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값 뻥튀기 '짬짜미' 있었나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공정위 본격 조사에 착수영화관 3사 점유율 81% 지배력 남용 여부에 초점가격 담합, 끼워팔기 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들 영화관이 스낵코너에서 폭리를 챙기고 관람객에게 억지로 광고를 보도록 해 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때문이다.

공정위는 폭리 여부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 적용을 위해선 원가분석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공정위가 가격 규제에 나선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가격 규제가 아닌 공정경쟁 위반 여부에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극장 내 매점 '폭리' 조사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스낵코너에서 폭리를 챙기고 관람객에게 억지로 광고를 보도록 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영화상영업계 1위에서 3위인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체 3곳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시민단체의 신고에서 비롯됐다. 지난 2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뒤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근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멀티플렉스 3사의 매점상품 원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사안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개 부서가 함께 조사에 착수하도록 조치했다. 공정위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대상 업체 3곳에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건 매점상품 '폭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원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팝콘(L사이즈)은 판매가 5,000원에 원재료가격이 613원, 콜라(R사이즈)는 판매가 2,000원에 원재료가격이 600원으로 나타났다. 판매가와 원재료가의 가격 차이는 각각 8.2배와 3.2배에 달했다.

팝콘과 콜라 2잔으로 구성된 콤보상품도 판매가는 8,500원이지만 원재료가는 최대 1,813원에 그쳐 판매가가 원재료의 4.7배였다. 영화관들이 대량구매와 음료제조기 이용 등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는 더욱 크리란 설명이다.

아무리 매장 유지비용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원재료의 8배 넘는 가격을 받는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조사의 배경이다. 매점들의 수익은 영화관의 절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수익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고 전해졌다.

특히 3사 영화관 매점은 담합 의혹에도 휘말린 바 있다. 상품 가격이 모두 같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팝콘(L) 5,000원, 탄산음료(L) 2,500원, 나쵸 3,500원, 오징어 3,000원, 핫도그 3,500원 등 조사대상 3사의 모든 매점 제품의 가격이 동일했다.

뿐만 아니라 콤보상품도 세 영화관에서 모두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팝콘과 탄산음료는 사이즈에 따른 가격까지 같았다. 이들 영화관이 최근 2D 영화 관람료도 나란히 1,000원씩 인상한 사실도 이들 영화관의 담합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팝콘값' 외에 공지된 영화상영 시각이 지나서도 광고를 튼 점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다. 이들 영화관은 광고 시간을 영화상영 시간에 더해 표기하는가 하면, 예고편과 무관한 상업광고 시간도 전혀 알리지 않아 관객들은 원치 않아도 광고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또 이들 영화관의 '3D안경 끼워팔기'도 조사하고 있다. 3D 영화티켓은 관람시 필요한 전용 안경값을 포함해 일반 영화 관람료보다 최대 5,000원까지 비싸게 판매된다. 하지만 안경이 소비자 소유가 되는 점을 공지하지 않고 상영 종료 후 회수하기도 했다.

갑질 배경은 시장지배력?

이들 영화관의 '갑질' 배경은 시장지배력에 있다고 분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극장 356개 중 82.8%에 해당하는 295개가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총 관객수의 96.9%, 총 매출 점유율의 97.5%에 달한다.

이 가운데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극장수는 288개로 전체의 80.9%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3사의 스크린 수는 전체(2281개)의 92%인 2098개로 그 비중이 절대적이다. 3사의 극장을 제외한 전국 멀티플렉스 극장은 7개 극장, 66개 스크린에 불과하다.

결국 영화관 '빅3'가 전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배적 지위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들 영화관이 자신들의 입지를 기반으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영화관들 시정 이끌어 낼까?

그러나 업계에선 공정위 조사 이후에도 문제가 된 팝콘값 하락은 없으리란 견해가 많다. 시장경쟁 체제에서 가격 규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팝콘 원가 산출이 어려워 폭리 여부에 공정거래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품의 적정가를 산정해 영화관에 제시해도 문제다. 사실상 공정위가 가격을 정해주는 상황이어서 시장경쟁과 맞지 않다.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에 어긋났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가격 규제의 어려움은 역대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공정거래법이 도입된 이후 가격남용 행위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2번이 전부다. 그나마 1건은 공정위가 위원회 형태로 독립되기 전이고, 또다른 1건은 제재를 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따라서 공정위 조사의 초점은 가격 규제가 아닌 공정경쟁 위반 여부에 맞춰져 있다. 영화관 업체가 팝콘 값을 담합했다거나 3D안경을 끼워 팔았다는 의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이런 의혹들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