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신세계·두산 '승부수' 띄워롯데·SK·신세계 기존 면세점 수성 여부 관심두산 면세 사업 신규진출 배경 둘러싼 추측 난무

기존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둘러싼 '2차 면세점 대전'이 지난달 25일 본격화됐다. 지난 7월 신규 특허권을 두고 펼쳐진 '1차 대전'과는 달리 이번 경쟁은 기존 면세점 중 특허권이 끝나는 곳을 대상으로 기존 업체와 신규 신청 업체가 재입찰에 참여한다.

재입찰 대상이 되는 곳은 SK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 신세계 조선호텔면세점(12월 15일) 롯데면세점 소공동본점(12월 22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12월 31일)으로 총 4곳이 올 연말에 사업 특허가 만료된다.

기존 사업자인 호텔롯데, SK네트웍스, 신세계디에프 외 ㈜두산이 이번 입찰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오는 10월 말 선정 결과 발표에 앞서 면세점 사업의 황금티켓 4장을 놓고 벌어질 치열한 4파전을 분석해봤다.

'전전반측' 롯데

롯데는 기존 점포 두 곳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소공동본점은 2조 원대, 월드타워점은 6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덕에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국내 면세점 1위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해왔다.

롯데는 지난 7월 '1차 면세점 전쟁'때만 해도 '2차전'에만 매진하며 특허권을 무난히 연장할 거라 여겼다. 1979년 소공동본점을 개장한 이후 독과점 논란에도 35년간 면세 사업 특허권을 갱신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7일 롯데 '형제의 난'이 발발하며 면세점 사업의 앞날 또한 불투명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동주·동빈 형제의 다툼 과정에서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지분구조가 드러나며 롯데그룹의 정체성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형성된 것이다.

게다가 월드타워점이 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가장 치열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월드타워점에 SK네트웍스, 신세계디에프, ㈜두산이 사업권을 신청해 신경전이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17일 국감에서 보인 태도로 인해 면세점 재승인의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몸을 낮춰 정면승부한 전략이 이번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후한 점수를 이끌어 낼 듯하다"고 전했다.

'배수의 진' SK

SK는 단일 운영하는 워커힐면세점을 수성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으로 지난 7월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다시 한 번 신규 면세점 입지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이번 입찰을 통해 2개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하고 우리가 보유한 차별적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 사업 성장과 면세사업 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전했다.

워커힐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중 시계ㆍ보석에 특화된 면세점으로 중국인 프리미엄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반면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카지노를 제외한 문화시설이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SK는 워커힐면세점의 보완책으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동대문을 신규 입지로 내세웠다.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을 한꺼번에 끌어들이기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기존의 워커힐면세점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입찰에서 탈락했던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으로 업계 최강자인 롯데면세점을 넘어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다. 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놓고 경쟁하는 두산이 동대문의 터줏대감으로 기득권을 차지하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토중래' 신세계

신세계는 기존의 조선호텔면세점 재신청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소공동본점과 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 입찰에 모두 도전했다. 2012년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해 면세점을 운영해 온 신세계는 현 위치에서 신세계 센텀시티로 이전할 방침이다.

신규 시내면세점 후보 지역으로는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내세웠다. 본점 신관의 5개 층에 연면적 1만8180㎡(5500평) 규모로 계획 중이며 중소ㆍ중견기업의 제품 판매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면세점 운영 법인인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대표는 "본점 시내면세점을 최대의 경제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며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에 주력해 면세사업의 이익을 사회에 되돌리는 모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백화점·이마트·프리미엄아웃렛을 운영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유통업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면세사업에서도 면세점 경영능력과 사회 환원 정도에서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신세계 서울시내면세점은 입지 측면에서 업계 우량아인 롯데면세점 소공동본점과 상권이 겹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7월 '면세점 1차 대전'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내놓았지만 결국 입찰에서 탈락한 바 있다.

수성해야 하는 부산시내면세점에서는 패션그룹형지의 등장으로 반전을 맞았다. 조선호텔면세점의 후속 사업 신청서를 낸 패션그룹형지는 1996년 설립된 패션유통전문기업으로 부산의 향토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신세계와 양자대결 구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크호스' 두산

두산은 경쟁 기업들 간에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대상지는 서울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동본점과 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 3곳 모두로 이번 계기로 면세 사업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어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은 면세점 운영을 통해 유통업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FC, 두산동아 등의 매각으로 그룹 내 유통 사업을 축소해가던 두산이 면세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시내면세점 유치에 적극 나선 데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면세점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세청 간 빅딜이 성사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산 측 관계자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외부적인 요인과 연결 짓는 것은 루머일 뿐"이라며 "두산이 동대문에서 16년간 두타를 운영해왔는데 그룹과 지역 상권의 상생 의미에서 면세점 사업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7월에 있었던 신규 면세 사업자 신청 때도 내부 검토는 있었지만 동대문의 중소기업들이 입찰 경쟁에 다수 참여해 경쟁하고 싶지 않아 미뤄왔다"며 "이번 특허 신청에는 동대문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아 동대문 상권의 대표로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