강남역 1호점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운영 4개월만인 2012년 12월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마인츠돔 역시 지난해 2월 오픈한 1호점 강남역점을 폐점했고, 신규 점포를 확장하지 못하고 현재 전국 8개점만 운영 중이다. 블랙스미스는 한때 매장 수가 85개까지 늘었지만, 현재는 22개로 대폭 줄었다. 결국 카페베네는 지난해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사업을 담당하는 B&S F&B의 지분 50%를 마인츠돔 창업자인 홍종흔 대표에게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신규 사업으로 진출한 제빵업종과 외식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게 카페베네에게 치명적이었다.

신규 사업의 실패는 카페베네뿐만 아니라 카페베네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한 가맹점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 특히 블랙스미스의 경우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투자비용이 많이 들었다. 블랙스미스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표방해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상권에 입점하는 것은 물론 1~2층을 통으로 임대하는 대규모 체인으로 사업을 벌였다. 인테리어 비용만 4억원에 임대료와 외장공사비 등 가맹점 개설 비용이 10억원을 훨씬 넘어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는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카페베네 측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카페베네의 실적 부진과 재무악화 등에 대한 이유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꼽는다. 무리한 점포수 확장과 공격적으로 진출한 신규 사업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의 실적과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결정적 이유는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이라며 "특히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의 실패는 회사의 부채비율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위기의 돌파구' 해외시장 잰걸음

카페베네의 경우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2012년 2월에 뉴욕 맨해튼 내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최근까지 해외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해 글로벌 매장 1,000호 개점을 달성했더니 '글로벌 커피로드 2020'이라는 로드맵을 필두로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1만개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초기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이합집산하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카페베네 해외 법인들도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케이만제도에 설립했던 세 개의 해외 계열사를 청산했다. 청산한 회사들은 모두 적자가 누적되어 자본잠식에 빠진 법인이었다. 해외 법인의 지속된 적자는 모기업의 재무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조세회피처에 설립됐던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열악해진 재무 상황을 감수하며 굳이 영위할 이유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카페베네의 해외사업은 미국과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페베네 측은 "미국 사업은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올해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도 최근 집계된 매장수만 400여개에 달해 올해 국내 매장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카페베네의 공격적 해외시장 횡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처럼 규모에만 집착해 사이트 증가에만 혈안이 돼 내실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메인인 커피보다는 사이드메뉴인 팥빙수, 음료수 등이 더 인기를 끌고 있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정 규모에 접어든 상위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경쟁심화에 규제까지 얽혀 사세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프랜차이즈는 사이트(새로운 매장)를 계속 늘려가지 않는다면 이익이 나지 않는 특이한 구조인데 현재 국내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더 이상 사이트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해외사업이 약간의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는 미약하고 투입되는 자본은 만만치 않다. 여러 번의 투자유치로 더 이상 자본을 끌어들이기도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며 "2016년 IPO를 위해서는 순익 끌어올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