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부지 삼성vs현대차 2R'리턴 삼성동 매치'… 현대차 일단 앞서땅값 약 1조원 예측돼… 삼성 추격 거셀 듯경실련, 대기업 특혜 주장하며 매각 반대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또 다시 만나게 됐다.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 공개매각에 나서면서 약 1조원의 가치를 지니는 땅의 주인으로 삼성과 현대차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 이어 또 한 번의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중심으로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헐값 매각'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성〮현대차 "기존 부지 연계 시너지 효과를"

서울시는 지난 11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2개 필지(삼성동 171,171-1) 3만1,544제곱미터와 건물 9개동의 공개 매각 공고를 냈다. 이 부지는 오는 24일까지 전자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된다. 입찰 예정가격은 9,275억원이며 최고가격을 제시한 입찰자가 부지의 주인이 된다.

먼저 도전장을 낸 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주체로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지난해 인수한 한전부지와 함께 다양한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예측되는 지역이니만큼 현대차 외에 다른 기업들의 입찰 참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지난해 한전부지를 놓고 현대차와 대결했던 삼성은 유력 입찰 후보로 꼽히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옛 한국감정원 부지는 이번에 입찰 대상이 된 서울의료원 부지와 인접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연계개발이 가능하므로 삼성 측에선 충분히 뛰어들만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지난 2009년 삼성이 이 부지들을 연계해 초대형 복합 상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적이 있어 삼성의 입찰 참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꽤 높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시는 코엑스와 한전 부지,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호텔, 전시장 등 국제업무와 MICE 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부지의 전체 공간 중 절반을 업무시설, 관광 및 숙박시설과 문화 집회시설로 채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삼성 모두 기존 부지인 한전과 한국감정원을 연계해 다양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 2차 '삼성동 매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현대차에 이어 삼성도 부지 입찰에 참여한다면 매각 가격은 한층 더 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삼성을 제치고 총 10조5,500억원이라는 가격으로 한전부지를 낙찰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낙찰 과정에서 감정가에 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입찰을 받아 고가매입 논란도 있었다. 입찰 부지 매각에 무리한 돈을 써 이기고도 이긴 것이 아닌 '승자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현대차 주주로 알려진 A씨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에 대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해 그룹에 손해를 끼쳤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정 회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 측은 13일 기준으로 아직까지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입찰 참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한전 부지에서 현대차에게 한번 밀린 바 있고 기존 소유 부지와 연계해 다양한 개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시민 재산, 기업에게 헐값 매각해선 안돼"

그러나 이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가 지나치게 헐값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월 23일 해당 부지가 강남 교통의 요지이고 개발 계획에 따라 차후 막대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보유하는 곳이 옳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실련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의회의 의결을 거뒀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에도 시의회 결정 이후 매각을 올해로 미룬바 있어 매각을 강행하기 위한 핑계"라 주장했다. 서울시가 MICE 복합단지로 이 부지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서울시에서 내건 3,000제곱미터는 코엑스의 가장 작은 전시장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 이렇게 작은 전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시민의 재산인 부지를 기업들에게 헐값에 매각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경실련 측은 MICE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는 별개로 왜 발전을 위해 민간매각을 하는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시설, 관광숙박시설, 문화시설 등 서울시가 각각의 용도를 세분화해 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입한 기업은 60% 전부를 MICE와 상관없는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설로 채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과 기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서울시의 이번 매각 결정이 향후 오를 땅값을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들에게 입찰 기회를 주면서 특혜를 주려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서울시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일단 서울시 측은 의회의 결의를 받아 정상적으로 매각이 결정된 상황이라며 매각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매각 후보로 거론되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부지 입찰을 통해 향후 이익창출을 위해다양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 2차 '삼성동 대첩'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