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원정도박' 장세주 회장 비자금 관리인 누구?동국제강-K사 수상한 자금 거래 검찰 수사 확대 검찰출신·친이계 인사 등 벌써 장 회장 구명활동 움직임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해외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이후 검찰 주변에서 수사가 동국제강의 협력사와 계열사 그리고 하청업체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동국제강 안팎에서는 “장 회장이 이번에 무사히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검찰의 영장청구 과정에서 장 회장 측이 검찰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검찰 수사에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동국제강 수사와 관련해 수사를 하청업체와 장 회장의 가족, 친인척 등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장 회장이 빼돌린 비자금과 해외도박이다.

검찰은 장 회장에게 상습도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장 회장의 200억원대 회사돈 횡령과 상습도박 등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장 회장이 사용한 자금 출처와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장 회장이 빼돌린 자금 일부의 용처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깊게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K사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A회장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에 따르면 A회장은 동국제강의 하청을 받아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 회장과도 매우 가까운 관계다. A회장은 장 회장이 회사돈을 빼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또 빼돌린 자금을 관리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검찰은 장 회장 주변의 B여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장 회장이 B여인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적지 않는 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장 회장의 특별한 사람들

장 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주변에서 심상치 않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검찰이 장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동국제강 하청업체 등에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검찰은 장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나온 비리 혐의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장 회장의 개인 비리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수사 반경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내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지난 3월 28일 동국제강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장 회장 일가의 지분이 많은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는 IT계열사 DK유엔씨와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 물류계열사 인터지스 등이다. 검찰은 이들 계열사가 매출을 부풀리거나 계열사의 거래업체와 짜고 장부를 조작해 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횡령 수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회삿돈 2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삿돈 횡령에는 거래대금 부풀리기와 불법 무자료 거래, 허위직원 등재로 급여 빼돌리기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

우선 검찰은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의 해외도박과 관련된 여러 행각에 대해서도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이 라스베이거스의 W호텔과 V호텔 등지에서 200만 달러를 칩으로 바꿔 도박을 즐긴 정황을 확보했다. 장 회장이 이렇게 도박 등으로 해외에서 탕진한 자금이 계열사와 하청업체 등을 통해 조성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호텔에서 판돈 800만달러(약 86억원)를 걸고 상습적으로 바카라 도박을 한 정황이 확보됐다”며 “판돈의 절반가량이 빼돌려진 회삿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장 회장은 또 동국인터내셔널(DKI)에 설비공사 대금을 과다계상해 지급한 뒤 일부를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장 회장의 도박 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 회장의 비자금이 하청업체 A회장을 통해 조성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회장이 장 회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일 뿐만 아니라 동국제강과 수년간 거래를 하면서 장 회장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A회장은 동국제강을 통해 집중적으로 하청을 받아 회사를 급성장 시켰다”며 “A회장은 오래전부터 장 회장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두 사람은 오랜 지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압수수색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면 A회장은 장 회장의 동국제강 회삿돈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에 깊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K사 수상한 거래

검찰은 K사를 비롯해 이 회사 납품 협력업체 3, 4곳에 대해서도 횡령 배임 혐의 등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A회장 등 K사 관계자들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A회장을 출국금지하고 최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장 회장이 K사와의 고철 거래에서 수십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하는데 K사가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A회장이 K사의 회삿돈 횡령과 배임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사를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동국제강 납품 협력사인 K사는 국내 철스크랩(고철) 기업 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연간 납품량이 100만톤을 넘어서며 매출액도 3,000천∼4,000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사가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동국제강 장 회장 수사가 철스크랩 공급사로 확대되면 국내 철스크랩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 적지 않다. 그만큼 K사의 업계 파워는 상당하다.

검찰은 재조사 과정에서 3월 28일 압수수색 이틀 뒤 동국제강 임원들이 인천제강소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외주업체를 시켜 수년치의 파철(破鐵) 거래내역을 파기한 사실을 밝혀 냈다. 검찰은 삭제된 자료를 복원해 장 회장이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파철 무자료 거래를 통해 약 1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철근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고철을 K사 등에 판매했으며, 무자료로 거래된 대금은 동국제강 직원을 통해 장 회장에게 전달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K사의 계열사인 D사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D사는 동국제강의 계열사였으나 2001년 동국제강 계열사에서 분리 K사 계열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도 모종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K사의 주변 조사를 통해 A회장이 장 회장의 비자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선임한 고위 검사 출신 인사와 동국제강이 임명한 정진석 전 수석도 A회장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연결됐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A회장은 평소 인천지역 법조인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관리를 해온 정황도 적지 않다. 서울 모 지검의 B검사, 수도권 모 지검의 C검사 등이 A회장과 가깝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수사 확대 방어 비책

검찰은 또 장 회장 일가가 동국제강으로 들어가야 할 주식 배당금을 빼돌린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그룹 본사 사옥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페럼인프라’ 지분 1.5%를 갖고 있었다.

장 회장은 이 회사 지분 98.5%를 갖고 있던 동국제강에 ‘소액주주 배려’를 명분으로 배당금을 포기할 것을 지시한 뒤 이 돈을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장 회장 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렇게 빼돌린 5억 원을 뒤늦게 갚았는데, 검찰은 이 자금이 어디서 났는지도 캐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 가족 외에 B여인 등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이 해외원정도박을 할 때에도 B씨와 동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B씨의 재산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B씨의 명의로 부동산 등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B씨 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으로 추정되는 복수의 측근들 명의로도 비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장 회장이 C계열사 등에 친인척 등을 서류상으로만 임직원으로 등재하고 2006∼2012년 ‘가짜 월급’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포착했다. C사는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90% 이상 보유한 물류회사로, 장 회장 일가의 비자금 창고일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외에도 장 회장은 철강 대리점 업주로부터 5억원 상당의 골프회원권과 고급 외제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장 회장이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무자료로 거래하고 판매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한 사실 외에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같은 방식으로 12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장 회장은 검찰 수사전에 전관출신 법조인들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회사 임원직에 전직 정치권 고위인사를 영입했다.

이에 일각에서 “정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3월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장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및 이용수 부사장, 이성호 상무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한승희, 이재홍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오오키테츠오 JFE홀딩스 이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정진영 김앤장 변호사,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운영위원장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 됐다.

변호인 역시 인천에 연고를 둔적 있는 전직 검찰 고위 인사를 선임해 검찰 수사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덕분인지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해 두 번이나 구속영장 청구를 했음에도 기각돼 여론의 비난을 샀다.

장 회장은 전관(前官) 변호사로 방어막을 친 것과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 직전 횡령한 회삿돈 118억원을 변제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장 회장이 구속을 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 대비를 위해 구속집행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 회장이 증거를 지우고 여러 정황을 주변인들과 퍼즐맞추기를 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장 회장은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00억원 넘는 돈을 갚는 등 구속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25년 만에 또 다시 도박 때문에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장 회장은 1990년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산 적이 있다.

장 회장은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 직전 회사에 106억원을 갚았고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러나 검찰은 즉시 영장 재신청을 했다. 구속영장이 또 청구되자 장 회장은 다시 추가된 횡령 혐의 액수인 12억원을 더 갚으며 두 번째 영장 기각을 노렸지만 결국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7일 “보완수사 등을 거쳐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종합해 볼 때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소명이 이뤄진 점, 구체적인 증거인멸의 정황이 새롭게 확인된 점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장 회장이 1990년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산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중형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