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율 희석, 승계는 '보너스'한때 내부거래율 90% 육박…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67%흡수합병하면 비율 낮아지고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서이해욱 부회장 '두 마리 토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산업 본사 전경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림그룹 지주사 대림코퍼레이션이 계열사 대림아이앤에스를 흡수합병한다. 그 배경에 대해 사측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회피와 경영권 승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체 왜일까.

'일감 몰아주기' 논란 중심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 22일 대림아이앤에스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대림아이앤에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사무자동화, 네트워크 컨설팅 등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99%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밝힌 합병의 배경은 '양사의 전문역량 결합과 이에 따른 시너지효과'다. 그러나 재계에선 이번 합병이 지난 2월 본격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는 시선이 많다.

대림아이앤에스는 현재 규제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개정안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중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 중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인 경우를 규제 심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대림아이앤에스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적을 받아 왔다. 그동안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다시피 해온 때문이다. 수의계약 또는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지원사격 해줬다.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에도 오히려 내부거래율은 늘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68%(1,095억원-743억원) ▦2006년 73%(1,382억원-1,014억원) ▦2007년 75%(1,584억원-1,186억원) ▦2008년 76%(1,741억원-1,322억원) ▦2009년 74%(2,118억원-1,561억원) ▦2010년 82%(1,787억원-1,473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1년에는 매출의 90%(1,963억원-1,760억원)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2012년 내부거래율도 90%(2,896억원-2,612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대림아이앤에스는 안정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0년 320억원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2,768억원까지 늘어났다.

합병 통해 내부거래 희석?

사실 '일감 몰아주기'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대기업들은 저마다 규제 탈출을 위해 애를 썼다.

당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 대림아이앤에스도 자구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내부거래율을 2013년 81%(2,787억원-2,265억원), 지난해 67%(2,667억원-1,787억원) 수준까지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진 못했고, 마땅한 방법도 없었다.

여기에 공정당국 안팎에선 5월 중 대림아이앤에스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자 결국 내부거래율을 희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주사 최대주주 등극 가능

여기에 경영권 승계는 '보너스'다. 대림그룹의 '지휘봉'은 이미 이 부회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부친인 이준용 명예회장은 200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대림산업 부회장에 올랐고 2011년엔 대림산업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일선에 나섰다.

'왕좌'에 앉아 있는 건 이 부회장이지만 '성주'는 여전히 이 명예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의 핵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 명예회장은 61% 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향후 거액의 증여세를 내고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흡수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엔 이 명예회장 지분은 42%로 줄어들고, 이 부회장은 52%로 늘어났다. '소유'까지 이 부회장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50%가 넘는 지분 보유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편법 승계 논란은 경계할 만하다. 대림아이앤에스는 편법 승계를 위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아온 바 있다. 후계자들이 보유한 회사를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불린 뒤 승계의 발판으로 이용하는 건 그간 재벌가에서 애용돼 온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앞서 비슷한 방법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2008년 이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에이치앤엘을 흡수·합병했다. 그전까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없던 이 부회장은 단숨에 2대주주에 올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림아이앤에스 합병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림에이치앤엘도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집안'에서 지원해줘 급속히 몸집을 불린 뒤 합병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당시에도 편법 승계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대림산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으로도 딱히 '불법'이라고 꼬집어낼 대목은 없다. 그러나 향후 편법승계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두고두고 '나쁜예'로 회자되는 이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송응철 기자 sec@ha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