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상 '최다' 회피 노력 '소극'티브로드 이호진 부자 지분… 20%로 감소에도 규제 대상상장 성공하면 회피 가능… 7곳은 마땅한 방법 없어내부거래 감소 노력 소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태광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태광 규제 대상 계열사 8곳

태광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가 가장 많은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현재 티브로드홀딩스와 메르뱅, 바인하임, 서한물산, 세광패션, 에스티임,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8개 계열사가 공정위 '블랙리스트'에 사명을 올리고 있다.

먼저 티브로드홀딩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24.47%)과 아들 현준씨(8.21%) 부자가 지분 32.68%를 보유해오던 이 회사는 매년 500억원대의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이호진 전 회장은 이 회사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넘겼다. 이로 인해 이호진 부자의 지분율은 20.72%까지 감소했지만 티브로드홀딩스가 비상장사인 때문에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티브로드홀딩스는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브로드홀딩스는 지난해 말 상장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나섰다. 만일 상장에 성공할 경우 티브로드홀딩스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반면 SI업체인 티시스의 경우 마땅히 규제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 이 회사는 2013년 동림관광개발와 티알엠과 합병됐다. 합병 이전부터 이들 회사는 이호진 부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전량에 가까운 매출이 '집안'에서 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에도 이호진 전 회장(51.02%)과 아들 현준씨(44.62%), 부인 신유나 여사와 딸 현나씨(각 2.18%) 등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100%였다. 내부거래율도 지난해와 2013년 76.8%(1,962억원-1,508억원)와 68.6%(1,175억원-806억원)에 달했다.

서한물산도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호진 전 회장(59.77%)과 외삼촌인 이기화 전 태광그룹 회장(8.04%) 등 총수일가가 지분 67.81%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상당부분을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올려왔다.

특히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증가했다. 실제 2011년 78.2%(108억원-85억원) ▦2012년 88.6%(142억원-126억원) ▦2013년 86.5%(133억원-115억원) ▦2014년 94%(98억원-92억원) 등이었다.

세광패션도 마찬가지다. 이호진 전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 회사는 매출의 100%를 '집안'에 의존하고 있다. 세광산업은 ▦2013년 242억2,500만원 ▦2014년 231억1,300만원 ▦2015년 186억6,100만원 등의 매출을 태광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모녀회사'도 규제 대상 포함

이밖에 실내건축업체인 에스티임과 주류도매업체인 바인하임·메르뱅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이들 회사는 이른바 '모녀회사'로 분류된다. 이들 회사의 지분을 신유나 여사(51%)와 현나씨(49%)가 같은 비율로 100% 보유하고 있어서다.

먼저 에스티임의 내부거래율은 ▦2011년 83.2%(111억7,700만원-93억200만원) ▦2012년 60.7%(101억9,900만원-61억3,600만원) ▦2013년 85.3%(50억1,500만원-42억8,100만원) ▦2014년 81%(56억5,000만원-45억7,900만원) 등에 달했다.

바인하임과 메르뱅의 경우 금액은 적지만 내부거래율은 높았다. 바인하임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94.2%(15억2,000만원-14억3,200만원)에 달했고 메르뱅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의 86.2%(7억6,600만원-6억6,100만원)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회장 와병, 회피 소홀 배경?

그동안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내부거래를 감소시키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이런 노력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이호진 전 회장의 건강상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1년이다. 건강이 악화돼 영등포구치소 지정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았다. 당시 간에 심각한 질환이 발견돼 각종 검사와 외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로 인해 간의 40%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호진 전 회장은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며,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최근 별세한 모친 고(故) 이선애 여사의 상가를 지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재계에선 이호진 전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규제 탈피 노력을 기울일 여력이 없지 않았겠느냐는 동정론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는 이미 시작됐다. 태광그룹으로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과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