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 구직활동 한창일 때 ‘전무님’ 타이틀… 15년 이상 빨리 승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전무 27세에 '상무보'
현대중공업 정기선씨 연말 인사서 상무로 두단계 승진
3세들 임원 승진까지 '초고속'… 총괄 권한 부여까진 13~15년

대기업에선 지금 연말 인사가 한창이다. 이 시기 가장 주목받는 건 단연 향후 그룹을 책임질 후계자들의 승진 여부다. 그동안 재벌가 로열패밀리 중에선 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이들이 있는 반면, 초고속승진해 임원 타이틀을 단 이들도 있었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임원 대열에 합류한 이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대부분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다. 일반인이 임원을 다는 평균 연령인 51세보다 15년 이상은 빠른 셈이다. 국내 재벌가에서 30대 젊은 임원 활동 중인 '황태자'들은 누가 있을까.

한진가 삼남매 초고속승진

재벌가 3세 중 최연소 임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31)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를 졸업한 조 전무는 2007년 대한항공 광고선전부에 입사해 2009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부장, 2011년 상무보, 지난해 전무로 고속승진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한진그룹은 3세들은 모두 임원을 빨리 달았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은 입사 6년 만인 2005년 31세의 나이로 대한항공 상무보가 됐다. 장남 조원태(39) 대한항공 부사장도 2008년 33세에 여객사업본부장(상무)이 됐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32) 현대중공업 상무도 최근 승진을 통해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0월 임원인사를 단행한 현대중공업은 정기선 부장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두 단계 승진 시켰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상무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중앙일간지 인턴기자를 지냈다. 이듬해인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정씨는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밟았다.

2011년 6월 MBA를 취득한 정씨는 3개월 후인 9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한국 지사에서 컨설턴터로 근무했다. 여기서 1년9개월 동안 근무한 정 상무는 올해 6월 퇴사하고 현대중공업에 재입사 형식으로 복귀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범현대가에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37) 현대유앤아이 전무도 '젊은 임원'이다. 2004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정 전무는 2005년 대리와 과장을 지낸 뒤 29살인 2006년 현대유엔아이 상무를 달았다. 현재 직위인 전무로 승진한 건 2007년이다.

허윤홍 GS건설 상무
최신원 SKC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34) SKC 상무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SK가 3세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최 상무는 2009년 회사에 첫발을 들인 후 해마다 승진을 거듭해 왔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 도 최 상무와 동갑내기 임원이다. 상무로 승진한 시기도 지난해 12월로 비슷하다. 임 상무의 언니이자 임 명예회장의 장녀인 세령(37)씨도 대상그룹에서 상무를 맡고 있다.

LG가 장자 구광모도 임원 승진

이들 다음으론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35) GS건설 상무가 가장 젊다. 범LG가 30대 임원 가운데 최연소이기도 하다. 한영외고를 졸업한 허 상무는 미국으로 건너가 세인트루이스대 국제경영학과 학사,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이수했다.

이후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전략팀, 강남지사, 경영분석팀 등을 거쳤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긴 뒤 2007년 차장, 2010년 부장으로 승진했고 2년 뒤인 2012년 상무보에 올랐다.

구광모 LG 상무
GS그룹과 함께 범LG가로 분류되는 LS가에는 젊은 임원이 2명이다. 먼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외아들 구본규(35) LS산전 상무가 있다. 구 상무는 2007년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지난해 인사에서 이사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구본규 상무의 사촌이자 지난 11월 별세한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 구본혁(37) LS니꼬동제련 전무도 이번에 승진했다. 2003년 LS전선에 입사한 구 전무는 2009년 LS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2012년 말엔 LS니꼬동제련 이사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LG가 장자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36) LG 상무도 최근 인사에서 승진하며 임원에 올랐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이듬해인 2007년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해 유학길에 올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9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복귀해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귀국해 LG전자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LG로 옮겨 전략기획파트 시너지팀장을 맡아왔다.

금호·세아 36세 임원 두명씩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금호가 30대 임원은 모두 세명이다. 먼저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36)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있다. 선친 박 전 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1996년부터 2002년 폐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회장을 맡아 그룹을 책임진 인물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이기도 한 박 상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을 거쳐 현재 금호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또다른 30대 임원은 박철완 상무의 동갑내기 사촌이자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상무다. 박 상무는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2008년 회계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금호석화로 자리를 옮겨 해외영업 팀장(부장)을 맡아오다 2011년 상무보로 승진했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39)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전체 30대 임원 중 최연장자인 만큼 직급도 가장 높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박 부사장은 2006년 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 2008년 전략관리부문 상무, 2011년 금호타이어 전무 등을 거쳤다.

세아가에도 금호가와 마찬가지로 36살 동갑내기 사촌지간 임원이 두명이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태성 세아베스틸 상무와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베스틸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1년 이사로 승진되며 나란히 임원을 달았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36) 하이트진로 전무도 2012년 경영관리실 총괄임원(실장)으로 신규 임명됐고, 같은해 전무로 승진했다. 영국 메트로폴리탄대를 졸업한 박 전무는 경영컨설팅업체 엔플렛폼에서 기업체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도해 왔다.

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도 이미 임원에 올라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 초엔 나란히 전무로 승진하며 영향력을 높였다. 장남 허진수(37) 전무는 파리크라상에, 차남 허희수(35) 전무는 비알코리아에 각각 소속돼 있다.

총괄 권한 획득까진 오랜 기간

한 조사결과 일반인이 사원으로 시작해 상무로 승진하는 평균 연령은 51.3세였다. 이와 비교해 재벌가 3세들은 최고 20년은 빨리 임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이르지만은 않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항변이다.

'다른 집안'에서도 30대 초반에 임원에 올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부분 재벌가 3세들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임원에 올랐다. 실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벌가 3세들이 임원에 오르는 평균 연령은 40.2세로 나타났다.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
그러나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반면 회사를 총괄권한을 부여받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재벌가 3세들이 경영최전선에 나서게 되기까지는 통상 13년에서 15년 정도가 걸렸다.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이 그런 경우다. 조 사장은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을 거치는 수련기를 보낸 후 13년 만에 경영을 맡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1995년 27세로 대우이사로 출발해 14년만인 2009년 총괄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역시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2010년 부회장에 승진해 15년만에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경우 1978년 사원으로 입사해 무려 23년만인 2001년 회장 바통을 이어받은 바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