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관행으로 법적 하자 없다"주변 지역상권 배려하지 않아 따가운 눈총대기업 계열사 면세점들 '매머드급 리베이트' 논란

한때 국내에서 백화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백화점들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매출이 11% 성장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성장세가 꺾이더니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4년에는 11월까지 전년대비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은 성장률 제로(0) 상태에 들어갈 정도로 극심한 매출 부진에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관광객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자 백화점 측이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모션으로 채택했다. 그렇지만 신세계백화점의 리베이트 지급은 내수 부진으로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인근 중소상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이 요즘 여행사들도 잘 하지 않는 리베이트를 제공해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은 상도(商道)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회사 규모에도 맞지 않다"라며 "리베이트 제공보다는 소비자를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이나 다양한 상품 구색 등으로 다가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매출 올리기 위한 편법

유통·여행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초부터 국내 3곳의 인바운드(외국인 상대 여행사업 여행사업) 여행사와 가이드를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백화점(명동)으로 데려오면 판매수수료 및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사에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고 가이드에게는 관광객 입점 명수와 매출에 따른 상품권을 지급했다. 특히 중화권 및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들과 관광객 유치에 따른 구체적인 판매수수료 지급 방법을 합의하고 지난해 5월 15일부터 리베이트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사에게 주는 리베이트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에는 매출액의 7%, 명품 수입브랜드는 매출액의 2%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예를 들면 한 여행사가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세계 명동 백화점에서 국내 브랜드 상품을 총 1,000만원어치 구입했을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70만원을 외국인 관광객을 중개한 여행사에 줬고, 수입 명품 브랜드 제품을 같은 총액으로 구입했을 경우에는 중개한 해당 여행사에게 20만원을 지급했다.

이와는 별도로 외국인 관광객을 일반 패키지 관광객과 인센티브 관광객(100명 이상의 단체), VIP관광객(의료 및 성형) 등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추가혜택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가이드에게도 상품권을 지급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이드가 일반 패키지 관광객과 인센티브 관광객을 15명 이상 백화점 안으로 들어오게 했을 경우에 매출과는 상관없이 7만원 상품권을 제공했으며 VIP관광객은 300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할 경우에 같은 금액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그러나 15명 이상 입점시 상품권을 지급하는 혜택의 경우 일부 가이드들이 형식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했고, 현재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와 상품권 지급만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여행사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는 오랜 여행업계의 관행이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관련 영업을 계속 벌일 계획이며, 추후 법 규정이 세워진다면 당연히 리베이트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행사 리베이트 영업은 최근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일종의 프로모션"이라며 "최근 극심한 내수침체 상황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들이 지급하는 수준에 비하면 창피할 정도로 미미하다"라며 "면세점과 호텔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관광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지도 못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의 여행사와의 리베이트 거래는 주변 지역 상권의 영업과 매출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객의 특성상 개인 자유여행보다는 단체 고객이 많고, 국내 여행사를 이용하다보니 여행사와 가이드의 입김이 강한 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지역은 중국이나 동남아권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이나 명동과 맞닿아 있어 이곳 지역상인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세계백화점 신관과 남대문시장 사이의 거리는 약 20~30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남대문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인들에 따르면 여행사 가이드가 신세계백화점으로 안내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시장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행사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장소에서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A씨는 "신세계백화점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파는 브랜드의 가격이나 상품이 다르다고 하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을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라며 "관광객이 어느 선까지만 구매해야지 생각하고 쇼핑을 하더라도 과소비를 하는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난 뒤에는 또 다시 시장으로 와서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이미 기대치를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백화점에도 김이나 홍삼, 라면 등 생활용품을 파는 마트에 화장품 쇼윈도우까지 있어 따로 이곳 시장을 찾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면세점 리베이트 1조가 넘어

롯데, 신라 등 국내 면세점 16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원수나 매출에 따라 여행사를 상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들 면세점이 지난 5년간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한 리베이트 규모는 무려 1조1,654억원. 특히 전체의 83.8%에 이르는 9,768억원이 롯데와 신라로부터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기업 면세점의 싹쓸이 영업이 중소면세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여행사 매출왕 프로모션을 진행, 총 2억원의 상금을 내 걸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해당 프로모션을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면세점 중국·동남아판촉팀이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리베이트를 어떤 형태로 지급할지 등을 문건에 명시해 전달했다.

국내 면세점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롯데면세점과 비슷한 형태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신라면세점은 '여행사 인센티브 안내문'을 통해 롯데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리베이트 관련 내용을 명시, 발송했다. 2장으로 구성된 안내문에는 매출별·구매객별 리베이트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들 대기업 면세점들은 여행사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 지급 영업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점업체가 여행사와 여행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알선수수료(리베이트)의 근거는 관광진흥법 제38조, (구)관광사업법 제2조 제2호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경품고시를 근거로 들기도 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대기업 면세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면세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리베이트 지급이 어려운 중소면세점은 앉아서 고스란히 관광객을 빼앗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베이트에 대한 합리적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며 "관세청이 면세점업계 리베이트 제공 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