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연 삼성… 남은과제는삼성家 삼남매 '계열분리설' 나와… 아직은 각자 사업영역 몰두삼성물산 조직개편 및 삼성전자 인력감축, "사실 아냐"이 부회장, '타이젠' 장착 스마트폰으로 인도시장 공략 나서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이재용 시대'를 열어갈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통합 후 '삼성가 삼남매'가 계열분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오갔지만 당분간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자 사업 영역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후 비대해진 조직을 정리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지만 삼성 측은 일단 부인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여진 과제도 산더미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안정적인 안착과 함께 부진한 삼성전자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남매 계열분리 가능성 아직은 없어

지난 1일 제일모직과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의 이재용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16.54%로 공시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은 각각 5.51%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2.86%로 공시됐다. 삼성SDI의 4.77% 등 계열사 지분 등까지 포함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40.26%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가가 30%의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 금호 등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삼성은 일찌감치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뒤 별다른 갈등 없이 후계구도를 확정 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 합병 전에는 삼성의 3세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남매 계열 분리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공식 후계자로 낙점된 뒤 이병철 회장의 큰 아들인 이맹희 일가가 CJ, 막내딸인 이명희 일가가 신세계로 계열분리를 해 삼성에서 나간 것처럼 이부진, 이서현 사장 또한 계열분리를 통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을 맡아 왔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면세점과 호텔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도맡는 형태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계열분리는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의 입장처럼 한동안은 삼남매가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각자 계열사를 꾸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남매가 각자 맡은 사업 분야가 뚜렷하므로 지금은 각자 분야에서 충실히 실적을 내는 것에 몰두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삼남매가 '지분교환'을 통해 긴 시간에 걸쳐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모두 삼성SDS와 삼성물산의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향후 지분교환을 통해 계열분리를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맞다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갖고 있는 삼성SDS, 삼성물산의 지분이 향후 중요한 키(key)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인원감축이 아닌 정기적 인력 조정"

삼성물산 합병 후 중복되는 사업장과 대규모로 커진 조직 때문에 인력 축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인력 축소 가능성을 부인했다.

지난 9일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수요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에게 "삼성물산의 전사 조직과 그룹 사이 협업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 후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구조 체제가 완성되면서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ㆍ건설로 나뉘는 삼성물산의 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을 설립해 미래전략실과 교류를 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의 발언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부인한 것이다.

삼성전자 인원감축 또한 부인했다.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지원부문 인력의 10%를 감축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금용 삼성전자 인사팀장은 "인력 감원이 아닌 재배치"이며 이는 일상적으로 하던 것이라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의 인력 감축설은 날로 뒷걸음치는 실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국내외 매출은 64조2,4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9조원)가량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휴대폰 실적 저하와 연결된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애플과 떠오르는 중국의 '신성'인 샤오미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게 실적 저하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후계 구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선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이젠, 삼성전자의 미래?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10만원 대 휴대폰'이 화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에서 내놓을 예정인 저가형 스마트폰 'Z3'이다. Z3는 지난 7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아직까지 시중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구동 소프트웨어(OS) 타이젠을 탑재한 두 번째 스마트폰이다. 타이젠을 탑재한 첫 번째 스마트폰인 Z1은 지난 1월 인도에서 출시된 후 100만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Z3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하며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쯤이면 소비자들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기업들의 오너들은 신제품 출시 전 제품을 미리 사용하며 소비자 입장에서 개선점을 찾곤 한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출시될 신형 스마트폰을 직접 챙기며 향후 삼성전자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Z3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삼성이 자체개발한 소프트웨어 '타이젠'의 시장 안착 여부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처럼 소프트웨어 시장에 안착하는 게 Z3가 가진 가장 큰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타이젠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개발자들이 타이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출시해야 하는 점도 관건이다. 아직 타이젠이 갈 길은 멀다. 지난해 기준 타이젠의 스마트폰 OS시장 점유율은 0.6%이하로 나타났다.

또 하나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신흥시장 개척이다.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 구글이나 애플이 힘을 쓰지 못하는 신흥시장에서 '타이젠 폰'을 성공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규 먹거리 또한 발굴해야 한다. 합병 삼성물산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인 삼성의 미래 먹거리다. 통합 삼성물산은 기존 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과 4.9%를 갖고 있던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삼성물산은 통합 후 바이오 분야의 2020년 매출액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잡은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차차 바이오 분야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일 관절염 치료제인 '브렌시스'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메이드인 삼성'의 첫번째 바이오 복제약이 승인을 받으면서 4년만에 결실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 분야의 급성장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