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동빈 '엎치락뒤치락'… 친모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누구 손 드나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vs 반 신동빈' 대결 양상… 결국 '지분 전쟁'
신동주, 경영권 회복 위해 거사 결행 '1일 천하'로 끝나
롯데 정점인 광윤사·롯데홀딩스 지분 확보 따라 승패 결론
두 형제 친모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 선택 따라 롯데 주인 가려질 듯

롯데의 주인 자리를 놓고 장ㆍ차남 형제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후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달 27일 이전만 해도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일 양국의 그룹을 경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던 중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하루만에 역전되면서 롯데가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신동주ㆍ신동빈 형제는 '지분 전쟁'에 돌입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데 필사적이다. 두 형제의 가족과 친척들도 양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롯데를 가능하게 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처가인 일본 시게미쓰 가문의 선택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롯데의 대권을 누가 차지하게 될지 '형제의 난'을 짚어봤다.

롯데家 장남 '일일천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롯데 이사직·롯데상사 대표이사직·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열이틀 후인 지난 1월 8일에는 그룹 내 모든 임원직에서 해임되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격호 명예회장이 한일 롯데 전체 지배권을 신동빈 회장에게 물려주는 신호탄이라고 봤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임원직에서 해임될 당시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침묵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반란'에 나섰다.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과 이복누이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을 설득해 총 5명의 친족들과 전세기 편으로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같은 날 오후 6명의 이사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해임 인사에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한국 롯데캐피탈 사장), 가와이 가츠미(河合克美·일본 롯데홀딩스 상무이사), 아라카와 나오유키(荒川直之·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고초 에이이치(牛膓榮一·일본 롯데상사 영업본부장)가 포함됐다.

5명의 일본인 이사들은 이미 '신동빈 파'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사이의 후계구도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며 이사회를 통해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과 5명의 이사들은 바로 다음 날 절차의 부적법성을 이유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전날 신격호 명예회장의 해임안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이사회에서 해임시키고 총괄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은퇴시켰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사교체를 건의할 것으로 전해 곧 있을 2차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신격호vs신동주vs신동빈

재계에서는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오래 전부터 예측해왔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들이 2000년대 초 경영에 본격 참여하며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운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신 명예회장은 후계자 선정과 관련해 아들들의 경영에 간섭해왔다. 초반은 신동빈 회장이 불리한 형세였다. 해태제과 인수 실패(2004), 진로 인수 실패(2005), 까르푸 인수 실패(2006)를 연이어 겪은 차남에게 신 명예회장의 반응은 싸늘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던 신동빈 회장은 2008년 인도네시아계 대형마트인 마크로(Macro)를 인수하며 후계자로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길리안, 기린,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마이비, 하이마트 등 국내외 회사를 인수하며 한국 롯데의 몸집을 키우는데 크게 일조했다.

승승장구하는 동생에 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특히 2013년 8월에는 롯데제과의 지분 560주를 추가로 늘려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내침'당하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이다.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의 계열사 중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직에 해임되며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해임 이유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자신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일본 롯데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자 해임이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엇갈리는 두 형제의 주장에 따라 주총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지분 전쟁…시게미쓰 하쓰코 선택 주목

롯데 '형제의 난'은 결국 지분 싸움에 달려 있다. 두 형제 중 누가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가려지는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을 열어 빼앗긴 롯데 총수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했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롯데그룹 후계는 결국 한ㆍ일 양국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와 이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 지분의 향배에 달려 있다. 특히 광윤사는 1967년에 설립된 일본 롯데의 계열사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 지분 19%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광윤사 지분 분포는 신동주 전 부회장 30%, 신동빈 회장 25%, 두 형제의 친모인 시게마쓰 하쓰코 15∼20%, 신격호 총괄회장이10% 이하,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1%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 총괄회장과 신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해도 과반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분포는 광윤사 32%, 종업원 지주회 32%, 신동주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2%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32%와 자신의 지분 2%를 합쳐도 롯데홀딩스 지분이 34%밖에 안 된다. 종업원지주회가 가진 32%, 일본 내 롯데 계열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등이 보유한 나머지 32% 중 일부를 장악해야 과반을 넘길 수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종업원지주회와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두 형제의 친모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ㆍ88) 여사의 광윤사 지분이다. 시게미쓰 여사는 광윤사 지분을 20% 가까이를 갖고 있다. 나머지 15% 가량의 지분의 향방은 알려진 바 없으나 시게미쓰 여사의 친정인 시게미쓰 가문 또는 이들과 가까운 이들이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시게미쓰 여사가 두 형제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주면 광윤사가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까지 장악하게 돼 사실상 분쟁이 종식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롯데가의 행보를 볼 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을 끌어들이더라도 41%에 불과하다. 시게미쓰 여사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면 4%p 가까이 격차가 발생한다.

롯데그룹이 최근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이 이미 50%를 넘었고 최대 70%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데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사와 이사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시게미쓰 여사가 확실히 지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게미쓰 여사는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격인 시게미쓰 가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이 무일푼으로 거대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군벌 가문인 시게미쓰 여사와 중혼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시게미쓰 여사의 신 총괄회장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게미쓰 여사가 이미 일본에서 시게미쓰 가문의 입장을 정리했고 신동빈과도 이미 얘기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격호 명예회장의 의지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만큼 그의 결정에 신동주·동빈 형제의 명운이 달렸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에서는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가 '신동빈 파'로 알려진 5명의 이사들과 직간접적 관계라고 알려진 점이다. 때문에 한ㆍ일 재계에서는 시게미쓰 가문이 신동빈 회장에 더 우호적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는 지난달 30일 신격호 명예회장 아버지의 제사를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재계에서는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형제 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두 형제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