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핵심 5인방’ 교체설 무성최 회장 계열사 방문 현장 점검 등 쉴 틈 없는 일정 ‘강행군’사업 현황 파악후 SK 경영진 대폭 또는 중폭 교체할 가능성그룹내부 보이지 않는 권력게임 ‘충성경쟁’ 우려 목소리도

8ㆍ15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이 현장 점검 등으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SK의 향후 움직임과 변화를 놓고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곧 경영진을 비롯해 임원들의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재계 안팎에서 “SK경영구조에 개혁의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SK는 최 회장이 옥고를 치르는 동안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최 회장 중심의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SK의 계열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핵심 5인방’을 놓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SK그룹 주변에서는 최 회장 복귀 후 이들 5인방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최 회장의 시선 어디로

최 회장은 지난 14일 새벽 출소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옥살이를 한 총수들이 일반적으로 먼저 건강을 추스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최 회장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 등 매일 2∼3군데를 방문하는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재벌 총수 중 가장 긴 2년7개월의 수감 생활로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출소 직후 곧바로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과 만났고, 주말이자 광복절 연휴인 지난 15일과 16일에도 출근해 경영진과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17개 주요 계열사 CEO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대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에 다음 달에는 해외 주요 사업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오히려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올 정도다.

또 지난 2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와 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최 회장은 이달 말까지 서울에 있는 SK텔레콤을 포함한 계열사 본사와 그룹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을 모두 돌아볼 계획이다. 9월부터는 사업상황이 악화된 동남아, 중국, 미국, 중남미 등 해외 사업장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복역 중 허리디스크 등에 시달리긴 했으나 다른 중병 증세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와 SK 주변에서는 최 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향후 SK 경영진을 대폭 또는 중폭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사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도이고 이 작업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일부 계열사 사장에 대한 교체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K 핵심 5인방 교체설 위기설

SK그룹 내부 동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SK텔레콤, SK CnC 등에 포진해 있는 SK핵심 고위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SK 5인방’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이들의 과도한 충성경쟁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최 회장의 사면 문제를 놓고 SK 임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사는 청와대 고위 인사와의 직접 교감을 언급하는 등 그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인사가 해당 SK고위 임원과 여러 논의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SK 내부에서 “A씨가 청와대 고위 인사를 언급하며 최 회장 사면에 필요한 여러 조치를 주장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최 회장에 보고할 수 있는 라인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들 5인방을 통하지 않으면 직접 보고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최 회장이 그룹 경영에 필요한 여러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전하는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의 조기 석방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 특사에 대해 서로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고 있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며 “최 회장의 특사가 이뤄지기까지 여러 배경과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확실한 것은 SK 임원들의 노력은 청와대 결정에 별 영향을 끼친 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황교안 총리 등은 주변 인사들로부터 들은 바 있어 최 회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며 “법무장관 때는 사면에 대해 안타깝지만 능력 밖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로 들어간 뒤에는 나름대로 최 회장 사면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의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5인방은 최 회장 사면을 위해 자신들이 여러 인맥을 동원해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 인사는 “최 회장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한 인사는 H씨 P씨 K씨 등이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최 회장도 어느 정도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