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아쿠아리움·롯데월드몰 등 건설 이상 현상 잇따라 발생경실련,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취소 촉구"박 시장과 관련한 검은 커넥션 있는 것 아니냐" 의혹 제기돼

제2롯데월드.
제2롯데월드 내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상영 중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상영관 한 곳이 잠정 폐쇄돼 제2 롯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건물의 저층부 임시사용허가를 내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7시 50분께 월드타워점 14관에서 영화 상영 중 수차례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면서 스크린이 흔들렸다. 이 때문에 관객들 중에는 불안에 떨며 영화관을 서둘러 빠져 나가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객은 관람을 포기하고 영화관 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는 해당 영화를 끝까지 상영해 안전 불감증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상영관에서는 지난달 9일에도 비슷한 진동을 느낀 한 관객이 119에 신고해 소방대원들이 긴급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롯데시네마 측은 "진동이 신고돼 해당 관의 상영을 잠정 중단하고 어제부터 기술지원팀을 통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안전진단조차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2롯데월드 내 롯데시네마의 휴관 안내문.
아쿠아리움에 이어 누수

제 2 롯데에 대한 불안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곳의 아쿠아리움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되는가 하면 이외에도 롯데월드몰 건물의 지하 1층 중앙교차로 근처 천장과 제2롯데월드 주차장과 잠실역을 이어주는 지하통로에서도 누수가 발생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 11일 오후 9시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천장에서 물이 새어나와 20여분 만에 멈췄고, 천장에 있는 소방 배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잠실역과 제2롯데월드 주차장을 이어주는 지하 통로 벽면에서도 물이 새 바다에 물이 고여 있는 부분이 발견됐다. 또 제2롯데월드 수족관의 물이 콘크리트로 스며들어 외벽으로 새는 현상도 나타나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크리트와 투명 아크릴 사이의 실리콘에서 누수가 확인된 아쿠아리움에 이어 건물의 기초인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누수가 발생해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제2롯데월드 긴급 안전점검에 참여한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김우식 회장은 "점검 중 벨루가 수조 외벽 높이 70cm 부근이 축축한 것을 확인해 인근 카펫이 젖어 있었다"며 "콘크리트는 본래 물이 조금씩 투과하는 성질을 갖지만 수족관 안쪽 콘크리트 방수 공사가 미흡해 물이 외부로 새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곳곳에서 누수 현상이 발견된 제2롯데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조치'를 내렸지만 롯데 측은 정상영업을 계속할 예정이어서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이처럼 잇따라 문제가 드러나면서 곳곳에서 제2 롯데에 대한 임시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박 시장에게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11일 "정부부처 합동점검 결과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누수가 발견된 곳은 최소 3곳으로 밝혀졌다"며 "불안에 노출된 시민 안전을 위해 박 시장은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당시 천명한 승인 취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 2롯데 불안에 박원순도 불안

경실련에 따르면 임시사용승인 당시부터 교통, 안전, 석촌호수 수위 저하 등 시민 불안과 불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재벌대기업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민원성 승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승인 이후 식당가 통로 바닥 균열, 쇼핑몰 인테리어 부착물 추락, 실내 천장 구조물 균열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실련은 또 "과거 서울 거리를 재현하려고 일부러 균열을 냈다는 등 구조와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라며 롯데 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특히 서울시에 대해 경실련은 "임시사용승인 당시 안전관리 시민자문단과 교통대책 TFT를 구성해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역할도 못 했다"고 질타했다.

이 건물에 대해 정부합동 안전점검단은 수족관 주변에 긴급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통로에 대한 안내도가 없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과 위기관리 설명서·재해경감계획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박 시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 시장은 제2롯데 개장 조치를 밝히면서 이와 관련해 "위험요소나 징후가 있으면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아직 석촌호수의 물 빠짐 현상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관련 용역이 끝나 제2롯데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장을 취소하겠다는 조건을 달아놓은 상태"라고 말한 적 있다.

박 시장은 "송파 일대 도로동공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제2 롯데 안전 여부를 깐깐하게 살폈다"며 "전문가 등과 함께 고민해서 당장의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안전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 누수 현상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제2롯데 아쿠아리움 수족관의 2곳에서 추가 누수 현상이 확인됨에 따라 정부가 정밀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로 해 박 시장위기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박 시장은 제 2 롯데에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은 가운데 국민안전처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합동안전점검단이 전날 제2롯데월드 수족관에 대한 실시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안전점검단 단장인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수족관 1곳 외에 다른 수족관 2곳에서 누수 현상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수조의 아크릴과 콘크리트벽을 접착시키는 실런트 시공 과정상 하자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점검단은 수족관 벽 등 구조체에는 결함이 없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으며 지하 3∼5층 변전소의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에서는 박 시장과 관련해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롯데 측이 대한하천학회에 5억 원짜리 용역을 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학회의 부회장은 제2 롯데월드 공사의 안전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박창근 관동대 교수로 알려졌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중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롯데월드 인근) 석촌호수 수위저하 문제로 서울시와 롯데, 송파구청이 각각 진행 중인 관련 연구용역의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인숙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7월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 지하수 유출 등에 따른 지반 침하 가능성 등 안전 문제 제기에 따라 안전 점검 용역을 발주했다.

당초 용역을 수주한 곳은 한국지반공학회와 영국의 Arup사 2곳 이었으나 7월 말에 대한하천학회가 돌연 추가됐다는 것이다.

박인숙 의원은 "(대한하천학회가) 7월 말 용역이 발주되고 나서 말이 서서히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석촌동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없다'고 충분한 분석 자료도 없이 오히려 롯데월드를 옹호하는 듯 주장했다"고 의혹에 불씨를 당겼다.

박창근 교수는 용역 발주 전까지 "싱크홀 전조가 20~30개 더 있다"며 석촌 호수의 수위가 낮아진 원인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지목해왔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