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값'에 인수자 찾기 난항

이르면 7월 중 예비입찰… 유통업계 판도 변화 예상
오리온 인수 어렵다 평가… 현대백 긍정적으로 검토
농협 큰 관심 보이지 않아

대형마트업계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다. 이르면 오는 7월초에 예비입찰이 실시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어느 기업이 홈플러스를 거머쥘지 주목하고 있다. 누가 새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의 희망가격은 8조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워낙 몸값이 비싸다보니 인수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 현대백화점과 농협, 오리온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유력한 후보로 부각된 기업은 한곳도 없다.

수년간 매각설 끊이지 않아

홈플러스의 매각설은 앞서 수년간 끊이지 않고 불거졌다. 매각설이 처음 등장한 건 2007년이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어렵고,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테스코가 수익성 높은 중국 투자를 강화한다는 게 매각설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당시 테스코 본사가 직접 나서 매각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후 지금까지 7년간 홈플러스의 분리 또는 일괄 매각설이 수차례 불거졌다. 그때마다 테스코와 홈플러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른 업체들이 완강히 부인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던 지난해 말 매각의 정황이 포착됐다. 홈플러스가 유통업체에 점포 매각과 관련된 제안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매각을 진행해 관련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는 홈플러스의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테스코의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점도 '설'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테스코는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폭락하고, 40년만의 최악의 실적을 거두는 등 경영도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국내 M&A 사상 최고액 경신?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외신을 통해 테스코가 홈플러스의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HSBC를 매각 주관사로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진행될 인수전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40개와 슈퍼마켓 377개를 가진 대형마트업계 2위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약 8조9,300억원의 매출과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업계에선 테스코가 기대하는 매각 하한선이 8조5,000억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HSBC증권이 인수후보들에 보낸 투자설명서(IM)에서 홈플러스의 부동산 가치를 8조원으로 평가하고, 보유매장의 임대보증금으로 돌려받을 돈이 5,000억원이라고 밝힌 때문이다.

만일 이 가격에 거래가 성사될 경우 2006년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할 때 세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 기록인 7조2,464억원을 경신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후보들 사이에선 테스코의 기대 가격이 너무 높다는 반응이 많다.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몰 시장이 급성장해 대형마트 시장이 위축되는 등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10년 이상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2조8,669억원을 감안하면 홈플러스의 부동산 가치가 8조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백·농협·오리온 등 거론

이 때문에 국내 기업 중에선 선뜻 인수 의사를 밝히고 나선 곳은 많지 않다. 당장 업계 1위인 이마트와 3위인 롯데마트는 독과점 규제 때문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없다. 업계에선 현대백화점과 농협, 오리온 정도가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리온의 경우 최근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매각주관사 HSBC에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를 받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문사로 일본 노무라금융을 선정하고 6월 말로 예정된 홈플러스 예비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리온이 보유한 현금자산의 규모가 작아 홈플러스 단독 인수는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업계에선 오리온이 해외 사모펀드(PEF)를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통해 인수전에 참여하리란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백화점그룹과 농협 정도가 단독으로 홈플러스를 인수 가능한 업체로 꼽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하나로마트로 전국 유통망을 갖춘 상황이어서 홈플러스는 농협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홈플러스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입 제안이 온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오래전부터 대형마트업계 진출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1990년대 '현대마트'로 상표등록도 해놓은 상태다.

백화점업계에서 유일하게 대형마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될 경우 더욱 탄탄해진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대형마트 국내 1위 기업인 신세계그룹에 견줄만한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해외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현재 복수의 사모펀드들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법인 지분을 매입한 바 있는 중국 최대 유통회사 뱅가드도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