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후 6,000억원대 평가손실 입어홈플러스 ‘먹튀’에 기름 부은 격?롯데 사태 시 대주주 책임론 불거졌으나 흐지부지

국민연금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삼성물산 합병에 큰 공을 세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이 미국 투자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를 겪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편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옛 삼성물산의 지분 11.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월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합병 결정 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국민연금 또한 물매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후 약 6000억원대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생기자 삼성물산 측은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또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주문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합병은 끝났지만 국민연금의 시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이 삼성물산 합병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받고 있는 비난은 삼성물산 합병 건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홈플러스를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에 1조원을 투자했다. 안 그래도 외국계 투기 자본의 ‘홈플러스 먹튀 논란’이 오가는 와중에 내려진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은 눈총을 받고 있다.

테스코는 그 동안 홈플러스에 높은 이자와 상표 사용 명분으로 거액의 로열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의 하한선으로 제시한 가격은 6조7000억원이다. 7조원 이상은 돼야 매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테스코가 홈플러스 사업장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인수 금액을 제시한 것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 매각에 참여한 MBK파트너스 투자를 결정한 국민연금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MBK파트너스 투자 결정이 국민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앞서 롯데 경영권 분장 사태에도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7월8일 공시 기준으로 롯데하이마트 지분 12.33%, 롯데푸드 지분 13.31%, 롯데칠성 지분 12.18% 등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총수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만큼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롯데 사태에 대한 쓴 소리를 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나 현재는 흐지부지 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롯데 사태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지난 8월 10일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의원은 “롯데사태로 국민연금은 약 770억원 정도의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