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家 10위 안… 서경배 약진… 최태원·이재현 상승… IT 재벌 주목이건희 1위·이재용 3위, 이서현·이부진 8, 9위아모레 서경배 한때 1위… 현재 2위 고수현대·LG家 계열 분리로 순위 밀려

대한민국 최고 주식 부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밝혀졌다. 2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3위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이는 재계 정보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본지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과 삼성그룹에서 갈라진 CJ그룹ㆍ신세계그룹의 오너 일가가 상위 20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현대가 중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20위 안에 포함됐으며,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IT 신흥 재벌'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계 총수들을 제치고 13위에 올랐고 1세대 벤처 기업인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100대 주식 부자에 포함된 것은 경제 흐름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및 그리스ㆍ중국발 금융 위기로 올해 상반기 발생한 주가 변동은 주식 부자들의 순위를 뒤흔들었다. 이에 국내 주식 평가액 상위권 부자들과 새롭게 떠오른 상장 부호들 및 순위에서 밀려난 재계 인물들을 살펴봤다.

삼성그룹 오너일가 상위권 점령

주식 부자 1위는 지난 17일 기준 10조7,066억 원의 주식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1979년 그룹의 경영 일선에 등장한 이후 삼성그룹을 연매출 300조 원대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보유 주식 평가액도 함께 늘어나 국내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7월 서경배 회장에게 잠시 최고 부자 자리를 내줬다가 되찾았다. 지난 17일 기준 이 회장은 국내 주식 부자 2위인 서 회장(9조1,429억 원)과 1조5,637억 원의 차이로 주식 부자 1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제일모직의 주가 급등으로 주식 부자 2위에 올랐다가 현재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8조6,246억 원의 주식을 보유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서경배 회장을 제치고 2위를 탈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3조4,072억 원)은 6위를 기록했다. 2013년 7월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및 건강 상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던 이재현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0일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CJ그룹 주가가 상승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2조5,774억 원)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조5,774억 원)은 나란히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일모직 상장 이후 최근까지 두 자매의 주식 자산은 각각 5,000억 원 이상씩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조5,564억 원)과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조2,477억 원)은 각각 14위, 19위에 올랐다.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조2,002억 원의 주식을 보유해 22위를 차지했다.

현대그룹ㆍLG그룹 재산 분할

현대그룹은 故 정주영 창업주가 2001년 타계한 뒤 현대그룹ㆍ현대자동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ㆍ현대백화점그룹ㆍ현대산업개발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이 중 현대자동차그룹을 차지한 정몽구 회장은 한보철강을 인수하며 사업을 강화해 재계 2위의 자리를 지켰다.

정몽구 회장(4조7,233억 원) 주식 부호 4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2004년 12월 상장주식 평가액 1조2,311억 원을 통해 이건희 회장을 55억 원의 차이로 추월하며 최고 부자에 등극했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2조2,161억 원)은 10위를 기록했다.

정몽구 회장의 조카이자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8,866억 원)은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지선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5,4310억 원)은 46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현대가 일원들이 100대 주식 부자에 포함됐다. ▦43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6,103억 원) ▦44위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5,756억 원) ▦77위 정성이 이노션 고문(3,453억 원)이 100대 부호로 꼽혔다.

LG그룹은 故 구인회 창업주와 故 허만정 창업주 사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005년 GS그룹을 계열 분리시켰다. 현재 LG그룹은 故 구 창업주의 장손인 구본무 회장 중심으로, GS그룹은 故 허 창업주의 장손인 허창수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구본무 회장(1조2,136억 원)은 주식 부자 21위,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8,462억 원)은 26위에 올랐다. 이어 구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그룹 상무(6,585억 원)는 38위, 구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씨(4,586억 원)는 52위로 뒤를 이었다.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 오너 일가 중 주식 부호 상위 리스트에 오른 이가 적은 이유는 지배구조 특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의 사례와 같이 특정인에게 경영권과 지분을 몰아주기보다는 일가의 남성들이 경영에 공동 참여해 지분이 쪼개져버렸다는 것이다.

재계 순위 7위인 GS그룹 또한 사정이 이와 같다. 허창수 GS그룹 회장(4,187억 원)은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 59위로 100대 주식 부자에 GS그룹 구성원 중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서경배 外 경영자 5인 이목 집중

지난 7월 2일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주식 부자 1위에 올랐던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9조1,4293억 원)은 2위에 그쳤다. 당시 서 회장의 보유 주식 자산 평가액은 12조804억 원까지 치솟으며 같은 기간 이건희 회장(11조8,360억 원)을 앞섰으나 5일 만에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전날 대비 13.35%까지 하락해 하루 사이 1조4,600억 원이나 증발한 바 있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최태원 SK그룹 회장(4조1,850억 원)은 지난달에만 보유한 상장 주식 가치가 739억 원(1.5%) 증가하며 주식 부자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가 중 100대 주식 부자에 오른 인물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18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1조3,335억 원) ▦63위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3,905억 원) 3명으로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최근 '형제 간 싸움'으로 주목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조6,353억 원)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1조4,393억 원)은 각각 11위, 17위에 올랐다. 두 형제의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3,414억 원)은 78위에 그쳤다.

'IT 신흥 재벌'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1조5,927억 원)은 주식 부호 13위를 기록했다. 김 의장의 지분가치는 올해 최고가 기준(2조119억 원)보다 4,192억 원 줄었지만 상위권에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

출시 예정인 다음카카오의 서비스들은 김범수 의장의 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출시된 카카오택시의 흥행 성공으로 오는 10월 선보이는 카카오 고급택시와 현재 검토 중인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김범수 의장과 함께 1세대 벤처 기업인으로 불리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보유 주식 평가액 4,179억 원으로 주식 부호 61위에 올랐다.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다가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한 김 사장은 게임 리니지를 출시해 대한민국을 게임 최강국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