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새로운 활력… 수장 역할은?35세 임지훈 대표 선임으로 '젊은 조직' 꾸려고급택시·인터넷 전문은행 등 굵직한 사업 앞둬다음과 카카오 간 조직 융합 변수 될 듯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대표 내정자.
'다음카카오'가 신규 사령탑으로 도약에 나선다. 30대의 젊은 나이로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이 된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한 주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임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 투자 전문가이다. 임 대표에 대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한 기업의 수장으로선 경험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임 대표 선임과 함께 신규 사업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고급택시 서비스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도입으로 다음카카오를 실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로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스타트업의 베프'에서 '모바일 강자의 수장'으로

다음카카오의 이번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그야말로 '파격적 인사' 다. 올해 만 35세인 임지훈 신임 대표는 현재 카카오톡의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케이큐브벤처스는 인터넷, 모바일, 게임, 기술기반 기업 등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포괄적 기술 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음카카오와 서울택시조합, 하이엔은 12일‘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초기기업부터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임 대표가 투자한 회사로는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를 포함해 로티플, 프로그램스, 핀콘, 레드사하라, 넵튠 등이 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임지훈 대표는 '스타트업의 베스트프렌드'로 불리고 있다.

임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지난 2010년 소프트뱅크벤쳐스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며 첫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임 대표의 투자 안목을 눈여겨봤고 2012년에는 김범수 의장과 의기투합해 스타트업 기업 투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김범수 키즈'가 됐다.

이번 다음카카오의 깜짝 인사로 임지훈 대표의 약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임 대표는 지난 10여년 간 기업 투자회사에 근무하며 이력을 쌓아 왔다. 특히 소프트뱅크벤처스,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일하며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스타트업 기업을 가려내는 탁월한 안목을 갖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게임 사업 투자에 나서며 다음카카오의 주요 수입원인 모바일 게임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0대라는 임 대표의 젊은 나이 역시 다음카카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생태에 익숙한 임 대표의 발탁을 통해 다음카카오 역시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임 대표 선임과 맞물려 IT업계에 '30대 대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임 대표의 주요 이력이 기업 투자회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카카오 수장으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 투자에 관한 전문적 지식은 갖췄지만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IT기업 수장으로서는 경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신규 사업 개발과 동시에 조직 안정화를 이끌어야 할 CEO의 나이가 젊다는 것 또한 불안요소로 여겨진다. 이번 임 대표 선임을 통해 기존에 다음카카오에 재직하고 있던 임원들의 사퇴가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EO는 사업 개발 외에도 조직 안정도 이끌어야 한다. 30대 대표가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 발굴로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에 대한 맹추격을 계속하고 있다. 만년 2인자였지만 국내외 4,807만 이용자를 두고 있는 카카오톡 서비스를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그 세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아직까지 수익을 거둬들이진 못하고 있지만 전국 택시기사 회원수 14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택시 서비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서울택시조합 및 하이엔과 업무 협약을 맺은 후 고급택시 시범운영에 나선다. 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과 함께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예비인가 신청도 진행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까지 발을 넓힌다. 굵직굵직한 사업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다음카카오에게도 이번 임지훈 대표 선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음카카오는 신규 서비스 론칭과 함께 기존 진행하던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 다음클라우드, 다음영화, 카카오픽, 카카오토픽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 기업 투자를 통해 사업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안목이 높은 임 대표 체제로 다음카카오가 향후 안 되는 서비스는 과감히 버리고 '되는' 서비스 투자에 나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털보다는 모바일에 집중?

한편 이번 임지훈 대표 선임 건으로 다음과 카카오 간 조직 융합이 어려웠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 포털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합병은 IT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성장한 카카오톡이 사실상 다음을 인수한 형태로 합병이 마무리되자 두 조직 간 융합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됐던 것이다.

그러나 올 2분기 다음카카오의 실적은 주요 수입원인 게임 부분의 부진과 카카오택시 관련 마케팅 비용 소요의 영향을 받아 다소 침체됐다. 다음카카오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늘어난 2,265억원, 영업이익은 81.6% 줄어든 11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게임업체들의 '탈 카카오' 현상은 매출액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카카오 입장에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비교적 보수적인 조직이었던 ' 다음'과 혁신적인 '카카오'의 융합이 영 시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올해 다음카카오가 철수하는 사업 중에서는 마이피플, 다음클라우드, 다음영화 등 다음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반면 신규사업은 카카오 쪽에 집중돼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정체된 PC서비스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모바일 시장을 통해 수익구조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신임 임지훈 대표 선임과 함께 기존 다음카카오 대표였던 이석우, 최세훈 공동대표는 물러나게 됐다. 이석우, 최세훈 대표는 당분간 회사에 남아 임 대표 체제 안정화를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 대표 선임 이후로 다음카카오를 떠나는 인사들이 하나 둘 생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또 다음카카오 측이 임지훈 대표 선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카카오를 통한 사업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다음 포털이 사내에서 외면받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예측이 돈다.

올 추석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대표이사직에 오를 임지훈 대표는 다음카카오 신규 사업 안정화와 함께 다음과 카카오 두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다음카카오의 파격 인사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전적으로 그의 능력에 달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