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찰로 추가 현금 기회 '훨훨'당초 맥쿼리에 덕평랜드 지분 100%를 900억원에 넘기기로도공 반대로 49% 134억원에 영구채 466억원까지 600억원공매절차 미진행 배경에 의문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국내 최대 매출 휴게소인 덕평자연휴게소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코오롱그룹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던 국내 매출 1위 고속도로 휴게소 덕평휴게소(법인명 덕평랜드)가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이 운용하는 맥쿼리운영권펀드에 팔렸다. 맥쿼리는 운용하는 펀드의 사업영역을 한층 늘리게 됐고, 코오롱글로벌은 허덕이던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재계에선 이번 매각을 두고 아쉬움이 적지 않다. 한국도로공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맥쿼리운영권펀드를 대상으로 단독입찰을 실시해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대체 코오롱글로벌이 입찰자를 한정지은 이유는 뭘까.

국내 최고 휴게소 맥쿼리 손에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던 덕평랜드가 맥쿼리운영권펀드에 팔렸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덕평휴게소는 2007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민자복합휴게소다. 한국도로공사는 2029년까지 코오롱글로벌에 운영권을 넘기고 덕평휴게소의 매출의 11%를 임대료로 받고 있다.

맥쿼리운영권펀드가 인수한 덕평랜드 지분은 모두 49%, 인수대금은 134억원이다. 이외에 해당 펀드는 차입금 300억원과 덕평랜드가 발행하는 영구채 466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코오롱글로벌은 6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코오롱글로벌이 매각한 덕평랜드는 명실상부한 국내 매출 1위의 휴게소다. 2013년 매출액은 551억원에 달한다. 전국 172개 휴게소의 연평균 매출인 61억원의 8.3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2위인 행담도휴게소와 비교해도 매출이 2배 이상이다.

이런 알짜회사를 매각하는 건 자금난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 글로벌은 회사채 등급이 투기등급(bbb-). 사실상 투기 등급(정크)으로 취급받고 있을 정도로 부채에 허덕였다. 만기도래하는 채권 상환 규모만 1,300억원대에 달해 한푼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당초 코오롱글로벌은 덕평랜드 지분 100%를 900억원에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지분 전량 매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호주계 금융회사인 맥쿼리 안팎에서 그동안 먹튀 논란이 끈이지 않았던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맥쿼리 관계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는 2002년 맥쿼리가 국내에 설립한 인프라펀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누구나 거래할 수 있다”며 “국내 투자자 비중이 76% 수준으로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어 ‘먹튀’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영권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맥쿼리운영권펀드로선 밑질 게 없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신종자본증권인 영구채를 인수하는 형식이기 때문. 영구채는 만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만기와 이자율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그러나 M&A업계에 따르면 영구채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이고 이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맥쿼리는 49%의 지분 인수만으로도 충분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알짜' 공개매각 하지 않은 이유는?

이번 거래를 통해 ‘돈맥경화’를 앓던 코오롱글로벌은 어느 정도 숨통을 트게 됐다.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국내 1위와 2위 휴게소를 모두 손에 넣게 됐다. 맥쿼리는 앞서 지난해 씨티그룹이 보유하던 행담도휴게소 지분 90%를 1,2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윈-윈’으로 보인다. 다만 재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단독입찰을 진행했다는 점이 문제다. 알짜매물의 경우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모집하는 게 통상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코오롱글로벌은 인수자를 맥쿼리운영권펀드로 한정지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국내자본에 팔면 지분 100%를 모두 넘겨도 좋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자본에 매각하면 더 많은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빚이나 다름없는 영구채까지 발행하며 맥쿼리와의 거래를 강행한 배경에 의문이 적지 않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모든 자산매각이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건 아니고 특히 덕평휴게소 같은 대형물건의 인수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맥쿼리가 상당히 높은 인수가를 제시해 단독 입찰을 진행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