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 폐점 잇따라… '변화' 승부수최근 3달간 전국 34개 매장 폐점해 규모 축소국내 유행 뒤쳐진 메뉴ㆍ인테리어 몰락 초래굴욕 딛고 질적 성장 위한 다양한 변화 시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센트럴시티점 전경. 사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제공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4개 매장을 구조조정했다. 한때 125개의 본사직영점을 운영하던 아웃백이 줄줄이 폐점을 결정하자 항간에서는 경영 유지가 어려워 미국 본사가 한국 사업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아웃백은 지난해 11월 초 109곳 중 34개를 정리하고 해운대점, 김포점, 센트럴시티점, 유성점 등을 새롭게 개장해 현재 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규모 폐점 사태에 '철수설'부터 '매각설'까지 나돌았던 아웃백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국내 아웃백의 고전

국내 아웃백의 시초는 1997년 4월 김포공항 인근의 공항점이다. 당시 아웃백은 미국식 스테이크와 친절한 서비스로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붐을 일으키는 데 선도 주자 역할을 했다. 2002년에는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웃백의 영광은 2009년 2,774억 원, 2010년 2,850억 원의 매출을 끝으로 사라졌다. 이후 아웃백은 포화된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서 카드사, 통신사의 할인 혜택을 대거 제공하고 1만~2만 원 대 저가 메뉴를 내세우는 등 출혈 경쟁에 돌입했다.

2010년 이후 국내에 웰빙이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외식업계도 기름진 육류보다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으로 메뉴를 변화해 왔다. 국내 브랜드인 빕스, 애슐리와 달리 해외 본사의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는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그 결과 2013년 씨즐러와 마르쉐가 국내 영업을 종료했으며 지난해에는 토니로마스가 국내 사업을 접었다. 현재 아웃백과 더불어 TGIF, 베니건스가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웃백은 트렌드와 멀어지며 매출이 2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아웃백의 경우 전 매장이 국내 법인의 직영점 체계인데 매출 급감으로 인해 매장 임대료조차 부담스러웠을 것이다"고 전했다.

아웃백은 2010년 1월 시장에 매물로 나와 한차례 주목을 끌었던 바 있다. 당시 인수 후보로는 호텔신라, CJ,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외국계 사모펀드 몇 곳이 언급됐으나 아웃백이 매각비용으로 3,000억여원을 제시해 무산됐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패밀리레스토랑을 인수할 새 주인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아웃백 측은 과거 매각설과 관련해서 노코멘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의 철수 및 매각 추진설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악재를 겪은 아웃백은 지난해 10월 조인수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조 사장은 KFC, 피자헛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얌! 브랜드(YUM! Brands)와 동원그룹의 자회사 스타키스트에서 근무했으며 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다.

조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질적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을 강행해 왔다. 조 사장의 결정에 따라 서울 16곳, 경기 4곳, 부산 4곳, 대구 2곳, 경남 2곳, 광주 1곳, 강원 1곳 등의 34개 매장이 수익성 저하로 철수됐다.

이와 관련, 조 사장은 올 4월 보도자료를 통해 "레스토랑의 규모보다는 소비자의 질적 경험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아웃백) 매장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혁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웃백이 놓친 '현지화'

외식 업계 한 관계자는 메뉴ㆍ식재료ㆍ인테리어ㆍ프로모션의 유행이 국내 외식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의 역사는 20년 가까이 됐지만 끊임없이 변화한 브랜드들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웃백의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한국인의 입맛 연구에 게을렀던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스테이크 트렌드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라졌다"며 "최근 국내 소비자들은 고기 자체의 풍미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금만 살짝 뿌려 원육 그대로의 맛을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웃백의 경우 사업 전략상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스타일과는 다르게 일부 구워서 찍어먹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스테이크에 소스를 부어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맛있는 음식은 10년 이상 먹어도 좋지만 트렌드에 뒤처진다면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아웃백이 올 여름 자체 개발한 레드라벨 스테이크와 한국인을 위해 출시한 카카두 김치 그릴러는 눈여겨 볼 만한 변화다.

식재료와 관련해서는 스테이크와 곁들일 수 있는 신선 재료의 부족을 꼽았다. 그는 "외국과 한국 고객의 분석 차이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며 "국내 외식업계는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웰빙을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인테리어 측면에서 또한 여성 고객을 배려하는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패밀리레스토랑에 오는 고객 중 30~40대의 아이를 동반한 여성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수유실과 놀이방 등을 마련해 엄마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발하면서도 지속적인 프로모션이 부족한 것도 아쉬움으로 들었다. 그는 "아웃백의 경우 신메뉴를 출시할 경우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아웃백이 올해초부터 대대적으로 감성마케팅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이 관계자는 "최근 아웃백이 국내 경쟁사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외식업계 사업은 트렌드가 중요하지만 이러한 시도와 전략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사업 전략 일환"

지난해부터 아웃백은 기존의 사업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웃백 측에 의하면 34개의 부실 점포 폐점과 더불어 각 지역에 어울리는 신 메뉴 개발과 차별화된 매장 인테리어로 투자로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8월 새롭게 단장한 아웃백 이태원점은 기존의 2층에서 같은 건물 3, 4층으로 이전해 매장 공간을 넓히고 테라스를 만드는 등 쾌적한 식사 환경을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매장 내 바(bar)를 마련해 기존에 판매했던 맥주, 와인부터 칵테일, 샹그리아까지 주류 종류를 다양화했다.

올 2월 개점한 부산 해운대점은 오픈 키친 형태를 매장에 도입했다. 아웃백 관계자는 "질적 성장 차원에서 메뉴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에도 투자해 고객이 메뉴 조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오픈한 경기 김포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아울렛 내에 입점해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 위치적인 특성을 살렸다.

올 6월에 문을 연 센트럴시티점은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통유리를 설치해 현대적인 느낌의 인테리어로 단장했다.

이와 관련, 아웃백 관계자는 "아웃백이 새로운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질적인 부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각 매장의 품질개선과 혁신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정통 웨스턴 메뉴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 2개 매장이 추가로 리뉴얼돼 오픈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기존의 매장수가 줄었지만 질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며 국내 스테이크하우스 레스토랑의 정통성을 지키는 사업 계획을 모색 중이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