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동업관계 체제 유지… 삼천리, 삼찬 각각 경영'도시가스 사업' 삼천리, 양가가 16.18% 지분 보유'석탄광 사업' 66.98% 내에서 동일 지분내년 3월까지 상호출자 해결… 삼탄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삼천리그룹은 창업주 세대 이후에도 여전히 끈끈한 동업체제를 이뤄 가고 있다. 하지만 유 회장과 이 회장은 내년 3월까지 상호출자 제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진은 삼천리 여의도 본사. 주간한국 자료사진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친한 사람일수록 동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업이 잘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관계가 좋지만, 잘못 삐걱거리면 ‘남 탓’에 감정을 상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동업의 끝은 이별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구씨-허씨 일가가 LG-GS그룹으로 나뉜 것이 대표사례다. 그런데 60년간 별다른 이견 없이 탄탄하게 동업관계를 이어온 기업이 있다. 바로 삼천리그룹이다.

삼천리그룹은 고(故) 유성연·이장균 명예회장이 1955년 함께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가 시작이다. 1960∼1970년대 석탄 채굴을 주요 사업으로 하다가 1984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한 뒤 인천 및 수도권 일대 도시가스 공급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자산운용업 등에 뛰어들었으며 현재는 도시가스 등 에너지사업과 기계, 건설, 레포츠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다. 상장회사 삼천리를 비롯해 총 13개의 국내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법인도 12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창업자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삼천리그룹은 2세들이 삼천리와 삼탄으로 분리 경영하면서 동업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장균 회장 아들 이만득 회장은 삼천리를 이끌고 유성연 회장 아들 유상덕 회장은 삼탄을 경영한다. 경영상의 끈도 계속 유지해 이 회장과 유 회장은 각각 삼탄과 삼천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매각 유력

삼천리그룹은 규모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회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유는 삼천리그룹의 주력 사업이 도시가스 사업이기 때문이다. 1983년부터 안양을 시작을 인천·화성·수원·용인·안성 등 경기 서부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며 성장했다. 도시가스 시장점유율 15.7%로, 총 277만호에 연간 39억3,000만㎥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1위 도시가스 업체이다.

삼천리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삼천리라고 할 수 있다.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삼천리가 책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천리그룹의 2013년 전체 매출액은 4조6,170억원, 당기순이익은 2,550억원이다. 이 중 삼천리의 매출액은 3조6,581억원, 영업이익 525억원, 당기순이익은 403억원에 달한다. 그 외 계열사로 가스·열 배관 공사업을 주로 하는 삼천리ENG, 에너지솔류션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삼천리ES 등 6개의 계열사가 있다.

삼천리 계열은 상장기업인 삼천리를 중심으로 계열사들 간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고, 이 회장 일가 및 유 회장 일가가 동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천리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삼천리 지분 8.34%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장의 조카 이은백 전무가 7.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탄 유 회장이 12.3%, 고(故) 유 명예회장의 차녀 유혜숙씨가 3.88%를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는 16.18%의 동일한 지분을 보유중이다.

삼탄은 지난해 매출 2조4,231억원, 영업이익 5,486억원을 거뒀고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가용 자금만 1조원을 넘는다. 인도네시아 석탄광 가치가 수조원에 달하면서도 기업공개(IPO)를 거부하는 비상장사이다. 계열사로는 삼탄인터내셔널, 동해임산 등 4개가 있다.

아울러 삼탄 계열도 삼탄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유 회장 외 개인주주가 66.98%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비상장회사라 자세한 지분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 회장 외 개인주주로 구성돼 있는 삼탄의 최대주주 지분 역시 삼천리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가 동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삼탄 계열은 삼천리 계열의 지배구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삼탄인터내셔널과 삼탄이 상호출자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은 상호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상호출자는 회사 간에 주식을 서로 투자하고 상대 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상호출자는 기업끼리 서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계열사 간에 실질적인 출자 없이 가공적으로 자본금을 늘려 계열사 수를 확대하게 되고 특정기업의 경영이 부실해질 경우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63개 집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즉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삼천리그룹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신규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그룹에 대해서는 상호출자 관계 해소를 위한 유예 기간으로 1년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유예기간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한다. 따라서 삼천리그룹은 내년 3월 말까지 상호출자 문제를 해소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탄은 삼탄인터내셔널의 지분 17.65%(42만2,280주), 삼탄인터내셔널은 삼탄의 지분 21.93%(57만4,124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탄 또는 삼탄인터내셔널 중 어느 한 곳이 보유한 상대방의 지분을 매각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회사는 모두 비상장이지만 알짜 계열사로 손꼽히는 기업들이다. 삼탄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약 1조5,582억원, 부채 약 735억원, 자본 약 1조4,847억원 등으로 부채비율이 약 5% 밖에 되지 않는 초우량 기업이다. 삼탄인터내셔널 또한 자산 약 3,352억원, 부채 약 887억원, 자본 약 2,465억원 등으로 부채비율이 40%를 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삼탄이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을 유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하는 것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삼탄인터내셔널을 지배구조 상의 최상단에 두고 사업회사인 삼탄이 계열사를 운영하는 밑그림으로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이 유 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유상덕 회장→삼탄인터내셔널(유상덕 회장 지분 38%)→삼탄(삼탄인터내셔널 지분 22%)→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된다.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의 가치가 삼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점도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처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17.65%의 장부금액은 19억원 수준인데 반해 삼탄 지분 21.93%의 장부금액은 3,416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다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게 평가되고 있는 삼탄이 보유한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을 매입해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라며 “특히 삼탄인터내셔널의 경우 계열사 투자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등 향후 삼탄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고 실적 또한 양호한 편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적하락에도 고배당 ‘오너 배불리기’

최근 삼탄은 실적과 무관한 배당금 지급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삼탄과 삼탄인터내셔널의 상호출자 해소와 관련해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상당부분의 배당금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삼탄의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2011년 매출액 약 1조395억원, 영업이익 약 546억원, 당기순이익 약 2,547억원에서 2012년 매출액 약 9,630억원, 영업이익 약 452억원, 당기순이익 약 2,469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약 8,754억원, 영업이익 약 269억원, 당기순이익 약 1,773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에 비해 매출액 약 15.8%, 영업이익 약 50.7%, 당기순이익 약 30.4%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삼탄은 매년 실적부진에도 같은 기간 배당금은 동일하게 392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실적 하락과는 무관하게 고액의 배당금 지급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유 회장 외 개인주주가 챙긴 배당금은 매년 263억원씩, 3년간 총 789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에 따라 국제 석탄 가격도 계속 떨어져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라며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 회장과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고액의 배당금을 해마다 챙겨가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오너 일가의 배불리기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