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독점적 운영 위해 편법 동원

롯데면세점이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관세법 개정안 발의에 발등에 불똥
개정안 무력화 대응방안 문건 공개
유관기관 설득하고 정책 건의키로
헌법소원과 여론몰이 대응도 담겨
수입품 소싱 통해 중소 우회 지배

롯데면세점의 관세법 개정안 대응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문서에 담긴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관세법에 맞서 사업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과 중소기업 우회지배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대체 왜, 이런 대책을 마련한 걸까.

내부문건 작성 배경은?

롯데면세점 내부문건이 작성된 건 2012년 11월 홍종학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의 원안은 중견ㆍ중소 면세업체의 특허비율 50%를 보장하고 대기업의 특허비율은 30%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발의 배경은 국내 면세점 업계에 만연한 '재벌 과점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업계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양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시장점유율 5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라면세점은 31%로 2위다.

그러나 관세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롯데면세점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내부문건이 작성된 것도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문건에 담긴 롯데면세점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관세법 무력화 전략

<주간한국>이 국회 기획재정위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롯데면세점 내부문건에는 지난해 1월 관세법 개정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면세협회와 공조해 기획재정부·관세청 등 유관기관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광서비스ㆍ한류진흥을 내세워 문화체육관광부에 정책을 건의하자는 전략도 세웠다. '재벌 면세업 과점'의 명분을 정부와 유관기관에 전파해 중소업체의 활로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론몰이 전략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나 한국조세연구원 등 국가연구기관 컨설팅, 대학교수의 언론기고를 통해 '재벌이 면세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알린다는 게 골자다. 헌법소원을 통한 대기업 제한 최소화 계획도 모색했다.

윤 의원은 "국내 면세시장은 재벌 대기업이 30년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다"며 "그럼에도 두 업체가 관세법 개정안의 취지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콘셉트'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부문건을 보면 매우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업권에 중요한 변화가 몰려올 수 있는 상황에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건 기업으로선 당연한 행위"라며 "이번에 외부로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수많은 대응방안 중 하나였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의 해명과 달리 문건의 '경과사항' 항목에는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2012년 12월 이후 면세협회와 공동으로 여야 국회의원과 기재부, 관세청 등에 '(면세점은) 중소기업에 부적합한 업종'과 '특허할당 비율의 부당성'을 적극 알렸다고 돼 있다.

윤 의원은 내부문건을 근간으로 한 롯데면세점의 '작업'이 실효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중견·중소 면세업체의 특허비율이 관세법 개정안의 원안인 50%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졌고, 대기업의 특허비율은 30%에서 '60% 미만'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우회 지배 전략

문건엔 중소기업 우회지배 전략도 기록돼 있다. 2012년 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KTO) 자리에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냈다. KTO는 2012년 당시 시장점유율은 9%, 매출은 연 1,753억원에 달하는 '노른자위'였다.

KTO가 시장에 나오자 수많은 면세업체가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재벌기업 면세점업체는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사업자 입찰참가자격이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ㆍ중소기업으로 제한된 때문이다. '면세업 상생'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은근슬쩍 개입했다. 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새사업자(중소기업)가 선정되면 BTQ(부티크)의 수입품을 소싱하겠다'는 플랜을 마련했다. BTQ는 루이뷔통ㆍ샤넬ㆍ에르메스ㆍ구찌ㆍ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매장을 말한다.

수입품 소싱은 이런 브랜드와 매장개설에 합의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해 상품주문·수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루이뷔통·샤넬 등 수입브랜드의 상품주문·수급을 자신들이 도맡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이 경우 면세점의 핵심기능은 롯데면세점에 넘어간다는 분석이다.

윤호중 의원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돈이 되는 유통 부문은 잡겠다는 것"이라며 "유통을 지배당하면 실제 사업이 종속되는 효과가 발생해 제아무리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이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도 "수입품을 소싱하면 롯데는 해당 면세점(가령 인천 KTO)의 실질적 운영자가 된다"며 "공정거래법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이 전략은 중소 면세업체 육성이라는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협상력으로 부티크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돼 상생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수입품 소싱을 지원한 것"이라며 "수입품 소싱을 담당하면서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물류센터에 물품 보관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