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인수시 그룹 전체 차지경영권 프리미엄 붙어 인수가 1조원에 육박박 회장의 자금마련이 관건… 다양한 설 흘러나와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성사시켜 그룹 재건의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사진은 금호산업이 입주해 있는 금호아시아나 건물. 주간한국 자료사진
금호산업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매각주관사를 선정한데 이어 지난달 15일 공기업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매각공고를 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확보한 지분을 이번에 일괄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겪인 회사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에어부산, 금호리조트 등을 한꺼번에 품에 안을 수 있어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인수하는 셈이 된다. 한 번에 재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형 M&A(인수·합병) 물건(?)이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지분은 57.48%(1,895만2,000주). 채권단이 매각공고를 낸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하면 지분가치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이른다는 것이 M&A(인수·합병)업계의 시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운명을 쥐게 되는 인수전이기 때문에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속을 태우는 사람은 박삼구 금호이사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유동성 위기를 맞아 금호산업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까지 실제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으며 2012년에는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을 매각한 대금 중 일부(2,200억원)를 금호산업에 출자하기도 했다.

인수 핵심 '50%+1주' 마력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금호터미널→금호고속' 등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그룹 내 주력 건설업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갖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은 비록 채권단에 넘어갔지만 금호고속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쥐고 있다. 결국 금호산업을 틀어쥐면 금호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앉은 자리에서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이런 포지션 탓에 금호산업은 박삼구 회장이 강조한 '제2의 창업'을 이룰 수 있는 핵심 회사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을 되찾는 것이 '그룹 재건의 최우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 뒤 올 하반기쯤 금호고속까지 되찾게 되면 그룹 재건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면 아시아나를 비롯한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통째로 넘겨줘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박 회장은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57.5%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또 본인이 5.13%,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4.94%를 비롯해 박 회장 쪽 지분이 10.15%에 달해 약 40% 지분만 추가 확보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서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전은 매스컴에서 잘 도와주면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여론이 내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면 잘 될 것이고, 내가 인수하는 게 안 되겠다고 본다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답변을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금호산업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자금)이다. 재계에서는 금호산업의 인수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소 6,000억원대까지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채권단이 내부적으로 금호산업의 주당 매각 가격을 6만원 아래로는 팔 의향이 없다고 밝혀 매각가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은 현재 주가로 볼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가 더 부각돼야 한다"면서 "산업은행 임원진도 금호산업 매각가격에 대해선 처음 투자한 원금을 손실보지 않는 선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자금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인수자금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은 확보한 상황"이라며 "자금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의 호언과는 달리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 지분매각으로 약 3,3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2012년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1,100억원) 유상증자에 투입해 현재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보유한 금호산업(10.4%)과 금호타이어(5.22%) 지분은 전량 담보로 설정되어 있어 추가 대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대출받는 차입인수 방식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당시 무리한 차입이 금호그룹 워크아웃의 원인이 된 터라, 채권단은 박 회장의 차입인수를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의 대출도 만만치 않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8일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박 회장 등 인수자에게)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홍 회장은 '산은이 박 회장 측에 지분인수 자금을 제공하려 한다'는 시장 일각의 관측에 대해 "그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다. 산은은 매각의 심판 역할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국내 대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항공업 진출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유통업체 빅3(롯데, 신세계, CJ)나 항공업에 관심을 보였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박 회장과 손잡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종연횡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박 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호터미널과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신세계 측과의 인연도 무시할 수 없어 이들과의 컨소시엄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해 금호산업을 되찾아 온다는 분석이다.

재무적 투자자로 사돈기업인 대상그룹을 꼽는 이도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대상그룹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자산은 8,835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48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호산업 지분을 무섭게 사들인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6.16%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호반건설 측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도(1.21%)하기 시작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고 있다.

금호고속·금호타이어 인수도 관건

박 회장은 금호산업 외에도 워크아웃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졸업한 주력 계열사들의 채권단 지분도 줄줄이 인수해야 한다. 당장 금호고속 인수 절차가 코앞에 닥쳤다. 금호고속 지분을 100%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투자펀드(PEF)'는 3월 2일까지 박 회장 측에 금호고속 인수 여부를 결론지어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박 회장은 상반기엔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하반기엔 금호고속 인수를 추진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즉 금호산업을 인수한 후 자산 매각과 유동화를 통해 금호터미널에 금호고속 인수 자금을 지원한다는 복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고속 인수가격은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금호터미널의 가용 자금은 2013년 광주신세계로부터 광주종합터미널에 대한 임차보증금으로 받은 5,000억원 중 3,500억원을 유보하고 있다.

박 회장은 향후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할 자금(7,000억원대)도 마련해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각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14%, 산업은행 13.5% 등 9개 채권기관이 가진 42%의 지분이 인수 대상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