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패밀리 세단의 아이콘 '명불허전'

중형 패밀리 세단 캠리는 도요타를 대표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라이벌 차종인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에 비해 큰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한 한국토요타는 11월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형 캠리는 부분 변경 모델이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페이스리프트임에도 부품 2,000개 이상을 바꾸거나 재설계할 정도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국내에 출시된 캠리는 도요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이다. 판매차종은 2.5 가솔린 XLE(3,390만원)와 2.5 하이브리드 XLE(4,300만원), V6 3.5 가솔린 XLE(4,330만원) 총 3가지다. 이 중 2.5가솔린 XLE 모델을 시승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면 디자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연상케 하는 스핀들 그릴은 첫 눈에도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다소 밋밋했던 과거의 이미지에서 크게 탈바꿈한 모습이다. 상위 트림 아발론과 동일한 패밀리 룩을 적용한 공격적인 범퍼와 그릴, 눈에 띄는 측면 라인, LED 헤드램프로 개성 넘치는 모습을 갖췄다.

날렵한 새로운 헤드램프는 강한 인상을 주는 새로운 눈이다. 신형 캠리는 오토 레벨링 기능이 있는 LED 로빔/하이빔을 제공하며 안개등을 과감히 삭제하고, 전면 방향 지시등과 LED 주간주행등(DRL)의 위치를 통합했다. 한국토요타에 따르면, 동급 경쟁차종에서 상향등과 하향등 모두 고사양의 LED를 탑재한 것은 캠리가 유일하다.

확실히 전체적인 외관은 이전 모델보다 스포티해졌다. 길이는45mm 더 길어졌고, 전륜과 후륜의 트레드가 10mm 넓어져 저중심의 와이드하고 역동적인 자세를 완성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순간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나?'라는 착각을 했다. 그만큼 정숙했다. 액셀을 밟고 가속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동승자가 "왜 이렇게 조용해?"라고 2차례나 물었다.

한국토요타가 '신형 캠리의 실내에서 소음을 없앴다'라고 자신했던 게 과장은 아닌 듯했다. 엔지니어팀이 바람과 도로면 소음을 줄이는 데 특히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많은 변화 중에서도 창문과 차문으로 들어오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도록 개선했다. 심지어 사이드 미러도 공기흐름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 흔들림과 소음을 저감하도록 새롭게 디자인됐다. 발 밑의 카펫에도 소음 흡수 효과가 30% 더 높은 소재를 사용했다. 실제로 고속 주행에서도 동승자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방음과 충진에 신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승한 2.5가솔린 XLE 모델은 DOHC 16V Dual VVT-I 엔진을 탑재했다. 제원상 최고 출력은 181/6,000(마력/rpm), 최대토크는 23.6/4,100(kg.m/rpm)이다. 물론 독일차 같은 강력한 주행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도요타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 덕분에 고속주행에서도 큰 무리 없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타는 중형 패밀리 세단인 만큼 스포티함보다는 오히려 승차감과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는 역대 모델 중 가장 핸들링과 승차감이 뛰어나다"라고 밝혔다. 첨단 소재와 기술을 적용, 가볍고 고강도의 차체를 통해 핸들링을 향상했다는 설명이다. 또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 차체는 더욱 가벼워지고 강성은 증대됐다.

아울러 차량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보조를 맞춰주는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은 보다 향상된 조타감과 직선 주행 안정감, 직접적인 조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선됐다. 3스포크 타입의 가죽마감으로 처리된 스티어링 휠은 손에 감기는 그립감이 좋아 운전하기에 편했다.

3,000만원대의 엔트리급 세단이지만 실내는 프리미엄 모델에 못지 않게 고급스러웠다. 특히 대시보드 전면 등에 꼼꼼히 처리된 가죽 스티치가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의 각종 조작장치는 운전자 주위로 배치한 '저중심 수평 T형'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계기판도 시인성이 좋았다. 신형 캠리의 전 트림에는 새로운 4.2인치 멀티 인포메이션 TFT LCD디스플레이가 기본 장착됐다.

각종 안전 및 편의 사양도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모습이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아틀란은 물론, 동급 최다인 10개의 에어백, 추돌시 탑승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경추손상방지(WIL) 콘셉트 시트, 예상 진행 방향을 미리 알려줘 손쉽고 안전한 후방 주차를 돕는 백 가이드 모니터(BGM), 음질이 뛰어난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인 표준연비는 복합 11.5 km/L, 도심 10.2 km/L, 고속도로 13.6 km/L이다. 그러나 3일 정도 시내와 고속도로를 주행한 결과 12km/L를 웃돌아 제원보다 오히려 더 좋게 나왔다.

'독일 빅3'의 파상공세 속에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중형 세단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일은 신형 캠리의 성적표에 달려 있다.



이승택기자 seung30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