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소공점ㆍ월드타워점 재승인 ‘빨간불’롯데‘형제의 난’으로 여론 악화, 정부도 압력경쟁 대기업 “롯데 물리치고 승자 될 것”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롯데가 수성을 지켜온 면세점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정상적인 순환 구조와 기업의 국적 논란까지 더해지며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ㆍ월드타워점 재승인에서 롯데면세점이 재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면세점 사업에 국내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 또한 롯데를 안팎으로 긴장시키고 있다.

롯데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하반기 면세점 대전(大戰)으로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日 기업에게 면세점 허가 내줄 순 없어"

지난 2013년 전만 해도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특허를 자동으로 갱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개정된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5년마다 희망 사업자의 신청서를 받아 경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입찰 방법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 입찰자들은 5년에 한 번씩 경쟁입찰을 벌여야 한다.

관세법이 개정됐지만 롯데는 줄곧 여유만만했다.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다져왔고 입찰 심사에서도 기존 사업자들이 사업 연계성을 이유로 유리한 고지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관련에는 삼성,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뛰어들었지만 롯데면세점의 경우 내실경영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이미 서울 시내에 3곳을 보유하고 있어 특혜논란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또 소공동 면세점이 서울 전체 면세점 수익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여섯 곳의 면세점 중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롯데 성장의 큰 버팀목이 돼 왔다. 그러나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 반영하라는 여론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0% 이상을 정체가 모호한 일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결국 일본으로 흘러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대체로 면세점 사업권은 자국 기업에게 부여한다. 국가의 관광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에 자국 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정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 사태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기업들의 지배를 받는 구조임이 드러나자 면세점 사업권을 허가해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롯데가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정체성 또한 모호해진 상황 탓에 민심 또한 좋지 않다. 금융소비자원,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비자 단체는 롯데 불매운동에 나서며 압박에 들어갔다. 정치권도 롯데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는 면세점 허가 심사 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점차 거세지는 압력에 따라 정부도 면세점 허가 심사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심사하기보다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심사를 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면세점 사업 허가권을 가진 관세청 측은 10월 예정된 면세점 재허가 심사 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도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입찰 관련 백지화는 정부가 면세점 허가를 내세워 롯데 측에 더 이상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혼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쟁사들 "롯데 제치고 면세점 승자 될 것"

롯데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적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다 면세점 사업 재허가 승인 또한 어려워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최대 수입원이다. 국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지난 10년간 얻은 영업이익 1조8,000억원 중 무려 1조7,000억원을 면세사업부를 통해 달성했다. 소공점의 경우 지난해 기준 2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월드타워점은 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특허를 잃는 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큰 손실인 셈이다. 특히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총 매출액 중 45%를 차지하는 소공점의 입찰 심사는 롯데에겐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면세점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 호텔신라ㆍ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법인인 HDC신라면세점,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 신세계DF, 현대백화점, 이랜드면세점 등 유력 대기업들이 전부 뛰어들기도 했다. 이 경쟁에서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워낙 강자였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난 6월 경쟁과는 다르게 연말에 이뤄질 입찰엔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롯데 사태를 겪으며 면세점 사업 진출 열기는 오히려 고무되고 있다. 경쟁 대기업들은 롯데 내분을 ‘호기’로 삼아 면세점 확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력 입찰 경쟁 업체로 꼽히는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입찰에 관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발발한 7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신세계 주가는 19.81%, 현대백화점 주가는 12.11% 상승했다. ‘형제의 난’으로 올 12월 예정된 면세점 특허 심사에 롯데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입찰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롯데 입장에서도 엄청난 손실이다. 최대한 좋게 해결을 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