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트러블 메이커' 싸늘한 시선고소장에 따르면 구본호 부사장 50억원 투자 빌미로 금품 수수여자친구 외제차 휴대폰도 받아… 구 부사장 "사실무근… 강경대응"'한집안' LG, '동업자' 효성 부담

범한판토스 본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의 빌딩 전경과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범LG가 3세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투자를 빌미로 돈을 빌려갔으나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반면 구 부사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무고죄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구 부사장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동안 말썽을 일으켜 언론 지면을 장식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 부사장 사기·횡령 혐의로 피소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피소됐다. 구 부사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 고문의 손자다. 또 고(故) 구자헌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6촌 관계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의 진원은 한 코스닥 상장업체다. 이 회사 임원 A씨는 구 부사장이 2010년 회사에 투자를 해주겠다고 속여 수차례에 걸쳐 10억원 이상의 돈과 구 부사장 여자친구의 벤츠 승용차, 휴대전화 등을 받아갔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했다. 자신의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NGO 재단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B사 명의로 10억원을 기부한 뒤 A씨로부터 7억원을 받아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구 부사장은 NGO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할 테니 7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 대가로 A씨 회사에 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A씨가 투자 의지를 의심하자 구 부사장은 50억원 이상이 들어있는 통장을 보여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A씨는 구 부사장에게 지속적으로 자금을 전달했다. 이렇게 건네진 게 10억원이 넘지만 투자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회사가 돈을 마련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미납 등으로 검찰과 국세청 조사를 받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구 부사장 측은 A씨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A씨는 2013년 초부터 구 부사장에게 고소장 내용과 비슷한 허위 주장을 하며 금전을 요구해 왔다"며 "무고 혐의 등으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전력으로 싸늘한 시선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이든 구 부사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 부사장이 처음 물의를 빚은 건 2008년 주가조작 사건이다. 구 부사장은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면서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구 부 사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구 부사장은 2012년 자신이 미국시민권자임을 이유로 주식을 매각하고 납부한 양도세 20억원을 돌려달라는 조세심판을 청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구 부사장이 수시로 국내를 드나들고 있으며 재산 대부분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 부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납세 의무자의 조건이 '최근 5년 동안 매 년 절반 이상을 국내에 체류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어서였다. 구 부사장은 당시를 기점으로 과거 5년 가운데 2개 연도가 국내 체류 일수 규정보다 적었다.

이후 범한판토스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선은 한층 차가워졌다. 구 부사장은 2009년부터 5년 간 배당으로 415억원 정도를 챙겼다. 시민단체는 '납세의무를 저버린 검은 머리 외국인의 국부 유출 사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최근엔 구 부사장이 2012년 매입한 서울 논현동 빌딩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려다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세입자를 퇴거시키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워 협박과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구 부사장 얽힌 기업들 선긋기

이번 사건은 구 부사장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구 부사장과 다양한 인연으로 얽혀 있는 집안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됐다.

당장 구 부사장과 혈연관계로 이어진 LG그룹이 그렇다. 일단 '한집안 사람'이라는 자체만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LG그룹은 선긋기에 나섰다. 범한판토스가 설립 당시부터 LG그룹과 별개로 세워져 운영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간 구 부사장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왔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효성그룹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구 부사장과 함께 투자에 나선 때문이다. 앞서 구 부사장은 지난달 효성그룹 계열사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효성ITX와 함께 게임업체인 '액션스퀘어' 지분 5.2%를 12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재계에선 구 부사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이 손을 잡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효성ITX의 대주주가 조현 사장인데다, 구 부사장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지분 14.48%를 인수해 3대 주주로 올라선 때문이다.

효성그룹 역시 구 부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조 사장이 직접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앞서 언론을 통해 조 사장이 구 부사장과 가까운 사이임이 보도된 바 있어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