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그간 명절 앞두고 대금 미지급 행위로 골머리삼성 현대차 LG 3조 6,000억원 지급

중소기업들에게 설 명절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평소보다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명절을 즈음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대기업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갑(甲)의 횡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납품대금 조기지급에 나서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은 올해 여느 때보다 여유로운 설 명절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은 설 명절을 맞아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협력회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매월 초순과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협력회사 물품 대금 가운데 15일에 지급할 납품대금 7,80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17개 계열사 등도 물품대금 조기지급 방침에 동참한다. 삼성은 또 2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 그룹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협력사 납품대금을 최대 일주일 앞당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계 계열사에서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납품대금 1조2,300여억원을 애초 지급일보다 앞당겨 설 연휴 전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납품대금을 받게 되는 협력사는 이들 4개사에 부품과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2,000여 협력사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들이 명절 전에 2 3차 협력사들에 납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9개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1조1,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설 전으로 앞당겨 지급, 협력회사들의 자금 수급을 지원한다. 삼성 현대차 LG그룹의 올해 설 자금 조기 집행 규모는 3조6,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한화 방산부문 및 기계부문, 한화케미칼, 한화첨단소재, 한화건설, 한화S&C 등 계열사는 1,170억원을 설 연휴 전 협력업체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약 60억원 규모의 지역특산품을 구매해 고객과 협력업체 직원에게 선물로 증정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만 대금을 결제하던 일반 및 자재 공급사, 공사 참여기업에는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매일 대금을 지급한다. 또 월 단위로 정산하던 외주 파트너사의 2월 협력작업비 및 용역비도 2월13일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유통업계도 조기 지급 동참

유통업계도 이에 동참한다. 롯데그룹은 5개 계열사가 모두 4,000억원 규모의 상품대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 가운데 중소기업 600여곳에 지난달 납품받은 상품대금 약 3,000억원을 결제일을 4일 앞당긴 오는 16일 미리 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역시 매달 23일 결제하던 상품 대금을 이번 달의 경우 1주일 이른 17일에 조기 지급한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한섬, 리바트 등 계열사가 6,300여개 중소 협력업체에 1,500억원에 이르는 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대기업을 제외한 4,600여개 중소 협력사가 약 2,620억원의 대금을 설 전에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달 대금 지급일은 업체별로 5일에서 25일 사이지만 최대 10일 이상 앞당겨 지난달 26일부터 지급해 오는 16일까지 모든 대금 결제를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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