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까지 나서 총수일가 지원사격KCC자원개발 높은 배당성향코리아오토글라스 순이익 넘어서는 배당으로 논란오너가 저금통 역할 비난… 현대·기아차서 매출 대부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CC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KCC자원개발 내부거래율 80%

KCC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된 건 유리원료 생산업체인 KCC자원개발과 차량용 유리 생산업체 코리아오토글라스다. 먼저 1990년 설립된 KCC자원개발.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60%를 보유한 지주사 KCC다.

나머지 지분 40%는 창업주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1.263%)과 세 아들이 소유하고 있다. 장남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38.6%를, 차남 정몽익 KCC 사장과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1%와 0.03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KCC자원개발 매출 대부분은 모회사인 KCC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지난해 총매출 371억7,765만원 중 82.4%에 해당하는 306억4,887만원이 KCC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앞서서도 이 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사실상 KCC에 의존하다시피 해왔다.

실제 KCC자원개발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80%(총매출 334억1,202만원-내부거래액 267억5,489만원) ▦2011년 78%(378억9,266만원-295억6,814만원) ▦2012년 79.6%(332억5,274만원-264억7,653만원) ▦2013년 79.3%(376억906만원-298억5,102만원) 등이었다.

KCC자원개발은 집안의 지원 속에 안정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그리고 매년 5억원에서 15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배당률은 30%에서 64%의 규모였다. 이를 두고 KCC자원개발은 총수일가의 '저금통' 역할을 해왔다는 시선을 받아온 바 있다.

코리아오토 친족기업서 일감

코리아오토글라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2000년 KCC와 일본 아사히 글라스와의 합작을 통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02년 KCC로부터 한국글라스와 시장을 양분하던 자동차 안전유리사업을 넘겨받았다. 이듬해 정몽익 사장은 이 회사의 지분 20%를 취득했다.

이 회사 역시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42.3%(2,788억4,388만원-1,181억2,484만원) ▦2011년 47.1%(3,692억119만원-1,739억5,239만원) ▦2012년 42.8%(3,904억3,028만원-1,672억5,649만원) 등이었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역시 그동안 고액의 현금배당으로 '오너일가 챙기기'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 회사는 앞서 매년 2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도 200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그해 순이익인 177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이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그러나 40%대를 유지하던 내부거래율은 2013년 0.01%(3,900억4,200만원-69억2,456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0.01%(4,297억2,452만원-75억2,337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일감 몰아주기법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코리아오토글라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 건 친족회사인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상당 규모의 일감을 몰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냇동생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코리아오토글라스는 2012년 현대차와 기아차와의 거래를 통해 총 2,467억4,422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해 총매출의 6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후 이들 회사와의 거래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액수는 확인이 어렵지만 같은 수준의 거래를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공정위는 앞서 그룹별 제재대상 기업수의 변화 추이를 공개하면서 혈연관계로 엮인 비계열사를 제재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한진그룹-유수홀딩스'와 '두산그룹-빅앤트'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들 회사의 오너가 '한집안 사람'이라는 이유에서 계열사로 판단됐다.

그러나 이 회사의 경우 규제 대상 회피가 비교적 어렵지 않다고 분석된다. 비상장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는 정몽익 사장의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면 그만인 때문이다. 한때 '살생부'에 사명이 거론되던 KCC건설도 이런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KCC건설은 당초 총수일가 지분율이 30.49%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해 7월 시간외 매매를 통해 보유지분의 0.5%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지며 0.01% 차이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나왔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